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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의 추억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7.10 Italy, Swiss & France

모나코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의 추억

mooncake 2021. 6. 7. 14:00

즉홍적으로 모나코에 갔다. 급여행 전문인데다가, 현지에서도 대부분 세부 계획 없이 발걸음 닿는대로 움직이다보니 늘 있는 일이었지만, 평소와 달랐던 점 하나가 있다면 모나코는 데이터로밍이 안된다는 거였다.

스마트폰만 믿고 모나코 역에 덜렁 내렸는데... 이게 무슨 일이죠 왜죠? ㅋㅋ

혹시나 하고 확인해봤는데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모나코는 KT 로밍 대상국에서 빠져 있다. 건지섬, 카나리제도, 파로제도 같은 동네도 다 되면서 지리적으로 프랑스 안에 속해 있는 모나코는 안되는 이유가 대체 뭐임? 와이파이도시락 같은 타 업체에선 로밍이 되는 걸 보면 KT 쪽의 문제인데, 정말로 이유가 뭐지?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담당자 실수로 인한 단순 누락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

모나코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관광 사무소에 가면 여권에 도장을 찍어준다는 것과 몬테카를로 도박장 뿐인데, 핸드폰은 먹통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데이터로밍과 관계없이 GPS는 작동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일단 관광 사무소 쪽으로 걸어가서 여권에 도장을 받고, 다음엔 몬테 카를로 도박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17년 니스 여행에서 모나코를 즉홍적으로 간 건 맞지만,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모나코에 가고 싶어하긴 했었다. 2017년 니스 여행 때는 모나코보다 훨씬 더 가고 싶은 근교도시들이 많아서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뿐.
"예전에 굉장히 가고 싶었던 곳, 굉장히 갖고 싶었던 것, 그러나 현재는 그다지 원하지 않는 것"들의 존재가 나에겐 늘 애매하다. 분명히 지금의 선순위엔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완전히 무시하기엔 마음 한구석에 미련이 남아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의 흔적 같은 것들이랄까. 나에게 모나코는 그런 도시였다.

드디어 도착한 몬테 카를로 도박장.
왜 "드디어"나면, 내가 석사 논문에 사용한 방법론 중 하나가 몬테 카를로 시뮬레이션이었기 때문이다. 무작위 추출된 난수를 이용하여 확률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으로, 모나코의 몬테 카를로 카지노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몬테 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논문을 썼으니 몬테 카를로가 있는 모나코도 꼭 가봐야 한다는 것이 오래전 나의 주장이었다. (뭐든 여행과 엮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모나코와 몬테 카를로 시뮬레이션의 추억이 되었다. 3월 초, 회사 후배가 갑자기 내 석사 논문이 몇 페이지나 되냐고 물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가늠조차 할 수 없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누군가 내 논문 분량을 물은 일은 처음이었으므로 그 질문이 굉장히 신선했다. 그래서 나름 성의를 발휘하여 국회 도서관에서 내 논문을 검색해서 몇 장인지 알려 주었고, 그 김에 내 논문을 읽어봤다. 너무 어려웠다. 이걸 내가 썼는지 기억이 안난다 정도가 아니라, 논문에 쓰인 각종 통계학적 방법론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긴 시간, 발전은 커녕 퇴화를 거듭해 온 것이다. 슬픈 일이다. 물론 열심히 살 생각은 하지 않고 맨날 나쵸사우르스 같은 거나 사들이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이지만.

여튼 그렇게 오랜만에 내 논문을 읽다가 몬테 카를로 시뮬레이션을 보니깐 모나코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게으름 탓에 3개월이나 지나서 블로그에 모나코 얘기를 쓰고 있다. 다시 한번, 내가 왜 퇴화를 거듭해 왔는지 알 것 같은 대목이다ㅋ (웃고 있지만 사실 속마음은 울고 있음ㅋㅋㅋㅋ)

몬테 카를로 카지노 앞에 갔더니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셀럽이 와 있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와있나 싶어서 기웃기웃거리다 주변 관광객들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모른다고 했다. 모르는데 일단 사진부터 찍고 있는 사람들 ㅋㅋ 결국 그 셀럽의 정체는 알아내지 못했다. 아직도 궁금해!

몬테 카를로 도박장 사진 중간에 뜬금없이 등장한 반 클리프 앤 아펠.
많고 많은 쇼윈도 사진 중에 굳이 이걸 끼워넣은 이유는 지금 갖고 싶은 거라서? ㅎㅎㅎㅎ
근데 우리나라 정가가 7천만원이나 하넹 쳇.

몬테 카를로 카지노까지 보고 나니 이젠 정말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었다.
해도 뉘엿뉘엿 지고 있고...

몬테카를로 오른쪽으로 넘어가니 바다를 볼 수 있는 넓은 테라스 같은 것이 있어서 그곳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준비 없이 간 데다가 핸드폰 데이터마저 쓸 수 없어서 난감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풍경이었다.

한 거 없고 본 거 없는 짧은 방문이었으나, 그래도 아쉬움을 남기는 것 보다는 시간 내서 다녀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적하고 여유 넘치는 니스 주변의 다른 동네들과는 180도 다른 모나코의 모습이 매력적이기도 했다. 모나코에 내린 순간,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건물도 빽빽하게 들어선게 홍콩 생각이 나더라는 ^^

점점 해가 지고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 모나코의 풍경이 근사해서, 제대로 야경을 볼 수 있는 스팟에 가고 싶었지만,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지 알 수 없어 안타까웠다.

계속 해지는 풍경을 보면서 방황하다가

날도 서늘해지길래, 아쉽지만 모나코의 아경을 뒤로 하고 니스로 돌아가기로 결정.

밤의 몬테카를로 카지노. 다음에 만날 땐 좀 더 오래, 멋진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길 ㅎㅎ
* 카지노 안에도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내 복장이 좀 그래서 고민하다 결국 안들어갔다. 내 앞에서 쫙 빼입은 사람들이 들어가기도 했구, 보안 요원들이 차려 입은 옷도 그렇고. 누구나 마음 편하게 드나드는 마카오 도박장하곤 많이 다른 느낌ㅋㅋ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길. 회사 회의실이 들여다보이길래 한 컷 찍음 ^^ 명품샵과 좋은 차가 가득한 화려한 도시지만 그 안엔 물론, 평범한 삶도 있겠죠..

기차역으로 걸어오는 사이 어느새 깜깜해진 모나코.

 

그리고 모나코에 다녀와서 내 비염과 각종 알러지,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공기 오염 탓이란 걸 확실히 깨닫는 기회이기도 했다 ㅋㅋㅋㅋ 다른 동네 있을 땐 안그랬는데 모나코에 다녀온 날 밤 다시 상태가 안좋아짐 ㅠ.ㅠ

마지막 사진은 니스 기차역 주변의 테이크아웃 중국집. 피곤해서 식당 안가고 저녁으로 볶음밥 포장해다 먹었는데 이 사진 보고는 아아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은데 왜 고작 볶음밥만 사다 먹은 거냐며 후회+반성하는 뜻에서 올려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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