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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멘붕의 시기 (우울 주의, 불평 주의)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멘붕의 시기 (우울 주의, 불평 주의)

mooncake 2020. 8. 30. 00:35

Raymond Wintz - The Blue Door



*

20대 초반에 몸이 크게 아파 장기간의 환자 생활을 한 이후로,

내 인생은 계속 내리막길이었다.

항상 힘들고 일이 풀리지 않았다. 기적도, 행운도 없었다.

음악, 여행, 장난감 같은 것들로 

현실의 고통을 간신히 틀어막으며 지내고 있을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슬프게도 내 인생의 리즈 시절은 10대 후반이었던 것 같다.

(남들보다 1년 일찍 학교를 다녀서, 대학생이 되었을땐 만 17세였다.

그 당시엔 딱히 좋은 시절이라고 생각을 안해서 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일까 궁금해했는데 

지나보니 그래도 그때 만한 때가 없었구려) 


그러니까,

이번 생은 이미 망했으니까 (그렇다고 다음 생이 있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인생에 대해 불평해봤자 너무 새삼스러운 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2주간은 정말 멘붕의 도가니였다


작년부터 안좋은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때문에 기분 전환도 못하고 있는데

또 힘든 일이 터지니깐 정말 멘탈이 탈탈 털렸다.

그 와중에 회사는 미친듯이 바빠 더더욱 정신이 없고

코로나 사태는 더 심각해지고

몸과 마음이 다 너무 힘들었다.


삶은 원래 고행이야.

상황이 더 나쁠 수도 있었어

이만하길 다행이야

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힘든 일이 겹쳐서 오면 새삼스레 울컥!하면서 내 인생 전반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한도끝도 없이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게 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라고

답도 없는 질문을 되뇌이면서.


*

심지어 집 짓는 것조차 내 마음 같지 않다.

공사 시작이 지연되다가 드디어 골조가 올라가기 시작했을 땐 기뻤는데

완성된 골조를 보니 마음에 안드는 것이 참 많이 보인다.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내 화장실이 너무 좁다...!

이대로는 도저히 못쓰겠소!라고 건축사님에게 얘기해서 당초 설계보다 넓히긴 했는데

그래도 확장에는 한계가 있었고 여전히 좁다.

그렇게 오래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그렇게 힘들게 짓고 있는데

화장실 넓이조차 내 맘에 안들다니ㅠ.ㅠ

굉장히 기운 빠지는 상황이다.


결정장애자인 나에겐 골라야 할 게 너무 많은 상황도 스트레스다.

여행 갈때 어느 호텔에서 묵을지도 미친듯이 고민하는 나에게

집을 새로 짓는 건 너무 과한 일이다.

(그래서 왠만한 건 오빠에게 떠넘기고 있음ㅎ)


*

정신적 자극이 도통 없는 시기가 너무 길었던 것도 문제다.

많은 것들이 pending 중이라는 이유로

너무 게으름을 부렸다.


위에서 크게 아픈 뒤로 인생이 망가졌다고 투덜거렸는데

여기엔 나의 나약한 멘탈과 게으름도 한몫 하긴 했다.

위인들은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바꾸지만

나는 위기가 왔을 때 그냥 주저앉아 버리기 때문에.


*

아무튼간에 

내 피아노가 그립고 (피아노 공방에 맡겨 둠)

씨디들이 그립고 (오빠네 집에 맡겨 둠. 모든 음악을 유튜브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보니 1년째 못듣고 있는 음악들이 있다)

찻잔이 그립다. (역시 오빠네 집에 맡겨 둠)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


*

인생의 목표가 없어진 지 오래,

빈약하고 우울하고 공허한 삶을 여행으로 커버쳐가며 지내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여행을 못가게 되니깐

내 삶이 얼마나 텅 비어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물론 몇년전부터 여행 외에도 새로운 인생의 동력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여즉 못찾음.

뉴노멀의 시대에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으로 고단한 삶을 버틸 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근데 고민한다고 답이 찾아질 문제는 아니라는 게 문제.


예성 - Pink Magic


이럴땐 음악이라도 밝은 걸 들어야 할 듯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이는 날이 다시 올 것 같진 않지만.

Macdonald Duck Eclair - The Genesis Songbook


에라 모르겠다!


(댓글창은 닫아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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