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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사소한잡담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그냥사소한잡담

mooncake 2021. 11. 1. 19:00

인생 참 잘못 살았다는 진하고 거한 현타는 가끔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새 집 욕실 창문 누수 때문에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공사를 하고, 정리하고, 한숨 돌린 뒤 오후 늦게 출근했는데, 그동안 집 짓느라 + 인테리어 망해서 쌓인 원한과 울분이 다시 욱하고 올라왔다. 과거로 시간을 돌린다면 절대 집을 새로 짓지 않을 거다. 애써 흐린 눈을 하고 있지만 집은 마음에 안들지, 회사는 일이 쌓여 있지, 요즘 내 인생은 너무 재미없지, 하다못해 며칠 전 새로 한 머리도 망했고, 앞으로도 인생이 나아질 전망은 매우 어두워보이지... 이런 게 이생망인가요 ㅠ.ㅠ

여튼,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집이 너무 짜증나서 확 휴직하고 여행이나 갈까 생각을 했지만 (1) 지금 부서에서 그런 짓 하면 완전 욕먹음 (2) 돈이 없음 (3) 유럽에서 마스크 쓰고 다니다가 테러 당할까봐 겁남

물론
(1)은 사실 아주 큰 문제는 아님. 엄청 미안하긴 하지만 회사 사람들과 평생 함께 할 건 아니니깐. 가급적이면 남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은 게 좋겠지만 꼭 선택해야 한다면 내 인생이 제일 중요함 (2)도 해결 방법은 있음. 묶여 있는 돈들을 푸는 건데 투자 측면에선 매우 비효율적이지만 정 떠나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지 (3)마스크 쓰고 다니다가 테러 당하는 것도 무섭지만 안쓰고 다니다가 타지에서 혼자 있는데 코로나 걸리는 것도 무섭...지만 역시 가고 싶으면 가야지. 그러나 늘 그랬듯이 못 떠나는 이유는 결국, 그래봤자 고작 6개월여의 현실도피가 끝나면 변한 것 하나 없는, 아니 오히려 더 나빠져 있는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부서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만 갑자기 빅엿을 날리고 외국으로 튀면 6개월 뒤 상당수 구성원과의 관계가 삐걱거릴 것이며, 여유자금은 지금보다 더 없는 데다가, 집이 저절로 혼자 인테리어가 좋아져 있을리도 없고... 아무튼 암울하다 암울해.

인생에 대한 현타가 작은 것에서 출발하듯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도 역시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동기 언니에게 집 공사 때문에 휴가 쓰고 늦게 출근했다고 말하자 "메신저에 없길래 난 또 네가 아픈 줄 알았지"라는 말에, 아아 그래 내 몸이 아픈 것보단 집이 아픈 게(?) 훨씬 낫지 싶고. 하늘같이 까마득한 선배님이 어디 아파?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라고 건넨 다정한 한마디에 또 위로를 받는다. 그나저나 회사에선 감정을 숨기려 노력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티가 나나 보군. "사실은 기분이 안좋은데, 그렇게 티가 났나요ㅠㅠ?" 라고 여쭤보니 아니라고, 다만 평소엔 밝은데 오늘은 조용하길래 걱정이 되어서 물어보셨단다. 그렇게 둘러둘러 말해주시는 마음씨도 고맙다.

