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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미술관, 여행지에서 사진 찍기, 방랑벽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여행계획&잡담

반 고흐 미술관, 여행지에서 사진 찍기, 방랑벽

mooncake 2016.09.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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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암스테르담 박물관은 사진 촬영이 가능하지만, 반 고흐 미술관만큼은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그럼 기념품 가게라도!!라는 마음으로 위의 기념품 가게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안찍는 것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데 더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종종 "정말 마음에 들었던 그림과 그 그림의 제목"을 기록해놓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는데, 그래서 사진 촬영이 금지된 반 고흐 미술관에서는 인상 깊은 작품의 제목명을 아이폰 메모장에 일일이 적어왔다. 메모를 할때는 조금 힘들었는데, 지금 메모를 꺼내보니 몇몇 그림 제목 옆에 물결의 표현이 좋다거나, 붉은색과 푸른색의 색감이 아름답다거나, 하늘과 강의 표현이 특히 더 좋다거나, 작품의 모델이 된 보라색 도자기가 정말 예쁘다거나-실제 모델이 그림 옆에 전시되어 있었다- 하는 감상이 적혀 있어, 시간만 충분하다면 메모 쪽이 훨씬 더 좋은 기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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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어딜 가나 카메라를 들고 계속해서 촬영을 해대는 사람들이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사진을 찍느라 남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고, 근사한 고급 레스토랑이나 복잡한 상점 같은 곳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번잡스럽고 눈치없고 촌스러운 인간이 된 기분이 든다. 또 쉴새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내 모습이 동양인 관광객의 스테레오 타입(여행지를 음미하고 즐기는 것보다는 사진 찍는 것에만 집착하는)을 한층 더 굳히는 느낌이 들어서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제나 여행 중엔 다량의 사진을 찍는 편이다. 사진조차 없다면 대부분의 기억은 너무나 쉽게 휘발되어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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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편으론 꼭 기억과 기록을 남겨야 해? 그 당시 즐거웠으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늘 포스팅이 밀려 있긴 해도 블로그를 나름 꾸준히 하는 건 내가 기억과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

카메라를 안들고 다니면 여행이 훨씬 수월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촬영 여행과 진짜 여행을 분리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대다수의 관광객들처럼 핸드폰만 들고 다닌다면 시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훨씬 편해질 것 같다. 국내에서 돌아다닐땐 실제로 아이폰만 들고 갈때도 종종 있는데,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것보다 확실히 편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외국 여행에선 카메라를 포기못하겠다. (남들이 봤을때 결과물에 대체 무슨 차이가 있냐고 되물을지라도ㅋ)

 

*

한국에 돌아온지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여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냥, 막연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기분이 자꾸만 든다. 지금 몸 상태로는 누가 휴가를 주고 돈을 쥐어준대도 꼼짝도 못할 거면서, 마음은 자꾸만 낯선 어딘가를 방황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 어제는 침대에 누워 자꾸만 비행기표를 검색하고 있었다. 이건 말 그대로 방랑벽인가? 하긴 블로그 이름이 괜히 wanderlust가 된 것은 아닐테지.

 

나란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많은 부분, 성격과 취향 체질 등 중 상당수는 여행과 상극이라고 할 수 있다. 낯선 곳에 가면 잠도 잘 못자지, 예민하고 까다롭기 짝이 없지, 청결에 대한 집착으로 알콜스왑을 잔뜩 들고 다닐뿐더러, 호스텔 다인실에서 자는 건 실행은 커녕 고려조차 해본 적이 없다. 짐 싸는 것도, 그 짐을 끌고 다니는 것도 너무 싫어하며, 일정을 미리 예약하고 움직이는 것도 싫고, 또 여행지에선 아파서 일정을 망치기 일수다. (여행 때문에 힘들어서 아프다기보단, 평소에 자주 아프기 때문에 여행 중이라고 딱히 안아플 이유가 없는 쪽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여행 준비 중 + 여행 중에 "아아 싫어!, 아아 짜증나!, 아아 힘들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다른 취미생활이었다면 진작 접었을 정도로 여행엔 싫은점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행이 너무너무 좋다.

