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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스위스 로카르노 - 마돈나 델 사쏘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7.10 Italy, Swiss & France

스위스 로카르노 - 마돈나 델 사쏘

mooncake 2021. 9. 12. 20:00

스위스 루가노에서의 완벽했던 한 때.
하지만 나는 이 멋진 순간을 내 발로 걷어차고 고난의 여정을 시작했는데, 그건 루가노에서 로카르노로 이동하여 마돈나 델 사쏘Madonna del Sasso에 가는 거였다.

바로 이 곳, 마돈나 델 사쏘.
바위 언덕 위에 지어진 오래된 교회다. 이 풍경에 반해 모든 걸 내던지고 로카르노로 왔지만 생각만큼 좋지는 않았다. "미리 여행 일정을 확정짓지 않음 + 여행 준비를 거의 안함 + 생각이 많아 너무나 다양한 옵션을 검토함 + 즉홍적인 걸 좋아함"라는 환장의 콜라보로 인해 여행 내내 다음 일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대체로는 갈까 말까 고민될 땐 가는 편이 만족스러웠었다. 근데 여긴 처음으로 차라리 루가노에서 느긋한 오후를 지내거나 헤세의 집이 있는 몬타뇰라에 다녀오는 편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 장소였다.

물론 로카르노나 마돈나 델 사쏘가 안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헐레벌떡 이동하고, 계속 일정이 꼬여서 고생하고, 다음날 일정까지 영향을 줄 바에는, 그냥 루가노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공연도 보는 게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은...

그렇지만 내 성향상 그때 만약 마돈나 델 사쏘를 보지 않았다면 아직까지 한으로 남아서, 그때 어떻게 해서든 로카르노에 갔어야 했어!라고 후회하고 있었을 거다ㅋㅋㅋㅋ 그러니깐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비루한 현실에서 잠깐이나마 도피할 수 있고, 좋아하는 활동을 한꺼번에 할 수 있어서(사진 찍기, 공연 보기, 맛난 거 먹기, 쇼핑하기)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낯선 곳을 돌아다니고 싶은 "방랑 욕구" 때문이다. 그러니까, 루가노보다는 조금 더 낯선 동네인 로카르노까지 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마돈나 델 사쏘의 테라스. 사진에선 여기가 그렇게 멋져보여 갔더니만, 실제로는 그냥 좀 맹숭맹숭했다ㅎㅎ 사진도 안예쁘게 나와서 더 실망. 사진이라도 건졌으면 이 정도로 허무하진 않았을지도. 아무튼 마돈나 델 사쏘는 제 사진보단 훨씬 예쁜 곳이에요 여러부운. 그니깐 제 사진 보고 에이 여긴 가지 말아야겠다 하심 안돼요.


기차를 놓쳐서 로카르노 시내(라고 하기에도 너무 작은 소도시)를 좀 돌아다녔는데 날도 흐리고 해도 지고 있고 동네 자체가 그냥 막 썰렁...

쇼윈도에 맛난 거 예쁜 거 진열되어 있음 뭐하나 가게가 전부 다 문닫았는데 ㅎㅎ
광장 중앙의 쿱Coop 마트마저 5시에 문 닫는 거 보고 좌절.

그래도 유럽도시다운 아기자기한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예쁜 유럽 동네를 워낙 많이 봐서 이 정도는 눈에 안참.

마침 광장에서 락 페스티벌이 열렸지만 그냥 동네 잔치 수준ㅎㅎㅎㅎ 그래도 여기서 피초케리를 사먹었다.

로카르노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만 한 것 같은데, 다른 시간, 다른 일정으로 로카르노에 온다면 훨씬 더 좋은 경험일 수도 있다. 일단 나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일정이 계속 꼬였고, 이탈리아와는 달리 저녁이 되니 쌀쌀해져서 추웠고, 가게는 전부 문닫고, 동양인은 나 혼자 뿐이라 괜히 뻘쭘하기까지 했으니.

기차역으로 가던 길. 또 한번, 진열만 되어 있으면 뭐하냐 가게가 문을 닫았는데(2) 사진 속의 오렌지초콜렛 정말 먹고 싶었다 ㅋㅋ 이 글의 주제는 "그래서 그때 완벽한 루가노의 오후를 포기하고 로카르노에 간 것이 잘한 결정이었을까?"인데 썩 잘한 짓은 아니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성향 상 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결론ㅋ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방문이었지만 요즘같은 코시국에는 로카르노의 황량하고 썰렁한 뒷골목을 방황하던 기억마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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