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wanderlust

내 평생 최대 난제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여행계획&잡담

내 평생 최대 난제

mooncake 2015. 9. 4. 12:59


"앞머리 자를까 말까" 고민이 여자들의 평생 난제라고들 한다(이거 진짜 맞는 말임. 나 지금 이순간에도 고민 중ㅋ)
거기에 덧붙여 내 평생의 난제는 "여행을 내 체력에 맞춰 널럴하게 갈까 아님 (대다수의 남들처럼) 빡시게 갈까" 인듯.... 하핳하핫

내 인생에서 여행을 잘 못가던 시절이 있었다. 심각하게 아파서 "전업환자생활"을 했던 1~2년간과 그 이후의 몇년.
큰 마음 먹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친구네집에 놀러가는 일 말고는 일반적인 여행은 꿈도 못꾸던 시절이었다. (그때 한이 맺혀서 요즘 여행에 집착함;;)
근데 어느 순간 생각해보니깐 그게 다 내 욕심이 지나쳐서 여행을 못가구 있는 거였더라.

남들처럼 다니려고 하니깐 몸에 무리가 되어 못다니는 거였지, 내 몸에 맞는 여행을 한다면 굳이 못갈 것도 없었다.
남들이 하루에 12시간 돌아다니며 5가지를 볼때, 나는 5시간만 돌아다니며 2가지만 보면 되는 일이었다.
남들이 매일매일 돌아다닐때 나는 격일로 돌아다니면 되는 일이었다. 
아예 여행을 못다니는 것보단 그 편이 훨씬 나았으므로, 그 뒤로는 그렇게 여행을 다녔다.
근데 문제는 건강이 서서히 나아지면서 욕심도 같이 스물스물 피어오른다는 것.
그래서 매번 "널럴한 여행"과 "보고 싶은 걸 최대한 많이 보는 여행" 사이에서 미친듯이 고민을 하게 된다.
다른 분들이 여행 계획 짜는 것도 즐겁다구 하시는데 난 도저히 공감을 할 수가 없다. 여행 계획 짤때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생각해보니 이게 아무래도 여행 계획 짤때마다 매번 "현실과 욕심"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거기에... 한가지가 더 생각났는데
8월에 아파서 오사카 여행 포기한거랑, 이번 9월에 여행 일정 짜면서도 이런 저런 고민이 많은 이유는
정말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여행에서 받는 즐거움과 설레임이 분명 예전만큼 크지 않은 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ㅠㅠㅠㅠ
그때 몸이 많이 안좋긴 했지만 만약 내가 오사카 지역을 한번도 안가봤더라면 힘들어도 강행하지 않았을까...?
근데 오사카 지역만 세네번, 일본 전체로는 십수번 여행을 갔기 때문에 일본은 더이상 새롭고 신기한 장소는 아닌거다. 물론 놀러가면 여전히 재밌고 쇼핑할 거리도 많고 좋긴 하겠지만 일본에 두세번 밖에 안간 사람들 만큼 이국적이거나 재밌지는 않다는 얘기. 아픈데도 감행할 만큼 나에게 큰 효용을 주지 못한다는 것. 
이번에 고민하구 있는 헬싱키만 해도 그렇다. 내가 유럽을 많이 가보기 전이었다면 '별로 볼 거 없다던데' 이런 걸로 고민하고 있지 않았을거다. 
분명히 예전엔 유럽땅을 밟고 있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시절이 있었다. 유럽 조그만 구멍가게에 들어가 초콜렛 한개만 사도 막 재밌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솔직히 말해서 왠만한 유럽의 풍경은 시큰둥하다. 하다못해 어릴때는 공항에만 가도 신났는데! 기내식만 받아도 신났는데! 크으읍! 

그렇다.

8월에 아파서 오사카를 못간거라든지 이번달 헬싱키 여행에 대한 고민도 어찌 보면 내 건강이나 외부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제일 문제인 거였다.

ㅠㅠㅠㅠ


근데 내 마음이 문제라는 걸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정 고민은 계속된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나 스톡홀름이나 리가를 끼워넣고 싶지만 그러면 비행기도 한번 더 타야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버스도 타야하구 아 진짜 어뜩해야 하지????

그나마 저 세 도시들 중에선 "라트비아 리가"가 제일 덜 고생하는 루트이긴 한데

그래도 헬싱키에서 리가에 갈땐 비행기를 타야하고, 리가에서 탈린 갈땐 다시 4시간 넘게 버스를 타야하는......;;; 

일정이 하루만 더 길어도 고민없이 리가에 들렸다 갈텐데 6박 8일은 너무 짧다... ㅠㅠㅠㅠ

아님 애초에 헬싱키 in 리가 out 으로 예약했더라면 비행기를 안타도 되니깐 참 좋았을텐데 왜 난 탈린 out 으로 예약한걸까...

아니 그냥 이런 거 다 됐고ㅋ 불과 몇달전 이탈리아에서 아파서 고생한 걸 생각하면 걍 헬싱키 4박 탈린 2박으로 가는 게 맞는데 -0- 내가 이렇게 미련곰퉁이다.


늘 하는 말이지만 사람이 체력, 돈, 시간 중에 적어도 한개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난 세개 다 없냐는...

근데 셋다 없긴 하지만 굳이 따져보면 체력 < 시간 < 돈 순으로 부족한 사람이라... 부족한 체력을 시간과 돈으로 메꾸며 여행하는 게 맞는 것 같긴 함. 


* 최소 1년 이상, 보통 3~4년씩 장기 여행하시는 분들 얘기 들어보면 여행의 설레임 같은 초기 한두달에나 있구 그 다음부터는 여행이 그냥 일상 생활이 된다고...

여행도 그냥 생활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고 하시는데 한때 진지하게 여행생활자를 꿈꿨던 자로서는 매우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슬픈 얘기다. 


* 여행을 가기 위해 모든 것이 완벽한 조건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회사에서 눈치보지 않고 휴가낼 수 있고, 여비에 쓸 돈도 넉넉히 있고, 내 발목을 붙잡는 각종 집안일도 없고, 마음에 걸리는 사람도 없고, 체력도 좋고, 내가 가고 싶은 장소가 여행 가기 위한 적기이고 등등등 모든 조건이 딱 맞아떨어지는 일은 없다.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에겐 가능한 이야기이겠지만 그건 정말 극소수이고,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평생 불가능한 이야기다. 모두들 몇가지는 마음에 걸리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여행을 가는 것이다. 회사에서 찍히든 내 집 마련의 꿈을 미루든 애인한테 미안하든 각자 감수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내 회사 동기들 중에는 유럽을 적어도 2주는 가야지 어떻게 비행기값 아깝게 1주만 가냐면서 5년째 안가고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그러면서 늘 여행 못가서 아쉽다고 하면 정말 뭐라 해줄 말이 없다... 



'외국 돌아다니기 > 여행계획&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안하다.  (16) 2015.09.08
헬싱키 & 탈린 여행을 준비하며  (18) 2015.09.06
아... 기운 빠진다  (38) 2015.09.02
9월 여행을 앞두고  (6) 2015.09.01
결국 임시공휴일 오사카 여행은 포기...  (10) 2015.08.1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