그래도 고를 수 있다면 다음 생엔 좀 더 여행 적성도가 높은 털털한 성격과 강건한 체질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아님 돈 걱정 없이 럭셔리하게 여행다닐 수 있을정도로 부유하거나...ㅋ

24 Comments
  • 밓쿠티 2016.09.13 08:54 신고 저도 후자가 좋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편하고 안락한 여행은 역시 돈과 비례하죠ㅠㅠㅋㅋㅋㅋㅋ기념품가게라고 해도 밖에 보이는 건물이며 각맞춰 정리된 책자며 멋있어요^^
  • mooncake 2016.09.13 09:06 신고 사실은 둘다 있었으면 좋겠어요ㅋㅋ 아무리 돈이 많아도 오지 여행에선 체력이 좋고 털털할수록 더 유리하니까요!
    넵^^ 유럽의 근사한 뮤지엄들은 기념품 가게, 카페, 레스토랑들도 같이 근사해서 정말 좋아요!
  • 공수래공수거 2016.09.13 09:57 신고 저는 카메라로 사진찍는것이 다른 사람 눈에 안 거슬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ㅎ
  • mooncake 2016.09.13 13:38 신고 저두요^^ ㅎㅎ
  • 콤군 2016.09.13 10:06 신고 https://www.google.com/flights/#search;f=ICN;t=DPS;d=2017-02-03;r=2017-02-12;sel=ICNPVG0MU5042-PVGDPS0MU5029,DPSPVG0MU5030-PVGICN0MU5041

    쉬다 오시죠
  • mooncake 2016.09.13 13:39 신고 헉 휴가만 낼 수 있다면 완전 최고네요...!!! 일단 질러놓고 싶을 정도^^
  • 히티틀러 2016.09.15 00:40 신고 가끔은 구경하는게 여행의 메인이 아니라 사진 찍는게 메인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블로그에 여행기를 쓸 생각을 하다보니 '먼저 사진부터 찍어야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유적이나 자연풍경은 부담이 적은데, 사람들이 많으면 좀 신경이 쓰여요.
    일일히 허락을 받는 것도 아니고, 받기도 힘들고...
    시장 같은 데 가면 정말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카메라 크기가 클수록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받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핸드폰 카메라 같은걸로 휙 찍고 지나가요.
    좀 보기 싫더라도 블로그 올릴 때는 모자이크를 하는 편이고요.
  • mooncake 2016.09.15 11:18 신고 넵, 근데 또 우리나라 핸드폰은 사진 찍는 소리가 나서 그게 좀 민망...ㅎㅎ

    저는 사진을 많이 안찍어놓으면 기억이 너무 빨리 날아가버리기도 하고 또 원래 사진 찍는 게 취미니까 열심히 찍는데 어떨땐 사진이 여행에 심하게 방해가 된다는 기분도 들어요ㅋ
  • 2016.09.15 12:59 비밀댓글입니다
  • mooncake 2016.09.15 13:47 신고 맞아요 동남아가 그런 면에서 특히 더 매력적이죵...ㅎㅎ
    유럽 대도시 교통요지에선 하룻밤 15만원의 예산으론 2성급 호텔의 작은 방에서 간신히 잘 수 있는데, 같은 돈으로 동남아에선 5성급 호텔에서 잘 수 있으니, 유럽여행 숙소 알아보다가 "에잇 걍 동남아나 갈까?"란 생각을 할때도 종종 있어요.
    암튼 일 끝나고 여행 가신다니 제가 다 설레이네요^^ 즐거운 여행 되시길!
  • sword 2016.09.15 14:01 신고 요즘 어지간한 박물관들은 플래시를 제외한 촬영은 허락하는 편이지만
    반고흐 뮤지엄만 사진이 불가한건 좀 의외더라구요

    덕분에 카메라와 짐을 다 맡겨놓고 볼 수 있어서 그당시 종이인형같은 몸으로 걸었던 저로선 매우 좋았던 기억이 ㅎㅎㅎ
    한편으로는 가지고 있는 실제 명화는 몇 없으면서 유명세로만 유지하는 박물관이 왜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ㅅ-

