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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바흐 인벤션, 다시 미니멀라이프, 추위, 가구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바흐 인벤션, 다시 미니멀라이프, 추위, 가구

mooncake 2021. 1. 11. 14:00

 

 

 

 

 

 

어릴 때 나는 바흐 인벤션을 참 싫어했다. 하농보다 더 재미가 없었다. 아직 한 자릿수 나이였던 내 귀엔 바흐의 2성 음악은 가끔 불협화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은? 너무 너무 좋아한다. 바흐 인벤션을 치면서 느끼는 안정감, 구조적 미학 등등에 매번 감탄한다. 어린 아이에게 와닿기 쉬운 음악은 아니라서 그런지 초등학생 때 대부분은 바흐 인벤션을 안좋아했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자나 작곡가들이 바흐 인벤션을 처음 접했을 땐 어땠을까? 왠지 그들은 떡잎부터 달라서, 나와는 달리 어린 아이일때부터 바흐 인벤션을 좋아한 사람이 많았을 것 같다. 좋아했는지까지는 모르지만 조성진도 바흐 인벤션과 신포니아를 많이 연습했다고 들었다. 누가 이거 나 대신 조사 좀 해줬으면 ㅎㅎ 

사진 속 바흐 인벤션 악보는 초등학생 때 치던 그 악보다. 자주 실수하던 부분에 선생님의 표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옛날 악보를 보며 연주할 때는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선생님의 음성이 생생하게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치던 악보가 남아 있어서 참 다행이다. (아쉽게도 모두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주로 후반기 악보 위주로 남아 있고 초반기 악보는 없다. 부르크뮐러 25번곡집이나 소나티네 악보는 없다. 현재 내 수준엔 이게 딱인데ㅋㅋ)

어린 시절의 피아노 선생님이란 참 큰 존재였다. 학교 담임 선생님은 1년마다 바뀌는데 피아노는 6년 동안 쭉 한 분이 지도해주셨으니까. 미국으로 이민가신 지 오래라 중학생 이후로는 뵙지 못했다, 잘 살고 계시겠지. 소식을 알 수 없어서 안타깝다.

 

요즘 피아노를 치며 느끼는 것은 단지 손이 굳은 게 문제가 아니라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잠시 피아노를 치는 순간에도 왜 이렇게 딴 생각이 많이 나는지...ㅠㅠ 피아노는 노년에도 즐기리라 생각한 취미인데 벌써부터도 새로운 곡을 익히기 어렵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더 나이들기 전에 실력을 다져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레슨 받으러 다니기도 부담스러운 현실.

 

 

 

 

다락층 수납장에 장난감 정리 중.
장난감 상자, 책 상자, 음반 상자, 찻잔 상자, 취미 상자 등등 모두 내가 직접 짐을 풀어야 한다. 양도 너무 많고 아직 인테리어 하자보수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어디까지 짐을 풀어야 할지도 고민이다.

 

 

 

 

그렇다고 짐을 안풀고 버티기에는, 집 곳곳에 상자들이 쌓여 있어 아수라장이다. 나처럼 짐 정리 못하는 사람에겐 악몽같은 상황이다. 뭐 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다가 의자에 널부러져 현실도피에 빠지곤 한다. 이사한지 2주가 되어오는데 애매하게 푼 짐들 때문에 상태는 더 나빠졌다.

분명히 제작년에 휴직까지 내고 짐을 정리했고 엄청나게 많은 물건을 버렸는데, 다시 이사를 와보니 여전히 짐이 많은 이유는 뭐지?ㅠㅠ 쾌적하게 살기 위해서는 물건을 더더더 많이 버려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결론은 결론일 뿐이고 물건 버리기가 너무 싫다. 제작년에도 물건 버리고 엄청 후회하고 슬펐기 때문에... 그래서 새 집이 별로다. 원래 살던 집에 비해 수납 공간이 너무 부족하다. 물론 짐이 너무 많긴 하다. 가구 빼고 “잔짐”으로만 이삿짐 6톤 찍었으니 말 다했지.

 

 

 

 

지난주에 먹은 앤티앤스 프레즐. 주문 후 18분 만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운 날씨 탓에 다 식어서 맛이 없었다. 요즘 날씨, 정말 정말 춥다. 그래도 겨울이 추워야 벌레가 죽는대서 그것만 생각하고 꾹 참는 중이다. 으으...

 

덧1) 아직도 새로 살 가구가 많긴 하지만, 여태까지 산 가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리바트가 압승이다. 침대는 한달이 지났는데 계속 배송 약속을 어겨서 매트리스만 깔고 바닥 생활 중이고, 비싼 돈 주고 가구 공방에서 맞춘 가구들은 가격 대비 실망스럽다. 비싼데 은근히 마감이 부실하고 AS 대응이 미흡하다. 싸게 샀으면 싸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비싼데 왜이러는 거죠? 부엌가구랑 신발장, 팬트리장, 엄마 드레스룸은 리바트에서 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AS도 확실해서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나는 리바트랑 1도 상관없는 사람입니댕. 원래 부엌가구는 한샘에서 하려다 한샘 영업사원에게 신뢰가 가지 않아 급 리바트로 변경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아무튼 나는 비싸고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수제 맞춤 가구보다는 적당히 저렴한 가격에 AS 확실히 해주는 대기업 가구가 성격에 맞는 걸로...... 다만 대기업 가구는 디자인이 진부하고 맞춤 제작 분야가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돈만 많으면 정말 좋은 가구들을 쓰고 싶지만 그건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님 (흑흑)

 

덧2) 임시집으로 갈 때 이사를 워낙 깔끔히 잘해줘서 다른 업체 견적도 안받고 그냥 처음 이용했던 업체에 이사를 맡겼는데, 이번 이사는 정말 개판이었다. 몇십년 된 SP판도 깨지고 오래된 할머니 가구도 망가트려놓고 물건도 더러워졌다. 내 인생의 두번째 이사가 이렇게 엉망으로 마무리됐다. 새삼 자주 이사 다니시는 분들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내 신경줄로는 못 견딜 일이다. 아마 남들처럼 이사를 두세번 다니며 살았더라면 수집 취미를 안갖게 되었을 지도.  

 

덧3) 올해 새로 바뀐 부서는 꼭 대학원 연구실을 연상케 한다. 각자 조용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분위기. 아직 연초라 더 그렇겠지만.

 

덧4) 집을 다시 짓는 동안 임시집에 거주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평생 이층집에서 그러니까 복층집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다시 복층집에서 사는 게 크게 불편할 거라곤 생각안했는데 예전과 달리 윗층에 살게 되니 불편함(...) 그래도 나이드신 부모님이 예전처럼 윗층에 사실 수는 없으니.

특히 이사 직후에 아랫층-윗층-다락층까지 세 개의 층을 많이 오갔더니 원래 안좋은 무릎이랑 발목이 더 안좋아져서 요즘은 조심조심 중. 위아래 수직으로 왕복을 할 때는 헛되어 이동하지 않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는 습관이 생겼다. 예를 들면 밥을 먹기 위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갈 땐 빨랫감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내려간다던지. 또 물을 마시기 위해 오르락내리락 거리기 싫어 윗층에 생수를 가져다 놓는다던지. 지금은 겨울이라 괜찮지만 여름엔 찬물을 마시려면 미니 냉장고를 사야하나 고민도. 원래 복층에 살던 나도 이런데, 단층에만 살다가 다층 협소주택으로 이사한 분들이 오래 못버티고 나오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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