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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

mooncake 2019. 10. 6. 18:00

임시집에서의 삶.

아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많다. 


제일 짜증나는 것 중 하나가 곰팡이. 

전 거주자가 이사나간 후 붙박이장에 곰팡이 핀 거 보고 정말 엄청 놀랐다. 장에 곰팡이 핀 거 처음 봐서, 엄청난 문화충격이었음 ㄷㄷ 같이 집을 둘러보던 집주인이 "아니 그러게 장에 이불 넣지 말구 옷장문 열어놓고 다니랬는데 전 세입자가 말을 안들어서..." 라고 짜증을 내는데, 이게 말이야 방구야.

아무튼 여러가지 곰팡이 제거제를 사봤는데, 다이소에서 파는 저렴한 제거제들은 별 소용이 없었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한번애"라는 제품의 효과가 정말 뛰어났다. 

근데 효과가 뛰어난 대신 정말 독하더라... 안경끼고 마스크끼고 장갑끼고 환기되는 상태로 썼을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환기 안되는 곳에서 마스크 안끼고 뿌렸다가 며칠을 기침으로 고생했다. 


또다른 불편한 점은 지하철역이 멀어졌다는 것. 원래집은 지하철까지 4-5분인데 여기는 9분 정도 걸린다. 

추운 겨울 아침 출근길이 매우 우울할 전망이다. 


그리고 세 식구가 살기 좁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원래 살던 집보다 작은 것은 사실이고, 또 대부분의 수납가구를 원래집에 남겨놓고 와서 수납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이삿짐 두 번 싸는 건 할짓이 못된다고 판단해서 꼭 필요한 일상생활물품 외의 대부분의 짐은 미리 싸두었고(포장이사비용이 아까울 정도였음ㅜ.ㅜ), 새 집에 갈때까지 짐을 풀 생각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 보관전용 방 한개로도 모자라 거실까지 쌓인 짐박스 백여개와 같이 사는 건 뭔가 안정감이 없는 일이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면

나도 드디어 마켓컬리를 이용할 수 이따!!!!

단독주택에 살다보니까 마켓컬리 이용이 어려웠다. 새벽에 집 대문 밖에 두고 가면 분실될까봐 주문을 못했는데, 이젠 마음껏 질러주리라 (이런 뒷북) 

*단독주택 안사시는 분들은 설마 누가 그거 들고 가겠어?라고 하는데 들고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에도 집 정리하면서 물건들 당근마켓에 올리다가 너무 피곤해서 나중엔 필요한 사람 가져가라고 집 대문 밖에 내놨는데, 1~2시간 안에 거의 다 없어지더라구요. 주택가 골목길이라 유동인구가 많다고 할수는 없는데도, 그릇세트 세제세트 장난감세트 같은 거 정말 순식간에 사라지더라는.... 그리고 재활용 쓰레기 내놓은 건데도 쇼핑백이나 상자에 들어 있으면 뒤져보는 분들도 두세번 목격했어요(헐!) 그래서 택배박스 같은 게 대문 앞에 놓여 있으면 버리는 건 줄 알고 가져가는 분들이 없진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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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주거환경과 생활환경이 안정될 수록 여행을 더 많이 떠나는 경향이 있다는.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꼭 맞는 얘기인 것 같다.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하고, 어마어마한 양의 짐을 정리해야 하고, 임시 거처에서 지내야 하는 스트레스 탓인지 여행을 떠날 기분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 습관처럼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고 가끔은 여행의 순간들이 무지하게 그리워지는 순간이 오기는 했으나, 매번 결정적인 동력이 작동하지 않아 결국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 지난 13년간, 단 한번도 해외여행을 안 간 해가 없었는데, 올해가 그 해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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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출근. 믿기지 않는다. 

왜 이렇게 서둘러 복직신청을 했을까?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여러가지 사정 상 돈이 궁해서 복직신청을 했는데 막상 출근이 다가오니까 집에서 손가락 빨고 있더라도 그냥 더 놀고싶다는 기분이 막...

복직과 동시에 부서가 바뀌기 때문에 더 스트레스다. 낯선 업무와 낯선 사람들. 


아, 진작에 로또를 열심히 샀어야 했는데...ㅎㅎㅎㅎ 

돈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돈에 얽매여 살고 있는 모습이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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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뒤에도 원래 살던 집에 가서 남겨진 짐을 정리하고, 이사 온 임시집 물건 정리도 하고, 등등 할일이 많았으나...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일주일이 지나갔다. 피로가 누적되어 그럴까, 새로운 환경과 환절기 적응 탓일까... 지독한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이러다 또 분명 일정이 급박해지면 발 동동 구르며 힘들어하겠지. 제발, 귀찮아도 시간 있을 때 할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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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나 큰 성취나, 큰 부... 따위는 바라지도 않고 그냥 매일매일 평온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프지도 않고, 무리하는 일도 없이, 시간이나 의무에 쫓기지도 않고, 매일매일 소소하고 조용하게.

근데 사실은 이게 제일 힘든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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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해야 할일은 마음 비우기. 욕심 비우기. 모든 것을 내려놓기.

조급해하지 말고 흐름에 몸을 맡기기.


이렇게 마음 먹어도 습관처럼 매순간 욕심이 불쑥불쑥 올라오지만

계속 마음을 단련하고 수양해야겠다.



Long good-byes, make me so sad. 

I have to leave right now. And though I hate to go, I know it's for the better. 

Long good-byes, make me so sad. 

Forgive my leaving now. You know I'll miss you so and days we spent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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