여튼 기분 나쁜 일은 백가지쯤 있고 기분 좋은 일은 두가지쯤 있는, 그런 나날들이다. 내 인생만 그런가 아님 남들도 대체로 이러한가. 내 인생이 진짜 문제인가 아님 내 마음이 문제인가. 스스로를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중인가? 확실한 것 하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한없이 작아보이고 못가진 것은 한없이 커보인다는 것이지만, 아무리 그걸 알아도 나쁜 일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12 Comments
  • Normal One 2021.11.01 21:52 신고 그래도 지금 곁에 계신 동료들이 문케잌님과 잘 맞으시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비록 회사사람들이긴 하지만 사람인지라 또 그런 사소한 몇마디에 위로받고 그러더라구요...
  • mooncake 2021.11.02 10:03 신고 넹넹. 한 6년전쯤 최악의 회사 인간들을 겪고 난 이후로 웬만해선 다 무난하게 느껴지기는 합니다만ㅎㅎ 지금 부서원들 역시 좋은 편이에요^^
    말씀처럼 사람이 사람에게 전해줄 수 있는 사소한 위로같은 게 있죠, 노말원님도 종종 그렇고요ㅎㅎ
  • 空空(공공) 2021.11.02 16:53 신고 몸이 아프신 것보다 집이 아픈 게 정말 훨씬 낫습니다
    현명하신 동기 언니 분이십니다
  • mooncake 2021.11.02 16:55 신고 중요한 건 아닙니다만ㅋㅋ
    몸이 아픈 것보다 집이 아픈 게 낫지는 제 생각입니다ㅎㅎㅎㅎ

    사실 다른 큰 문제들보단 제일 사소한 문제이기는 한데 말이죠ㅠ.ㅠ
  • 空空(공공) 2021.11.02 16:57 신고 앗 그렇네요 ㅋㅋㅋ
    현명하십니다^^
  • mooncake 2021.11.02 19:13 신고 히힛 감사해요 ㅋㅋㅋㅋ
  • 더가까이 2021.11.03 12:26 신고 한분만 마음 나눌 사람이 곁에 있어도 그럭저럭 살만은 하지요. 여행 가는데 6개월 휴직까지 생각하실 정도면 누적 스트레스가 심하시긴 한가 봅니다. 저는 명색이 가장이라 기껏해야 2~3일... ㅎㅎ
  • mooncake 2021.11.03 12:34 신고 계속 우울해요ㅋㅋ 현실도피성향이 강하기도 하고요... 원래 1년 휴직하고 해외 체류 계획할 계획이 있었고 오랜 바램이었는데 갑자기 집을 다시 짓게 되면서 짐정리하느라 몇달 쉬느라 못가서 아쉬움도 크구요... 아무튼 인생은 늘 바람처럼 풀리지 않았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나쁜 일만 있는 인생이라고 우길 수는 없지만ㅋㅋ 아무튼 제 기대보다는 너무 못한 인생...... 계속 우울하다보니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지만 사실 그래봤자 그 끝은 빤하니까요 ㅠ
  • esther 2021.11.07 23:44 사소한 것에 상처받고
    사소한 것에 위로받고...
    그렇게 살아지는 것 같아요..
    매너있는 동료는 정말 축하할만한 일입니다^^
  • mooncake 2021.11.28 23:24 신고 그러게요.
    사실은 좋은 일이 나쁜 일보다 더 많은건데 나쁜 일을 더 크게 느끼는 거겠죠?ㅜㅜ
  • 슬_ 2021.11.30 17:18 신고 집 인테리어 스트레스 받지요... ㅠㅠ 저희도 집 지어서 살고 있는데
    부모님 집이다보니! ㅋㅋㅋㅋ 저희 취향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그러나 군말은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랍니다 ㅋㅋㅋㅋ
    꾸미기도 기냥 포기하고 처음 완성된 모습 그대로 그냥 살고있어요.
    제가 인테리어 센스가 없어서리 허허허...

    별개로 저는 날씨가 흐려지면(겨울이 되면) 뭐든 재미가 없고 의욕이 안나고 그러더라고요.
    좀 으쌰으쌰 해보려고 해도 영... 게다가 벌써 코로나와 함께하는 2.5번째 겨울이라
    더 막막하게 느껴지네요 ㅠㅠ
    기운내십시오오오...
  • mooncake 2021.12.13 17:07 신고 저는 제 취향은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거의 반영되지 못해 슬픈...ㅠㅠㅠㅠ 암튼 홧병날 것 같아요 ㅋㅋㅋ 저도 요즘은 거의 포기 모드 ^^

    오늘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 위로의 말씀 정말 감사해요. 슬님은 즐겁게 지내고 계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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