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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

mooncake 2020. 6. 3. 00:20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어둡고 군데군데 쇠파이프가 가득한 공사현장인데

공사현장 안에 들어가니 묘하게 마음이 편해짐ㅎㅎ

생각해보니까 편안함을 느낀 장소가 원래 내 방 위치였다.

눈으로 보이는 공간의 외형은 완전히 달라졌는데도 몸과 마음이 편한 걸 보니

이를테면, 공간의 파장 같은 걸 무의식은 알고 있는 건가

 

얼마전의 일인데,

어렵게 시작된 공사인데 비가 와서 아침부터 기분이 좀 울적했다.

근데 공사현장을 지나가다보니

비가 오는데도 우비를 입고 작업하고 있는 분들이 있더라.

좀 놀라기도 하고, 엄청나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분들이야 그냥 생업인거지만,

내 입장에선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인간이란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하지만

또 의도치 않게 감동을 주기도 하는 듯.

 

오늘 간만에 건축사님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축에 대한 애정이 어마어마하신 분인데

오늘 대화 중 일반 건축에 대한 얘기가 9 우리집 건축 얘기는 1이었던 것 같음ㅋㅋㅋㅋ

 

그런 자유로운 대화 분위기 속에서

위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이건 다음 생에서나...

아니 다시 태어나도 안되겠지만ㅋㅋ

제가 서태지 평창동 주택 매물로 나온 거 보고 너무 부러웠던 공작실이에요"라고 얘기 드렸다.

다른 부분이야 그냥 응 크고 좋은 집~하면서 여상히 넘겼는데

어마어마한 규모의 수납공간과 작업공간이 마련된 공작실을 보니깐 어찌나 부럽던지

(+전면 창과 뷰도...)

인형, 미니어쳐, 플레이모빌, 레고 이런 취미 가진 사람이 취미생활 하기에 정말 최고의 공간이다.

저 방에 취미생활 관련 책이며 수집품들 다 집어넣고

한쪽 벽면엔 피아노며 첼로 우쿨렐레 기타 늘어놓으면 참 좋을 듯.

 

여튼 건축사님과 대화 마무리하고 나오면서,

내부 구조나 인테리어에 대해 논의할 때,

제가 집 규모나 예산에 비해 택도 없는 사진을 들이밀어도

너무 흉보지는 마시라~

그러지 않으면 자기검열하다가 원하는 안을 아예 제시 못할 것 같다고 얘기드리자

건축사님이 웃으시면서

네 그럴께요. 근데 이미 서태지 공작실도 보여줬잖아요 ㅎㅎ 라고 하심

ㅎㅎㅎㅎ

ㅎㅎㅎㅎ

ㅎㅎㅎㅎ

얼마전에 발견한 마음에 드는 안락의자와 오토만

근데 가격은 마음에 안듬ㅋㅋ

대략 세트로 5백만원 정도 하는 듯

그래 안되면 일단 뭐 이런 접이식 의자라도(...)

안락의자야 천천히 사도 되는 걸.

근데 왜 눈물이 나지

과감한 컬러의 인테리어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아마 결국은 못하겠지

 

온갖 가능성을 검토해보고 있지만

결국 끝은 무난 평범이 아닐까

매주 즐겨보고 있는 Pedro Aznar 라이브

근데!!!!!!!!!!!!

라이브 방송이 꽤 진행될때까지만해도 Pedro Aznar 의자 위에 누워 있는 게 고양이인 줄 몰랐음ㅋㅋ

얼굴이 안보이고 작은 화면으로 보고 있어서

퍼로 된 장식담요 같은 건 줄ㅋㅋ

근데 갑자기 뭔가 움직여서 보니까 고양이!

 

하... 고양이 고양이

나만 고양이 없어 ㅠ.ㅠ

사실 Pedro Aznar가 인스타그램에 고양이 사진을 종종 올리곤 해서

평상시에도 부러워하곤 했었다 :)

 

멋진 음악을 하는 아름다운 고양이 두마리의 집사

축복받은 삶이다.

