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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불평잡담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불평잡담

mooncake 2020. 4. 17. 15:00

(1) 지금은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상황이긴 하겠지만... 코로나19와 별개로, 예상과 어긋나는 생활이 일년 이상 지속되고 일의 진척이 없다보니 정말 지친다. 어쩌면 이렇게 좋은 일이 하나도 안일어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 진행되지 않고 계류 중인 상태가 오래 갈 수 있을까. 애매하게 붕 떠 있는 느낌.

 

(물론 늘 그렇듯이) 머리로는 알고 있다. 이보다 상황은 얼마든지 안좋을 수 있고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걸.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현재를 즐겨야 한다는 걸.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는 있는데 가끔씩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홧병 걸릴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도 내 인생엔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는 어두운 터널같은 시기가 여러번 있었다. 영화 라푼젤(Tangled) 노래처럼 When will my life begin?만 되뇌이던 때가. 내 인생의 테마는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지도 모른다. 이젠 기다리는 일엔 신물이 난다.

 

(2) 재택근무가 끝났다. 재택근무를 할 때는 일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투덜거렸는데 막상 매일 출근하게 되니까 너무 피곤하다며 투덜대는 중이다. 사람이 어찌 이리 간사한가.

 

(3) 회사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온라인 교육을 쏟아붓고 있다. 왜죠? 주말에도 계속 교육을 듣고 시험을 봐야 한다. 강제로 새우잡이배 탄 느낌이다.

업무 외 시간에도 회사와 관련된 일에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게 짜증난다. 자기계발 따위.

 

(4)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 주식을 거의 사지 않았다. 물타기도 안했다. 시장을 엄청 비관적으로 본 탓이다. 근데 생각보다 반등이 너무 빨라 당황스럽다. 주변엔 이번 기회로 돈 번 사람들이 넘치는데 나만 쓸쓸함... 다시 조정이 오기야 하겠지만, 일단 한번 재미는 보고 갔더라면 좋았을 것을.

 

(5) 맥심 레트로 보온병을 사고 싶었는데 4월 15일날 시장에 풀리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되었다고. 그걸 하루 지나서야 알았다. 난 왜 이렇게 모든 정보가 느릴까. 각종 한정판도 출시된지 몰라서 놓치고, 여러 취미 분야에서 항상 정보가 느리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아이템도 잘 모른다. 가샤폰도 피규어도 플레이모빌도 음반도 그릇도 각종 핫딜도 자꾸 놓치기만 한다. 이유가 뭘까. 뭐가 잘못된 걸까. 관심사가 너무 넓게 분포하고 있는 탓인가, 맨날 이상한 데 정신이 팔려있는 탓인가, 게으른 탓인가. 안개 속을 서성이는 느낌이다. (물론 모든 일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모든 취미 분야에서 정보가 빨랐다면 통장 잔고가 지금보다 훨씬 빈약했을지도)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김광석 가사처럼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멀어져 가는 것들이 너무 많다. 애초에 닿지 못한 것들도.

 

(6) 무려 1년 4개월만에 화장솜을 주문했다. 이토록 사소한 일을 기억하는 이유는 마지막 구매 후 대대적인 짐정리에 돌입하면서 "집에 쌓인 물건들 우선 소진"에 나섰기 때문이다. 나도 몰랐지만, 1년 4개월치의 화장솜을 비축한 채 살고 있었던 것이다ㅎㅎ

지난 1년간 물건을 정리하는 엄청난 노력 끝에 이제 생활물품에 관련해서는 나름 미니멀리즘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 옷, 가방, 신발도 많이 줄여서 조금 모자라다고 느껴질 정도. 그리고, 생활용품이나 의류는 쓰지도 않을 물건을 샀다가 버린 "돈"이 아깝지 버린 물건 자체가 아깝지는 않다. 

 

하지만 생활용품 쟁임병이나 의류를 싹 버렸다고 해서 짐이 없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짐이 매우 많아서, 그 동안의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원래 취미/취향 관련 짐이 많은 사람이 가구, 생활용품, 의류를 버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였던 거다. 게다가 책이나 그릇, 장난감, 추억의 물건들은 버린 게 후회되고 자꾸 생각나는 아이템이 많아서 괴롭다. 애초엔 계속 물건을 정리할 생각이었지만, 이미 마음의 상처가 커서 남은 짐들은 그대로 끌어앉고 가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결국 포기해야 하는 것은 인테리어다. 작은 공간, 많은 짐, 원하는 인테리어는 공존할 수 없다.

 

(7) 외롭고 지루하고 공허하고 지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나름 평온한" 일상을 감사해 할 것.

 

4.29 추가

(8) 위의 쓴 "나름 평온한 일상"도 깨졌다.

이렇게 불평글을 쓰면, 너 좀 더 당해봐라!라는 식으로 더 안좋은 일이 벌어진다.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인생은 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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