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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의 밤 feat. Erik Satie - Je te veux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7.10 Italy, Swiss & France

니스의 밤 feat. Erik Satie - Je te veux

mooncake 2020. 6. 7. 11:20


프랑스 니스 여행을 갔을 때 내가 4박 5일 동안 묵은 숙소는 best western hotel so'co by happyculture 였는데, 객실에 프렌치 발코니가 있는 점이 마음에 들어 예약을 했지만



나에게 주어진 발코니 뷰는 바로 이거였음ㅎㅎ



길가로 발코니 달린 방도 많은데 왜 나를 이런 구석탱이에 몰아 넣나 싶어, 몹시 서운.



그래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밤에는 이 주택 뒷편 뷰가 꼭 나쁘지 않았다는 것.



호텔 홈페이지에서 퍼온 사진. 다른 사람들 눈엔 어떨지 모르겠는데, 밤에 이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고 있노라니 의자나 테이블이나 책상 조명의 모양이 왠지 호텔이 아닌, 간소한 학생용 자취방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낮에는 심란하기만 했던 주변 주택가 뷰는, 발코니 창을 열고 있으니 희미하게 들려오는 식사를 준비하는 듯한 달그락거리는 소리나, 발코니에 나온 가족들 소리, 불빛 등으로 인해 역시 마찬가지로 호텔이 아닌, 일반 집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그때 마침 내가 듣고 있던 음악은 Erik Satie의 Je te veux 였는데, 뭐랄까, 프렌치 발코니와 좁은 책상 위 조명 불빛과 나의 간소한 마트 식사와 에릭 사티의 음악, 이 모든 풍경이 어우러져 마치 내가 유학생이 된 기분이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참으로 프랑스적인 밤이란 생각이 들었다. (쓰면서도 뭔가 오글오글하다ㅎㅎ) 



오래전의 나는 프랑스 유학을 준비했었다. 그러다 결국 건강 문제로 유학을 접었는데, 유학을 갈 수 있을 만큼 건강이 회복된 이후에는 이미 많은 것이 변해버린 후였다. 더이상 프랑스 유학을 원치도 않고, 프랑스 유학을 다녀왔더라면 내 인생이 크게 변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보니 가봤자 별 거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쪽에 더 가깝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내 의지가 아닌 건강 문제로 프랑스 유학을 포기해야 했던 상황은 큰 응어리와 한을 남겼다. 2017년 니스 여행 직전까지는 분명 그랬다. 하지만 뭐랄까, 니스에서 유학생이 된 듯한 기분을 가진 이 밤을 보낸 이후로는 더이상 나는 프랑스 유학을 가지 못한 걸 크게 아쉬워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실제로 프랑스 유학을 갔더라면 이런 시간을 보냈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한국이 그리워서 맨 가요만 듣고 있었을수도 있고ㅎㅎ



so'co by happyculture Nice. 굉장히 불친절한 흑인 직원이 있어 기분이 상했던 호텔이지만, 그래도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의외의 순간에서 한을 풀고 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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