wanderlust
일상 잡담 - 스타트렉, 우울, 얀 리시에츠키, 여행준비는 1도 안하면서 스트레스만 받는 중 본문
(스타트렉에서 스팍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사진도 스팍 위주^^)
Star Treck Beyond OST 중 Night on the Yorktown
이 음악이 나오면서 엔터프라이즈호가 요크타운으로 진입하는데
어린 시절에 꿈꾸던 SF 속 우주도시 그 자체랄까...+0+
1.
드디어 오늘 스타트렉 비욘드를 4DX로 감상했는데 넘넘 좋았다!!!!!!!!
나에게는 축제와도 같은 기간.
아이맥스로 또 보고 싶은데, 이제 출국이 며칠 안남았다는 슬픈(?) 사실ㅠ.ㅠ
2.
일주일 전에 미용실에 갔는데 완전히 망했다.
어깨 밑 10cm 정도 되는 머리에 위쪽은 매직, 아래쪽은 C컬펌을 했는데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사실 이 펌은 크게 망하기가 더 어려운 펌이다.
그런데 망했어요.
되게 망했어요.
어케 망했냐면, 펌이 아예 안나옴...ㅋㅋㅋㅋ 원래 약하게 남아 있던 C컬펌이 오히려 풀려버림. 그렇다고 매직펌이 짱짱하게 나온 것도 아님.
원래 다니던 미용실 원장님이 우리집과 먼 곳에 3호점을 내면서 그쪽 원장으로 가버리는 바람에,
귀찮아도 멀리까지 찾아갈까, 아님 다시 동네에서 새로운 곳을 발굴할까 고민하다가 언제나 그렇듯 귀찮음이 승리해서 동네로 갔는데 이런 변이...
고민고민하다가 정말 난생 처음으로 미용실에 AS해달라고 찾아갔는데
AS 받은 머리도 여전히 상태가 안좋다.
3.
그런데 내 머리를 망쳐놓은 미용실에 장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아주 귀여운 강아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두번 머리하러 간 사이 강아지랑 완전 친해져서, 어제는 미용실을 나오는데 강아지가 가지 말라고 문 앞에서 나를 막아서고, 나중엔 자꾸 따라나오려고 했다ㅠ 크흑ㅠ
귀엽고 똑똑한 강아지와 놀아서 아주 즐거웠던 동시에....
역시나 나는 앞으로 다시는 개를 못키울 거라고 또 한번 생각했다. 그 절대적인 애정과 무한한 신뢰를 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4.
회사 사람들이 자꾸만 왜 갑자기 네덜란드 여행을 가냐고 묻기에 짜증이 나서 "우울해서 가요. 마음의 상처 좀 치유하고 오려구요" 근데 이 말을 내뱉는 순간 내 자리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빵 터졌다 -_- mooncake씨가 우울하다구? 말도 안돼!ㅋㅋㅋㅋ 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이왕 뱉어버린 거+보스에 대한 원망을 살짝 어필하려는 생각에 "아니 저 진짜 요즘 심각하게 우울하다니까요"라고 항변했으나 사람들은 더 신나게 깔깔 웃었으며.... 결국 mooncake이 우울한거면 한국 사람 전부가 우울증이다,는 얘기나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올해 초 이 조직에 처음 와서, 이미지 관리한다고 계속 방긋방긋 웃고 다닌 탓인가보다. "늘 밝으셔서 보기 좋아요" "활달해서 부러워요" 이런 얘기나 듣고 있으니, 마음이 여러가지로 복잡하다. 물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크긴 하다. 언제까지나 사회생활 하면서 날것 그대로의 얼굴로 살 수는 없는 일. 언제까지나 미숙하게 감정을 다 드러내며 지낼 수는 없는 일. 속은 썩어들어가도 남들 눈엔 멀쩡하게 보인다니, 오히려 예전부터 바라던 일이 아닌가.
