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추석 연휴의 끝을 붙잡고 + 첼로 이야기 본문
(암스테르담, 2016.9월)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5일간의 추석 연휴가 끝나간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op.3
내 지금 마음이 이 곡만큼이나 비통하다
연휴 끝 한두번 겪는 게 아닌데 나 지금, 너무 오바하는 건가?
.
.
.
.
그래도 뭐
한 건 별로 없지만
암스테르담 여행 전부터 부족했던 잠을 계속 몰아 자서
수면 부족 상태를 해결한 것은 다행!
정말 자고 자고 또 잤다ㅎ
회사를 안나가니 지친 마음이 자동으로 치유된 것은 덤.
(그래봤자 내일 출근하면 몇시간만에 원상복구되겠지ㅋ)
그리고...
작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쿨에서 우승한 루마니아 출신의 젊은 첼리스트 Andrei Ionuț Ioniță가 연주하는
Julius Klengel의 Scherzo in D minor for cello and piano, Op. 6 를 들으며 마음을 추스리다가
우연히 자동 재생된 아래 영상을 보곤 완전 빵 터졌다.
줄리어드 첼로 전공생들이 만든 Cello Problems 라는 동영상인데
첼로와 관련된 여러가지 빡치는 상황들을 재밌게 풀어냈다.
내가 첼로를 배운 건 정말 오래전인데
영상 속에 나온 문제점 죄다 공감ㅎㅎ
어째 뭐 하나 공감 안되는 게 없다ㅋㅋㅋㅋ
사람들이 첼로 보고 더블 베이스냐고 묻는다거나,
첼로 엔드핀 고정이 잘 안되어 미끄러진다거나(개짜증)
첼로 연주에 적합한 의자를 찾기 힘들다거나
바지, 아니면 아예 아주 길고 넉넉한 치마를 입지 않으면 첼로 연주가 어렵다거나
(첼로 연습 있는 날인 거 까먹고 일반 치마 입고 갔다가 낭패본 일 여러번 ㅠㅠ)
사람들이 첼로를 자꾸 Cello가 아닌 Chello로 쓴다거나
첼로 케이스가 커서 여기저기 부딪힌다거나
첼로 들고 움직여야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던가
심지어 파헬벨 캐논 연주의 지겨움까지
(캐논 첼로 파트는 너무 단순해서 악보도 없을뿐더러
정말 어찌나 지겨운지, 오케스트라 활동할때 파헬벨 캐논 연습하다가 잠깐 조는 바람에 선배들에게 아주 살벌하게 욕을 먹은 적도 있음ㅋ)
어찌보면 당연한건데도 시기와 국가와 전공/비전공생 여부를 초월해 동일한 경험을 하는 걸 보니
정말 너무 재밌었다.
이 영상, 옛날에 같이 첼로했던 친구들한테도 보낼 예정. 다들 완전 빵 터질 듯^^
그렇게 완전 빵 터졌다가
다른 한편으론
줄리어드에서 첼로 전공하는 재능 있는 아이들 + 그리고 그들의 젊음이 부러워 다시 살짝 우울해졌다.
10대 후반의 나는, 지금 내가 진짜 이렇게 살줄은 몰랐지,
그치만 이제 와서 별 수 있나.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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