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여행 : 변죽만 울리다 본문
여행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고 쓴 게 한달전. 아직 떠나지 않았고 예약도 하지 않았다.
그때 생각대로라면 지금쯤 조지아 카즈베기 산에 올라있다거나, 그단스크 항구를 거닐고 있다거나, 에든버러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다거나, 보스턴 펜웨이 구장에 앉아있다거나.
여행을 가기 위해 업무 일정을 비워 두었는데 여행을 가지 않아서 약간 여유가 있지만, 결국 지금의 여유는 후폭풍으로 돌아올 것이다. 멀리 떠나지 않는다면 보헤미안부두 공연을 보기 위해 오사카라도 갈 요량이었지만, 오사카의 비싼 호텔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고 쓸데없이 복잡한 일본의 공연 예매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저께는 시애틀로 가는 아시아나 항공이 매우 저렴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할인 행사 중이라 이코노미석이 70만원 초반대다. 나의 이코노미석 탑승이 가능한 마지노선은 비행시간 7시간인데, 시애틀은 10시간이니까, 그냥 어떻게 좀 견뎌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시애틀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1호점,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잦은 비. 그리고 밴쿠버가 가깝다는 것. 한참 전 샌프란시스코 여행을 가려다가 비싸도 너무 비싼 호텔에 경악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맨해튼 호텔이 차라리 저렴했다) 시애틀은 의외로 호텔 가격도 괜찮은 편이었다. 다음주에 시애틀에 갈까? 라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레이니어 체리가 시애틀 근교의 레이니어 산의 이름을 따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페리를 타고 캐나다 빅토리아에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빈번한 총기사고와 노숙자, 마약. 마음 한 편에선 그래봤자 다 사람 사는 곳인데 싶고, 다른 한 편에선 이렇게 또 준비없이 후다닥 갔다가 위험지역인지도 모르고 발을 디딜까 무섭고.
지난주에는 멜버른에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여전히 직항이 없다. 예전같으면 충분히 여행을 떠났을 비행 일정인데, 이제는 그 일정의 피로도를 버텨낼 자신이 없다. 브리즈번은 직항이 있는데, 노잼 도시까지는 괜찮지만 바다가 먼 것이 마음에 걸린다. 골드코스트까지 가야 바다를 볼 수 있다니.
여행의 순간들은 너무 그리운데
그 순간들까지 가는 여정이 너무 피곤하고 귀찮다.
작년 8월 북유럽 여행도 귀찮고 피곤해서 여행 전날까지 호텔 예약도 안하고 가네마네 하다가 반쯤은 억지로 갔는데,
결과적으로는 정말 좋았다. 그걸 생각하면 귀찮아도 가는 게 맞는데, 너---무 귀찮다.
말 나온김에 잠깐 작년 덴마크&스웨덴 이야기ㅎㅎ

코펜하겐 시내의 하우스 오브 핀 율 House of finn juhl
멋진 거리에 위차한, 아름답고 근사한 핀율 가구 쇼룸.
8월 한낮, 코펜하겐의 뜨거운 햇살에 지친 나에게 시원하고 한가롭게 멋진 가구를 실컷 볼 수 있는 하우스 오브 핀율은 참 행복한 장소였다.
특히나 2천만원짜리 의자를 턱턱 살만한 외양은 아닌 나를 - 평소에도 있어보이진 않지만 여행 중엔 특히나 거지꼴이 되는 편 - 환대해 준 직원이 얼마나 고맙던지 ㅎㅎ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납작복숭아.
이제는 한국에서도 사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럽 -> 납작복숭아가 자동으로 떠오른다.
스톡홀름에서 납작복숭아를 산 첫날은 복숭아가 단단하길래 "기억의 오류인가 분명 포르투갈에서 먹었던 납작복숭아는 물렁했던 것 같은데 역시 기억은 믿을 수 없군"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루인가 이틀이 지난 납작복숭아는 옛날 기억대로 말랑말랑해졌다. 마치 수밀도처럼 :)
어딜 가든, 뭘 하든, 좋아하는 가구를 보거나 과일만 사먹어도 그저 행복한 사람이 나인데
왜 나는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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