그런데 사람 마음이 어찌나 간사한지, 내 속은 우울해 죽을 것 같은데 남들 눈엔 멀쩡해보이는 걸 뛰어넘어 밝고 즐거워보인다니 이게 왠 그지깽깽이같은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글부글.
5.
10월 29일 예술의 전당의 "펜데레츠와 신포니아 바르소비아" 공연을 예매했다.
프로그램 증 쇼팽 피협 1번의 협주자가 얀 리시에츠키다!!!!!!!!!!!!!!!!!!!
얀 리시에츠키가 올해 한국에 온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때는 독주회인 줄 알고 전 회 공연을 다 보리라 마음 먹었으나
독주회가 아닌 건 둘째치고 얀 리시에츠키가 협연하는 서울 공연은 1회 뿐이다...
다른 공연은 부산에서 있는데 목요일 저녁 공연이라 서울 사는 내가 참석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휴가를 이틀이나 내야하자나.
그래서 고민하다가 부산 공연은 포기하고 대신 서울 공연을 R석으로 끊었다.
6.
지난달에 정말 울컥하는 일이 있어서, 바로 일 접고 외쿡 장기 유랑을 나갈까하는 생각을 했었으나
얀 리시에츠키가 10월에 우리나라에 온다길래 "우리나라에 제발로 찾아올때 일단 공연을 봐두자 - 무려 6년만의 방문이다 ㅠㅠ "라는 생각에 꾹 참았다. (물론 그 이유뿐이겠냐만...ㅋ)
일단 10월 말까진 버티는 걸로...
여행 다녀오고 추석연휴 지나고 어쩌고 하면 금방 10월이니까.
7.
여행 준비는 1도 안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아무리 동네 주민처럼 유유자적하겠다고 했지만 이건 좀 심한 듯.
여행 준비하며 시간 촉박한 게 싫어서 그냥 편하게 다녀와야지! 생각한 것 까진 좋았는데 지금은 준비 안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럴 시간에 준비 하면 되는데 하기가 싫다. 참 피곤한 성격이다.
게다가 지난주에 환전하려다 안했더니 환율은 치솟고 (물론 훨씬 더 비쌀때도 많이 다녀왔으면서 스스로도 엄살이 심하다 싶지만 왜 이런 작은 거에 마음이 흔들리는진 나도 모름ㅋㅋ)
암스테르담 시내의 모 공연장과 암스테르담에서 8박할 호텔에 질문 메일을 보냈는데 두곳 다 며칠째 응답이 없어서 암스테르담에 대한 인상이 굉장히 나빠지고 있다.
공연장은 그렇다 치는데 호텔은 대체 왜? 예약한 호텔에서 메일 답변 못받긴 또 처음이다.
그것도 너무 시설 나쁜 곳은 피하려고 일부러 외곽의 괜찮은 호텔로 예약했는데 이게 뭐람. 메일에 답 못받긴 또 처음이네. 흥칫뿡. 8박이나 할거라서 호텔이 별로면 안되는데.... ㅠㅠㅠㅠ
8.
6번에서 언급한 울컥한 사건도 그렇고(이 일은 정말 큰 일이었고)
소소하게는 2번의 머리 망친 사건부터해서 7번에서 언급한 일들도 그렇고
주식도 그렇고...;;;
요즘 정말 뭔가 되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건 내가 너무 상황을 비관적으로 과장해서 보는 걸까?
9.
에휴. 글 쓴다고 뭐가 달라지나. 물론 글 쓰기에 자가치유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내 경우 "우울함을 토로하는 글을 쓰다보면 더 우울해지는 일이 부지기수"라서 차라리 즐거웠던 일 - 그니까 여행기 같은 - 을 쓰는 게 훨씬 낫다.
무엇보다 이젠 시간이 없다. 이렇게 딴짓하다가, 여행 전날 짐 싸느라 잠못자서 죽겠다고 하지 말고, 이제 글은 그만 쓰고 짐이나 싸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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