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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돌아다니기/여행계획&잡담

늘 그렇듯 여행 고민

mooncake 2016. 7. 13. 23:10

▷ 핀란드 누크시오 숲 속의 호수, 2015년 9월.



파리에선 느지막히 일어나 미술관에 가는 게 일이었다. 미술관 바닥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그림을 감상하고, 각자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어렸을 때를 추억하며 이야길 들려주고, 배가 고프면 양파 수프를 먹고, 기운을 차린 후엔 길거리를 산보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공원 벤치에 앉아 내리는 둥 마는 둥 하는 비를 맞았다. 하는 일이라고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상이었다. 이런 여유로움을 만끽하던 채린은 아쉬움이 남았는지 일정보다 하루 더 머물다 서울로 돌아가고 나는 홀로 파리에 남았다.


(이기진, 꼴라쥬 파리 중에서)



얼마전 이기진의 꼴라쥬 파리를 읽다가, 위에 발췌한 내용을 보고는 이런 저런 생각에 빠졌다.

유럽여행을 적지 않게 다녀왔고, 여유있는 여행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저렇게 지내본 적은 없다는 생각에,

그리고 참 부럽다는 생각에, 


올해 여름휴가를 간다면 이번에야말로.

동네 주민 모드로 설렁설렁 지내다 오고 싶은데 

그렇다면 역시 제일 적합한 곳은, 런던이다! 한여름에도 별로 덥지 않고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이 무궁무진한,

아무 준비 없이 가도 할 것이 넘넘 많은 곳, 그러나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미술관 카페에서 멍때리고 앉아만 있어도 좋을 곳.

게다가 (표를 구할 수 있을지와는 별개로) BBC 프롬즈도 진행 중인 시즌, 아, 얼마나 좋은가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콘월 지방을 다녀와도 좋겠고.

자자. ​어차피 몸도 마음도 지치고 여행 준비할 시간도 의욕도 없으니 역시 런던이 최고인데, 

문제는 비행기표가 다 비싸...


역시 비싸지만 그래도 "좀 덜 비싼" 프랑크푸르트 & 부다페스트 여행도 생각해보고 있는데​

두 곳 다 안가본 곳이라 아무리 설렁설렁 다닌다 해도 여행 준비를 조금은 해야 하는 것이 귀찮고

또 부다페스트는 의외로 8월초엔 꽤 더운 것 같아 막 내키진 않고...


나의 의욕과 에너지는 전부 어디로 가버린 걸까,

지금 나는 침몰 직전의, 우울함의 깊은 바다로 가라앉고 있는 거대한 배 같은 느낌이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나을지

뭐든 해보려고 의욕 제로의 몸을 억지로 움직여보는 것이 나을지 

이만큼 살았는데도 여전히 모를 일 투성이다.

암튼 그래서 여름휴가는 갈까말까갈까말까. 간다고 생각해도 답답하고 안간다고 생각해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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