 

이쯤에서 Pedro Aznar 곡 하나 듣고 가자...

Pedro Aznar & Ramiro Gallo - Regalo 

 

Iori Kimura의 nord keyboard 연주 장면

지난달인가 디지털키보드 구입을 고민했었는데

뭐 살까 며칠 고민만 하다 잠시 중단한 상태

100만원선에서 해당 가격대의 야마하랑 커즈와일 놓고 고민하다가

카시오꺼가 88건반 중 제일 작고 가볍길래

디지털키보드 구입의 취지를 고려하여 그냥 그걸 살까...했었는데

 

Iori Kumura가 Nord 건반 쓰는 거 보니 또 마음이 흔들림

물론 애초에 구입을 고려했던 가격대보다 가격이 확 뛰긴 함.

이게 항상 딜레마다.

적당한 가격대를 사서 일단 써보고 갈아탈지

아님 처음부터 제대로 된 걸 살지...

 

일각에선 피아노 소음키퍼 정도만 설치해도 큰 문제는 없을거라고 하기도 하고

그럼 또 굳이 디지털키보드를 살 필요는 없어서

고민하다 결국은 잠시 중단한 상태 ㅠ.ㅠ

참 쉬운 게 없다.

João Gilberto | Live at Umbria Jazz Festival

 

며칠전에 조앙 질베르뚜의 움브리아 재즈 페스티벌 라이브를 듣다가

잘 지내시나?싶어서 검색해보니

작년 7월 6일에 별세하셔서 충격

 

작년 7월이면 한참 정신없었을때이기는 한데 ㅠㅠ

그래도 어떻게 거의 1년이 지나서야 아나...ㅠㅠ

항상, 쓸데없는 것에 정신팔려서 핵심을 놓치고 사는 느낌

아무튼 너무 늦었지만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시길...

 

6.4) 추가

건축 관련 포스트를 읽다가 팩트폭력 당함ㅎㅎ

바로 이 부분

 

대부분의 건축주는 자신의 집이 다른 주택보다 더 특별하고 멋지게 완성될 거라 기대한다.  상가 주택가를 걷다 보면 건물은 모두 다른 형태와 마감 재료로 자신만의 매력을 드러내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고 있는 옷만 조금씩 다를 뿐, 정작 똑같은 마네킹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택에 '무엇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심이 부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슷한 토지면적과 규제의 틀 안에서 최대 면적과 가구 수를 확보하다 보면 특별한 대안을 만들기 어렵고, 결국 비슷한 골격을 가진 건축물로 태어나는 결과가 되고 마는 것이다.

 

내가 괴롭고 고민되는 것도 이 지점이다.

평생 단독주택에 살아왔고, 건축물에도 관심이 많았고,

멋진 인테리어 사진 보는 게 취미생활이기도 했지만,

집을 다시 짓게 된 건 너무나 갑자기 닥친 일이었기 때문에

내가(우리 가족이) 원하는 집에 대한 고민을 할 틈이 없었다.

또한, 고민을 충분히 했다고 해도 면적과 각종 규제, 그리고 예산이 주는 한계가 너무 커서

원하는 걸 구현하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이제 큰 틀은 거의 확정적이고

(공사 과정에서 변경되는 게 없지야 않겠지만, 허가 변경이 필요치 않은 작은 부분들에 한정될 것)

남은 과제는 내부를 어떻게 잘 꾸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인데,

이건... 즐거운 일이면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일이다. 

 

아파트처럼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꾸미는 게 아니라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평면도가 있다 한들 그 공간의 실제 크기나 구조가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아 더 어렵다.

물론 내가 원하는 걸 전달하면 제약 요건 내에서 최대한 구현할 방법을 찾는 것은 전문가의 몫이니

조금은 마음을 놓아도 되겠지만....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혼란스럽다는 것이 문제.

특별한 것, 내 취향을 온전히 녹여낸 공간을 원하지만

지금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헷갈린다 T.T

 게다가 짐은 좀 많아야 말이지... 궁시렁궁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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