    그냥 그때그때 찍고 싶음 찍고 아니면 말고
    아프면 쉬고 아니면 돌아다니고... 상황을 편하게 생각하면 여행도 편해지는거 같아요
  • mooncake 2016.09.15 14:05 신고 저는 그때그때 다 찍고 싶어서 탈이에욧!ㅋㅋ 그리고 아픈데도 돌아다니고 싶어서 탈이구요!ㅋㅋㅋㅋ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요ㅠㅠ
  • sword 2016.09.15 14:08 신고 저 작년에
    교통사고 나서 너덜거리며 제대로 못걷는 다리로 혼자 여행을 다녀보니 그것도 나름 기억나는 일이더라구요 ㅎㅎㅎ

    아픈데도 가고 싶으면 가시면 됩니다 ㅎㅎ
    그게 왜 탈인가요 ㅎㅎㅎ
    여행지에선 정말 큰일만 아니면...
    하고 싶은대로 그냥 하세요 ㅎㅎㅎ
  • mooncake 2016.09.15 14:14 신고 앗 네;;네네
    소드님 저두 아픈상태로 여행 정말 많이 다녔습니다ㅋㅋㅋ 아파서 여행 못간 건 작년 8월 오사카 여행 한번 뿐이고... 다른 여행은 약봉지를 짐의 절반으로 채워서라도 다 떠났는 걸요. 제가 원래 지병이 있어서 안아픈 상태란 없어요. 그리고 사실 이렇게 매번 무리해서 여행 떠나는 것도 언제 죽을지 몰라서 그럽니다ㅋ 나중에, 노년에, 늙어서 여행가야지,라는 생각은 저에게 별로 없어요. 조금이라도 덜 아플때, 살아 있을때 가야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실제로 예전에 병원에서 죽을 고비 한번 넘겼을때, 다른 것보다 여행 못간게 제일 억울하더라구요.

    그리고 저야말로 여행지에서 완전 제 맘대로 하고 다닙니다ㅋㅋㅋㅋ 그래서 혼자 여행 하는 걸 더 좋아하는 거에요^^ 아무래도 동행이 있으면 시시때때로 맘 바꾸는 걸 못하니까요ㅋ

    다만 "탈"이라고 한건... 힘들어서 탈이라고 한거에요ㅠㅠ 현지에서 힘들면 쉬면 되는데, 잘 못쉬고 무리해서 돌아다니다가 결국 너무 힘들어서 죽을 것 같이 고생하니까요.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게 어려워요.
  • sword 2016.09.15 14:16 신고 무리해서 다니더라도
    역시 젊을때가 쵝오입니다 ㅎㅎㅎㅎㅎ

