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코임브라 대학교에서 포르투갈어 배우기를 비롯한 각종 잡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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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결정을 했으면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하는데, 여전히 마음이 심란하다.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새로 하고, 오랫동안 탐내던 네츄라 클래시카를 지르고, 사람들과 만나서 맛있는 걸 먹고^^ -
여전히 내 마음은 울렁울렁하다.
그래서 요즘 블로그에 "다정도 병인 양 하여" "북소리" 괜히 이런 뻘글이나 막 써재끼고 있는 것이다.
회사후배가 메신져로 말을 건다.
"왜 이렇게 악당이 많죠?"
...
그러게. 왜 이렇게 악당이 많을까.
후배와 나의 다른 점은, 후배는 그래도 그 악당들이 언젠가는 자멸해서 정의는 실현될 것이라 믿고 있는 것이고
난 이 세상엔 정의 따윈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
정의가 있었다면, 그리고 신이 있었다면 세상이 이 모양일리가 없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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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어떤 분의 블로그 글을 읽다가 "문명의 후퇴는 가속화되고 있다"는 문장에 가슴이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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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렸던 포르투갈 사진을 또 들고 왔다.
사실 요즘 나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생각은
내년 7월부터 회사를 1년 동안 쉬면서 포르투갈 코임브라 대학에서 포르투갈어를 배우자는 것.
유럽 어학연수는 몇년 전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던 계획이었다.
주목적은 언어가 아니라 유럽에 합법적으로 1년 동안 체류하면서 틈틈이 여행을 다니자!이긴 하지만ㅋ
그래서 내가 배웠던 언어(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등등)를 쓰는 나라면 어느 나라라도 상관없었다.
다만 왠지 프랑스에선 살기 싫고, 영국은 물가가 너무 비싸고 해서, 아마 독일이나 포르투갈 중에 한 곳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행 목적"이라면 독일이 낫겠지만 난민 문제 등등해서 요즘 다시 포르투갈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다 늙어서 어학연수가 왠말이냐 차라리 박사과정을 가라
커리어에 도움되는 공부를 해라 이런 조언은 반사합니다.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님 놀러가는 거임ㅎㅎ
요즘 같은 시절에 적은 나이도 아니면서 무슨 배짱으로 회사를 쉬고 돈을 쓰러 가냐 철 좀 들어라
이런 조언도 반사합니다. 왜냐면 제 자신이 저한테 하는 생각으로도 충분해요ㅜ.ㅜ
포르투갈의 코임브라는 유서깊은 대학 도시로써
학비도 싸고, 생활비도 저렴하고, 학생 지원 프로그램(나같이 늙은 사람도 학생으로 쳐줄진 모르겠지만...)도 잘 갖춰져 있다.
1년 어학코스 수업료가 현재환율로 200만원 정도인데 건강보험까지 포함되어 있다!!
다만 사람 없고 심심하고 볼거 많지 않고 막 이런 동네임
그나마 리스본이 할 것도 많고 좀 덜 심심하고 공항이 있으니 다른 나라 여행 다니기도 쬐꼼 더 편할텐데
리스본은 학비랑 생활비가 코임브라보다 많이 비싸고 괜찮은 집 구하기도 어렵대서
계속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
어학연수 갈지 안갈지 결정도 안했으면서 "어느 도시로 갈까" 고민하는게 매우 얼척이 없지만
이런 로망이라도 있어야 버틸 수 있는 시기다.
뭐 실제로는 아예 못갈 수도 있고, 아님 다시 독일로 방향을 튼다거나, 아님 아예 생뚱맞게 아일랜드로 갈 수도 있겠지만ㅋ
(아님 웨일즈에 가서 웨일즈어를 배우는 건 어떨까 ㅎㅎㅎㅎ)
일단 지금은 8개월 뒤 포르투갈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일상을 생각하는 게
몇 안되는 마음의 안식처다.
그니깐 그런거지... 나의 두 눈과 손은 회사 PC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치고 있지만
나의 마음은 코임브라 대학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거나 하는^^
물론 생각이 깊어지면, 고민도 많아진다. 건강 문제도 마음에 걸리고
심심하고 외로울까봐 걱정도 되고...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년 포르투갈 여행 중엔 30분 둘러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던 "바탈랴 수도원" 앞에 가서 아예 며칠 묵는다던지
여름엔 마르바웅 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한다던지
마데이라 섬에서도 일주일쯤 지내보고
포르투갈 내륙지방 몬산토에도 가보고 막 이런 생각을 하면 굉장히 굉장히 신이 난다.
나의 이 로망, 이룰 수 있을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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