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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 일상의 조각들

[물건 버리기] 중고물품 수거 업체 “주마” 이용기

mooncake 2019. 5. 1. 22:00

최근 들어 "물건 버리기"에 대한 글을 자주 쓰고 있어서

말머리를 뭐로 할까 잠시 고민했는데

"미니멀리즘 일기"처럼 미니멀리즘을 운운하기엔

내가 아무리 버리고 정리해봤자 수집벽이 있는 태생상 미니멀리스트로 살기란 불가능하므로;;;

그냥 [물건 버리기]로 정했다.


그러니까 난 애초에 아래 케이스처럼은 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사람 앞 일은 알 수 없는 거지만ㅎㅎㅎㅎ


일단은

안쓰는 물건을 버려서 쾌적한 환경에서 살기.

이미 갖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더이상 쓸데없는 낭비 하지 않기.

정도가 나의 목표라 할 수 있다.


지난달에 처음으로 알라딘, 예스24 중고책 팔기를 시도해본 데에 있어

5월 1일 노동절인 오늘은

중고물품 수거 업체인 주마(zooma.kr)를 이용해서 

옷과 종이류를 정리해보았다 +_+



미리 날짜를 지정해서 예약하면,

방문 전날에 몇시쯤 방문 예정이라고 문자가 온다.


이런 거 난생 처음 해봐서

주마 직원분 오시기 전에 괜히 조금 두근두근했음ㅋㅋ


하지만 실제로는 뭐, 한 3~4분이나 걸렸나?

전용 저울을 갖고 오셔서

신속하게 무게를 재고 영수증을 써주시고는

빛의 속도로 차에 짐을 실은 뒤

쿨하게 떠나셨다ㅎㅎ

(판매 금액은 계좌로 입금됨)



오늘 판매한 내역은


헌 옷 38kg

종이류 25kg

비철류 3kg


총 금액은 13,850원.


어차피 쓰레기봉투값 안들이고, 힘도 덜 들이고 물품을 처분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외로 옷 값은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옷과 가방들을 사는 데 들어간 돈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ㅋㅋ


오늘 주마에 판 옷과 가방은 

커다란 비닐봉투로 총 6개 분량이 나왔는데...

이게 정리해야 할 옷의 고작 1/10 정도라는 게 실화?

그렇다. 버릴 옷을 다 정리한 게 아니고

일단 경험삼아 일부만 팔아봤다ㅠ.ㅠ

아직도 갈길이 멀다.


종이류도 마찬가지다.

무게 대비 가격이 얼마나 나오나 감이 없어서

커다란 종이 정리박스 1상자 분량만 일단 팔아봤는데

25kg의 가격이 고작 1,250원ㅎㅎ

알라딘이나 예스24에서 권당 500원 주는 것도 엄청 고마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옷을 버리는 것보단

책을 버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커서

역시 갈 길이 멀다.

블로그에 여러번 쓴 얘기지만, 차라리 알라딘 같은 중고서점에 책을 파는 건

다른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라 죄책감이 덜한데

주마에 책을 팔면 이건 폐지로 가는 길이니까

책한테 몹쓸 짓 하는 것 같고 지성을 저버리는 것 같고

뭐 그런 심란한 기분이 든다. 


가장 고민되는 건 전공서적들.

어차피 보지도 않는데 무겁고 크기만 한 전공서적들 ㅠ.ㅠ

대부분 원서들이라 가격은 또 오죽 비쌌게...

전에는 그래도 하는 일이 전공 관련이라 (펼쳐보진 않아도) 보관해 둬야 한다는 당위가 있었는데

이젠 그런 것도 없음.

어차피 돌아갈 일도 없고...

그니까 그냥 전부 버리면 되는데 버리기가 쉽지 않다.

대체 왜일까??

공부를 너무 안했다는 죄책감 때문일까?;;

책을 갖고 있다고 내 머리속에 지식이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책을 버리는 건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아까도 전공서적 중에 고작 몇 개 버리는데도 버릴까말까 계속 고민했다ㅠ.ㅠ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철류

엄마가 내놓은 안쓰는 냄비, 후라이팬류ㅎ

무쇠솥 같은 것도 내놓으셨는데, 그건 가격을 쳐주진 않고 무상수거는 해주신다고 했다.


워낙 집에 물건이 많다보니

옷 38kg

책 25kg

를 버렸는데도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ㅋㅋ

(심지어 책은 알라딘 예스24에 판매한 것도 있고, 조카들 준 것도 꽤 되는데)

어쩌면 이렇게 1도 물건이 나간 티가 안날까 싶어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분명 속이 후련한 기분이 조금은 있다.


물건 정리란 게, 나처럼 이렇게 망설이면서 긴 시간 들여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그래도 짧은 인생인데,

과거의 잔해에 파묻혀 이 물건을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흘려보내는 건 너무 아깝잖아.

그렇지만,

워낙 물건 버리는 게 나에겐 힘든 일이었으니까,

자신을 몰아붙이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렇게 한 걸음 내딛은 게 어디야.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가속도가 붙는 날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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