    아직 그렇게까지 많은건 아닌데
    좀 젊을때 열심히 다닌게 아직도 뿌듯합니다 ㅎㅎㅎㅎ
    마니마니 다니세욤 ㅎㅎㅎㅎ
  • mooncake 2016.09.15 14:18 신고 넹 소드님~
    저는 가장 여행 다니기 좋은 20대 초반의 5년을, 몸이 아파서 여행을 거의 못다녔어요. (아예 안다니진 않았지만ㅋ 20대 초반에 보통 하는 배낭여행 같은 건 꿈도 못꿨어요) 그게 제 인생에서 제일 한이 되는 일이고, 그래서 지금도 어린 친구들 길게 여행 다니는 거 보면 정말 정말 부럽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 탓에, 돈 좀 모아서, 나중에, 노년에, 은퇴한 뒤에... 이런 식으로 여행 자꾸 미루는 사람들 보면 굉장히 안타까운데, 그치만 뭐 각자 살아오며 겪은 일들이 다 다르다보니....
  • 좀좀이 2016.09.16 01:57 신고 아무리 체력좋고 털털해도 돈 없으면 여행 못 가니 후자가 압도적으로 좋네요. ㅋㅋ
    가끔 사진 촬영과 여행을 분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해요. 맨눈으로 보는 풍경과 카메라를 통해 보는 풍경이 다른데 카메라로 사진 찍은 후 다시 여유를 가지고 맨눈으로 풍경 보는 것은 잘 안 하게 되어서요. 특히 일정이 빠듯하거나 몸이 힘들 때요. 그런데 카메라 없이 여행 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더라구요. 카메라 없으니 더 자신에게 충실하고 여유롭고 깊게 볼 거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구요. 어차피 모르면 맨눈으로 보나 카메라로 보나 휙 보게 되는 건 매한가지더라구요 ㅋㅋ;; 차라리 카메라 있으면 사진 찍는다고 구도 잡느라 조금이라도 생각하면서 보는데 카메라조차 없으면 그냥 휙휙휙 아 크다 아 작다 좋네 별로네 끗~ 그리고 돌아와서는 아...내가 뭘 한 걸까? 후회감이 들고요. ㅎㅎㅎ
  • mooncake 2016.09.16 06:29 신고 네ㅋ 근데 후자는 전 세계에서 0.000001% 정도의 부자이니 - 전용기 타고 다니는ㅋㅋ - 압도적으로 좋지만 압도적으로 어려운 확률이죠. 체력 좋고 털털한 건 거기에 비함 상대적으로 흔하고 쉬운 일이구요^^ 그래서 둘 중에 하나라도,라는 전제 조건을 걸었어요ㅎㅎ
  • 아님말지머 2016.09.16 22:03 신고 두번째 네번째 단락 공감 백만개..이번 여행은 애를 델꼬 가서 더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유난히 사진만 찍고 온 기분이 강하게 들었어. 근데 사진을 안 찍자니 기억이 휘발되고, 그렇다고 다른 여행때처럼 수첩에 기록할 여유도 없으니 결국 열심히 찍는 수 밖에는 없었지만 말이야
  • mooncake 2016.09.16 22:08 신고 기억 휘발되는 거 진짜 무서워. 아까 마츠야마 여행기를 다시 써볼까 하고 사진들을 조금 편집했는데, 가류산장에서 사진촬영이 불가였던 건물 내부는 전혀 기억이 안나서 말이야...ㅠ.ㅠ 불과 세달 지났는데. 되게 멋졌다는 기억은 남아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멋졌는진 기억이 안나ㅋ

    또 여행기를 몇년 지나도 그나마 쓸 수 있는 게 사진을 많이 찍어두는 덕인 것 같아. 평범한 길거리 사진이라도 그 사진들이 있어야 그때 동선이 어땠구 어떤 기분이었는지가 기억 나니깐... 큽...
  • noir 2016.09.18 07:59 신고 여행와서 아픈사람 여기 추가요 ㅠㅗㅠ
    으으 반고흐 미술관이라니 햄볶할거같아요
    온통반고흐겠쬬?
  • mooncake 2016.09.18 10:47 신고 넵 생각보다 반 고흐 작품이 안많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보긴 했는데... 제 눈엔 많았습니다ㅋㅋ 반 고흐 친구들 작품, 동생 테오가 소장한 작품 같은 것도 많구요, 또 테오가 극찬하며 반 고흐에게 보여줬다는 모네 작품도 있구요. 전 정말 좋았어요. 반 고흐 덕후는 꼭 가셔야 하는 곳!^^
  • esther 2016.10.01 21:28 여행관련이야기, 많이 공감하며 (죄송하지만) 킥킥 웃기도..ㅎㅎ
    가족여행도 마찬가지라 불평이 튀어나올라 하는 찰나에 -소리나게 한숨만큼은 쉬지말자... 주문을 걸때가 있습니다.
    성격 유하게 암거나 잘 먹고 잘 자는 사람들, 신기하고 부러워요 저도..

    그런데 제 주변엔 여행가고 호텔에 머물면서도 싱글침대커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어서..
    그사람 얘기들으며..잘한다 잘해, 제발 계속 그리 까다롭기를...그러지요^^
  • mooncake 2017.05.02 11:43 신고 와와~ 침대커버까지!! 그 정도면 정말 여행하기 힘드실텐데 그래도 여행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셔요...^^
    저도 좀 결벽증이 있어서 알콜스왚을 뭉태기로 들고 다녀요(부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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