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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우리집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우리집

mooncake 2019. 10. 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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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회사에 복귀하고 나니, 평일 저녁과 휴일의 8할은 침대에 뻗어있는 시간으로 쓰고 있다. 이래서 회사에 다니면 유독 더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은 회사도 다니고 자신의 인생도 사는데, 내 체력으로는 한개만 하기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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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기간엔 딱히 신경쓰지 않았는데도 살이 빠졌었다. 스트레스성 군것질 섭취가 줄어서 그런 것 같다. 또, 회사 스트레스가 없으니 뭔가 막 지르고 싶은 충동도 생기지 않더라(물론 많은 짐을 갖고 두번이나 이사할 걱정이 컸던 탓도 클테지만ㅎㅎ)

하지만 회사에 복귀한 지금, 휴직 효과는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며칠만에 다시 찌든 직장인이 되었다. 역시 회사는 만악의 근원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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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과 짐정리 그리고 이사에 관한 글은 너무나 개인적인 얘기가 많은 것 같아 비공개로 돌려두었다. 그 글을 읽은 분들에겐 같은 얘기가 반복되는 것 같겠지만,

아무튼 비어있는 원래집에 들릴때마다 굉장히 현실감이 없는 기분이 든다. 평생 살아온 (말 대로 평생. 태어나서부터 쭉 한 집에 살아왔으니까) 집을 떠나야했던 것이 아직도 감정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다. 휴직까지 하고 여름 내내 평생 살아온 집과 작별하는 과정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미련이 남았다.

갑작스런 휴직에 대해 뚜렷한 이유를 말하지 않자 대부분의 지인들은 건강 문제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물론 건강 문제가 아예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회사에 다니면 너무 피곤해서 저녁시간과 주말에 짐 정리를 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어쨌든 내 휴직의 사유는 평생 살아온 집을 다시 짓게 되면서 “몇십년간의 짐을 정리하고 집 그리고 정원의 나무들과 작별하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었는데, 사람들한테 말해봤자 이해할 것 같지가 않았다.

왜냐면 내 주위엔 단 한번도 이사하지 않고 한 집에서만 계속 살아온 사람도 없고, 나처럼 수집취미가 다양한 사람도 없고, 가족들의 짐이 가득한 지하실창고와 정원이 딸린 집에서 사는 사람도 없어서, 일일이 상황을 설명한다한들 충분한 공감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명은 “짐 정리 때문에 휴직한다고...????”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은 많은 양의 짐을 껴안고 임시집으로 이사를 하고, 아직도 원래집에 남겨놓은 물건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버릴지 말지 고민하느라 여전히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고, 물건에 집착하느라 휴직기간 동안 여행 한번 못갔지만,

​그래도 집과 헤어지는 시간을 갖기는 잘했다고 생각해.

3개월의 시간을 가지고도 이렇게 미련이 남아 힘든데, 오죽할뻔 했나...
남들의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고
통장의 잔고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결과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올 여름 내가 가장 원하는 형태의 시간을 보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비록... 짐정리 하기 싫어서 매일매일 괴로웠고 현실도피성 딴짓으로 보낸 시간이 더 길긴 하지만;;; 그리고 그건 지금도;;; 허허허;;;)

P.S. 지하실엔 어린 시절부터의 장난감과 인형이 거의 다 보관되어 있어 깜짝 놀랐다. 물론 미미의 집처럼 내가 못버리게 한 장난감도 많았지만(...) 기억에서 잊혀졌던 커다란 봉제인형들마져 할머니가 빠짐없이 소중하게 곱게 싸두신 걸 보곤 당황했다. 생전에 나를 정말 엄청나게 예뻐하셨는데, 그래서 손녀가 쓰던 크레파스 하나 못버리고 전부 다 두셨던 듯. 적어도 우리 할머니에겐 내가 삶을 즐겁게 하는 존재였겠지, 할머니의 노년에 한줄기 빛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보잘것 없는 내 삶도 아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건 꽤 위안이 되어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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