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wanderlust

갈등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갈등

mooncake 2015. 1. 16. 14:42

예전에 심리검사를 받았을 때 나온 결과 중 하나가 "안정 추구 성향"과 "모험 성향"이 둘다 높은 특이한 케이스라며, 이런 경우 외부에 문제가 있지 않더라도 태생적으로 내적 갈등이 심할 수 밖에 없는 성격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안정적인 삶에 대한 희구와  모험을 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도 갈등이 많지만, 또 다른 갈등이 있다.


그건 찻잔이며 장난감이며 책 등을 계속해서 가득가득 사모으고 싶은 욕구와, 가급적 주변의 짐을 최소화해서 언제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삶에 대한 욕구 사이의 갈등이다. 


지금처럼 수집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반문에 대해선, 음, 그건 돈과 시간이 많다면 가능하다ㅋㅋㅋㅋ 보관할 공간도 많고 도와줄 사람도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한정적인 공간과 시간과 에너지와 체력으로 돈도 벌고 여행도 다니고 또 수집도 원하는 만큼 하는 건 아무래도 어렵다. 지금 내 방은.. 아니 지금뿐만이 아니라 약 10년여전부터 내 방은.. "막 이사를 와서 짐을 안푼" 또는 "곧 이사를 나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ㅋ 공간에 비해 너무 많은 물건을 품고 있는 방에서 사는 건, 삶의 질이 너무 낮다. 매번 여행을 떠나기 직전마다 "휴 더이상은 이렇게 못살겠어 이번 여행만 다녀와서 어떻게든 정리해봐야지"라고 생각하는데 여행 다녀오면 도루묵. 오히려 여행에서 사온 물건들 때문에 방이 더 좁아진다.


물건들 때문에 넓은 주거 공간을 필요로 하고 그로 인해 높은  주거 비용을 지불하고 사는 건(물론 지금은 부모님과 같이 사니까 주거비용이 별도로 발생하진 않지만 만약 내가 독립해서 산다고 생각해봤을때는...) 너무나 비효율적이라는 얘기에 깊이 공감한다. 요는,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도록 최소한만의 물건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내가 자주 들어가보는 "글로벌 거지부부"의 저자 박건우님의 블로그.

http://parkkunwoo.tistory.com/

이 분들 사는 모습을 볼때마다 너무 부럽고 멋있고 나도 저렇게 소유에 목숨걸지 말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야하는데! 란 생각이 들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뇌 한쪽 구석에선 사고 싶은 찻잔들 10개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으니 영 글렀다.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2 일기  (2) 2015.01.22
1.16 일기 - 하루종일 우울했던 날  (6) 2015.01.18
1.15 일기  (8) 2015.01.15
1.10 일기  (4) 2015.01.10
길치와 다언어구사자(polyglot)  (6) 2015.01.0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