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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어느새 가을, 10월의 끝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어느새 가을, 10월의 끝

mooncake 2020. 10. 26. 13:00

 

 

정신없이 지내는 사이 집 앞 공원의 나무는 단풍이 들어버렸고, 심지어 지난주 주말은 한파특보까지!

요즘은 참 뭐랄까, 바쁜데, 외롭고 허하다.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절친을 만나 가을의 집 앞 공원을 걸은 건 기쁜 일^^)


여행의 끝, 무거워진 여행가방을 돌돌돌 끌고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고 방문을 열면, 집을 비운 사이 정갈하게 치워진 내 방이 나를 맞는다. 엄마가 방을 치워 주시는 건 같은데, 어째서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면 방이 평소보다 더 깨끗한 느낌이 드는 건지 곰곰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재빨리 샤워를 마치고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침대에 뉘인다. 바스락거리는 새 시트의 청결함이 기분좋게 느껴진다. 머리를 채 말리기도 전에 잠에 빠져든다. 그렇게 몇 시간 잤다고 해서 여독이 풀릴 리는 없어, 여전히 머리는 지끈지끈 아프지만 엄마가 차려놓은 밥-해산물과 버섯이 듬뿍 들어가 시원한 맛의 된장찌개라던가 전복이 가득 들어간 전복죽이라던가-을 먹고 나면 약간 기운이 나는 것 같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점이 슬프지만 그래도 크게 아프지 않고 무사히 여행을 마쳤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든다. 녹진녹진하게 몸이 녹아든다.

살다살다 여행이 끝나는 순간조차 그리워지는 날이 온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떠날 수도 없고, 항상 나를 맞아주던 내 오래된 방도 이 세상에서 소멸된 지 1년이 가까워온다. 모든 것은 과거의 추억이 되었다. 그립다.

 


 

 


어릴 때 처음으로 선물 받았던 향수, 듄 Dune.

제 나이에 어울리는 향은 아니였지만, 가끔씩 듄의 향기가 그리워 질 때가 있다. 몇 번인가 다시 구입할까 했는데 면세점에선 100ml 단위만 팔고 가격도 저렴하진 않아서 매번 망설이다 관뒀다. 30ml 향수들도 다 못쓰고 몇 년이 훌쩍 지나갈 때가 많은데 100ml는 참 부담스러운 용량이다. 방향제로라도 사용할 각오로 사볼까... (그렇지만 방향제로 써야지,라고 둔 오래된 향수가 워낙 많다는 것이 함정ㅎㅎ)

 



요즘처럼 찬 바람 불 때 생각나는 음식은 양장피. 오래전 한동안 자주 어울렸던 선배가 양장피를 유독 좋아해서 술을 마실 때면 두 번에 한 번은 양장피를 안주로 먹곤 했다. 겨울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의 가슴 속을 허하게 만드는 차가운 바람과, 톡쏘는 양장피 겨자 소스와, 소주의 알싸함. 날이 추워서 그랬는지 겨자 소스가 독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높은 알콜도수 때문이었는지 양장피를 먹을 때면 늘 가슴 속이 일렁였다. 그 순간이 왜 이리도 오래 남는 기억이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 이후론 딱히 양장피를 먹은 일이 없어서일까.

 


 

이 계절엔 꼭 들어줘야 하는 고스트송 ^^

 


 

전반적으로 지치고 우울한 나날이긴 한데, 금요일날, 전날 집 앞 빵집에서 산 치즈식빵과, 역시 전날 퇴근길에 구입해서 후배랑 한병씩 들고 귀가한 홍콩다방 홍콩행밀크티로 아침식사를 하는데 새삼스럽게도 너무 맛있어서 행복했다. 행복할 상황은 아니였는데 그 찰나는 행복했다. 이 글은 금요일 아침의 치즈식빵과 밀크티 때문에 쓰게 됐다. 비록 이 짧은 글도 다 쓰지 못해 월요일에서야 마무리 짓고, 별 내용도 없다는 게 문제지만. 지나치게 사사로운 글로 이 글을 읽어주신 블로그 이웃분들의 시간을 뺏은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나, 힘든 시기에도 작은 행복들이 적지 않았다는 걸 기억하기 위해서 이 글을 남겨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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