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여행 대환장쇼 - 나는 왜 맨날 이럴까 본문
▷런던 포트넘 앤 메이슨의 진열장, 2013년 8월
*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울고(?)
요 며칠 혼자만의 여행 대환장쇼를 벌였다.
작년 8월엔 오사카행 항공권과 호텔을 질렀다가 갑자기 아파서 위약금 물고 취소했는데.
이번 위약금은 더 세다.
차라리 작년엔 아파서 포기했다는 명분이라도 있지
이번엔
"아 나 너무 우울해. 며칠이라도 한국을 떠날테야 => 아 성수기라 비행기표가 없다 => 폭풍 검색 => 앗 한개 있네? => 일단 지르고 보자 => 결제 버튼 누른 순간 후회" 수순을 밟았다.
이왕 발권한 거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온갖 루트를 다 생각해봤지만 아닌 건 아닌 거에요.
안땡기는 건 안땡기는 거에요.
그래서 며칠만에 삼십만원을 공중에 날렸어요.
근데 어쩌다보니 이번이 유난히 안땡겼을 뿐, 사실 내가 여행 가는 패턴은 거의 늘 이런 식이다.
뭔가 늘 급박하게, 못견디겠어서, 지금이 아니면 못갈 것 같아서 등등등.
다른 분들 블로그나, 여행 커뮤니티 글들을 보면 6개월전부터 차분히, 알뜰하게 준비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종종 심란해지곤 한다.
내 여행은 늘 급박하게 돌아가다보니깐 돈지랄에다가 + 준비 부족으로 현지에서 우왕좌왕 + 돌아와서 아쉬워하는 일이 많다보니...
그치만 또, 3개월 전에 발권해 본적도 두어번 있었으나 막상 여행 준비는 별로 하지 않았다. 결과는 급여행이랑 큰 차이 없는 걸로. 역시 타고난 성향 탓인가?ㅋ
미리 준비하기보다는 현지에서 몸으로 부딪히는 걸 훨씬 좋아한다.
여튼 블로그를 읽다보면 워낙 꼼꼼하게 경제적으로 준비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츄우기... 해지곤 하는데
그래도 어젯밤에 든 생각은 이 세상엔 나처럼 닥치는대로 대충 급여행 떠나는 사람도 꽤 되지 않을까?
다만 블로그를 꾸준히 하는 분들 중에 정리를 잘 하고 꼼꼼한 성격이 많다보니
미리미리 준비를 잘 해서 낭비없이 떠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보이는 착시효과가 아닐까?
(라는 건 역시 나의 정신승리?ㅎㅎ)
암튼간에 아직 여행은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이번 비행기 티켓 위약금은 물었으나 나는 포기하지 않고...ㅠㅠ 포기하지 않고...ㅠㅠ 새로운 여행을 계획할테닷.
위약금 부분은 면세점 쇼핑을 안하는 걸로 메꾸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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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적으로 블로그에서 징징거려서 이제 왠만하면 우울하니 어쩌니 하는 말은 안하려고 했으나
이주째 우울의 절정을 달리고 있다.
쉽사리 마음이 회복되지 않는다. 뭐 오죽하면 이 상황을 타개해보려고 묻지마 발권을 했을까. 그 끝은 위약금이라 더 기분이 나빠졌지만ㅋ
얼마전 애슬리 페커의 소설 "수풀레"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다.
- 그녀는 다시 마크를 봤다. 그는 음식을 삼키는 게 아주 힘들어 보였다. 만약 이들이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면 좀 더 빨리 이 고통을 극복했을 것이다. 자식의 행복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떨치고 일어날 수 밖에 없다 -
뭔가 굉장히 찡하게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었다. 부모의 마음이란 게 이런 거구나,에서부터 다른 한편으론 나에겐 우울과 좌절감을 떨치고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동인이 무엇이 있나, 아마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몇날 몇일이고 넘어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밤에 잠도 잘 못자고 사람들이랑 이야기하기도 싫고 만사에 의욕이 없지만 (그래서 비행기표 끊어놓고도 막상 떠날 의욕은 생기지 않았다) 이상하게 식욕은 그대로... 참 도움 안되는 나의 식욕. 우울하면 식욕부터 줄어야 하는 게 아닌가. 쳇.
암튼간에 우울하고 괴롭다, 현재로써는 여행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글쎄, 그마저도 피곤과 의욕없음이 장애물이 되고 있고, 10여일 여행 다녀온 이후에는 어쩔 건데. 현실은 그대로인데, 결국 문제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은, 받아들일 수 없는 내 자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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