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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아이폰12프로 폭망, 집 앞 카페, 디테일 폭망, 강제 미니멀라이프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아이폰12프로 폭망, 집 앞 카페, 디테일 폭망, 강제 미니멀라이프

mooncake 2020. 12. 19. 15:50

며칠전 드디어 아이폰12프로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순간의 실수로 카톡 데이터를 모두 날렸다.

진짜 어이없는 실수인데 바빠서 정신없음 + 아이폰 마이그레이션이 너무 편해서 방심한 탓이다.

오래된 대화를 지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정말 긴 세월의 카톡 대화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어찌보면 스스로 못 지우던 대화들이 싹 날라간 건 아쉬우면서도 시원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문제는 카톡에 저장된 데이터가 적지는 않았다는 거. 집 짓는 거랑 관련된 기록들은 오빠 쪽에 데이터가 남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데 (하지만 역시 불편하긴 하다) 나와의 대화에 여러가지 메모해 놓은 것들이며 또 여기저기서 받은 기록들 모두 안...녕 ㅠㅠ

나와의 대화에 뭐가 있었는지 1도 기억 안남. 집짓는 거랑 이사 준비 관련해서 생각날때마다 적어놨는데 망했다. 부디 날라간 기록들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ㅠㅠ 행여나 하는 불안감에 깝깝하다.

급하게 산다고 카드 할인 하나 없이, 또 제일 원했던 색상인 그래파이트 대신 실버로 샀는데 차라리 천천히 사는 게 좋을 뻔 했다. 역시 인생사새옹지마...

(정확한 실수 경로를 알려드립미다.
아이폰12프로가 옴 -> 켜자마자 자동으로 마이그레이션 진행하길래 아무 생각없이 따라감 ->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이폰12프로 케이스가 없어서 생폰 들고 가긴 좀 그렇길래 원래 쓰던 아이폰6 델고 가면서 아무 생각없이 아이폰6에서 카톡 재접속하기를 누름 -> 아이폰6 카카오톡에서 최근 2-3일간의 대화만 남기고 모든 데이터가 사라짐 (그냥 재접속인 줄 알았지 데이터 날리는 줄 알았냐고ㅠㅠ) -> 아이폰12프로에 마이그레이션 된 카카오톡 데이터를 백업하려 하였으나 아이폰6 재접속 한 이후 아이폰12프로 카카오톡 백업이 불가능해짐.
다른 앱과 달리 여러기기에서 중복 사용을 허용치 않는 카톡의 정책 때문에. 그리고 카톡 백업을 해놓지 않고 생각없이 재접속을 누른 실수 때문에... 여튼 요즘 제정신이 아님 ㅠㅠ)

집 앞에 작은 카페가 하나 있다. 원래는 오래된 작은 수퍼(라기에도 너무 작은, 옛날 구멍가게 같은 곳)가 있던 자리인데 건물주 자녀가 카페를 하기 위해 내쫓았다고 전해 들었다. 사실 내쫓았다기 보단 계약기간이 다 됐던 거고 건물주로서는 필요한 선택을 한 거였겠지만 원래 가게를 하던 분이 막막한 상황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좋진 않았었다.

그래서 의미 없는 정의감;;에 몇년동안 한번도 이용하지 않았는데 몇달전 우연한 계기로 커피를 마셔보니 맛도 괜찮고 사장님도 굉장히 친절했다. 그 뒤로 태세 전환하여 종종 이용 중인데;;; 오늘은 라떼를 사면서 원두 50g도 구입해봤다. 핸드드립용으로 갈아주십사 부탁드리고 기다리는데, 드립커피 좋아하냐고 물으시더니 미리 전화로 주문하고 방문하면 일반 아메리카노 가격에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준다하심. 오오 +_+ (사장님 왈, 내가 원두도 팔지만 그래도 남이 내려주는 핸드드립이 제일 맛나요ㅎㅎ)

작은 용량의 원두를 집 앞에서 살 수 있어 좋고, 핸드드립도 저렴한 가격에 내려주신다니 좋고. 오늘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주었다.

+) 그래서 이 글을 쓰고 난 뒤 오늘 산 원두를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셨더니 향도 좋고 맛있었다ㅎㅎ 내가 내려 마시는 핸드드립 진짜 오랜만이다. 임시집으로 이사 와서 처음 ㅠㅠ 뭔가 마음에 여유가 진짜 없었구나 싶다. 핸드드립 포트 찾느라 뒤적뒤적하다가 오랜만에 만난 파이렉스 머그도 반가웠다.

새 집에서 신문지 깔고 짜장면...이 아니고 신문지 깔고 라떼. 블라인드 사장님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중. 계단참에 앉으면 다리를 바닥으로 내리고 앉을 수 있어 그럭저럭 의자대용으로 사용 중. 집은 한달전과 차이가 없다. 속 터진다.

진심 디테일이 폭망인 새 집.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라, 매일매일 나 혼자 대환장파티 중이다.

집을 새로 짓고 인테리어를 하면서 그래도 차라리 회사일이 백배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사람들은 공사 관계자보단 말이 잘 통하고, 일한 댓가로 돈도 받는데, 집 짓는 건 돈 주고 속 썩기라서...
알다시피 원래 회사 되게 싫어하던 사람인데(...) 집 지으면서 회사가 차라리 낫게 느껴지다니, 모든 건 참 상대적이다.

새 집이 나를 좌절시키는 것 중 많고 많은 하나는 드레스룸. 구조의 한계 탓으로, 엄청 옷을 버렸어도 4계절 옷을 걸기에는 택도 없다. 옷을 더 버려야 할 판이다. 여기서 옷을 더 버리면 강제 미니멀라이프 ㅠㅠ
방 구조 상 문 달린 옷장도 못넣고, 옷 수납공간도 턱없이 부족해서 개빡침. 이럴까봐 다락층 수납장 일부는 옷장으로 만들어놓긴 했는데 계절 바뀔때마다 계단으로 옷 들고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도 못할 짓이다. 옷만 문제가 아니다. 현관이 좁아서 신발장도 작다. 3인 가구가 쓰기엔 택도 없이 부족한 신발장이다.
물론 불평하려면 한도 끝도 없고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겠지만, 집을 짓느라 들인 수고와 스트레스와 시간을 생각하면 이렇게 모든 것이 기대 그리고 계획과 다르다는 것이 허무하고 실망스럽다.



다시 카톡 날린 이야기로 돌아가서.
점성술에서는 2020년말부터 세상이 크게 변하는 시기라고 이야기하고, 내 개인적인 운세도 앞으로 변화가 많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거다~라고 하는데, 일단 연말에 드디어 새 집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새해엔 업무도 바뀌어서 약간 솔깃하는 중. 카톡 데이터를 싹 다 날린 것도 어쩌면 지난한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한 수순이 아닐까 좋게 좋게 해석하려고 한다. 비워야 새로운 걸 맞이할 수 있으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카톡 날린 걸로 인해서 문제만 안생기면 된다. 이미 모든 것이 문제 투성이인데 더이상은... 이쯤에서 멈춰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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