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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우울주의보

mooncake 2021. 9. 8. 10:30

새 집에 아직 정이 안붙었다.

안붙을만도 하다, 인테리어 마무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고 아직 가구도 다 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공사가 원하는 수준의 인테리어를 구현해 주지 못했고, 건축사와 오빠와 나 사이 의사소통의 문제도 있었다.(는 걸 한참 지나서 알게 되었다. 역시 인간 갈등의 상당수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에서 발생한다) 심지어 하자보수도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건창호는 각성하라. 이젠 본사에 클레임을 걸어아 하나 싶다.  

아무튼 그렇다.

지금까지 8개월 조금 넘게 살았지만, 코로나19+재택근무 등등으로 인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여느때보다 훨씬 길었는데도 아직도 정이 안붙었다. 좀 과장하자면 집이 없는 느낌이다. 내 진짜 집은 2019년에 사라진 것 같다. 이 글은 집에 돌아가기 싫어서 쓰고 있다. 내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냔 말이다. 월급까지 포기해가며 휴직하고 짐을 정리했고, 여행까지 포기해가며 집 짓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는데 결과는 너무 마뜩찮다. 인생이라는 게 원래 내 뜻대로 안되는 거지만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매우 개인적이고 미묘한 부분이라서, 사람들에게 토로해봤자 크게 공감을 얻긴 어렵다. 호강에 겨운 투정 취급 안 당하면 다행이다. 누군가는 그래도 옛 집보다 새 집이 낫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다. 옛 집은 지금 집보다 넓었지만, 대신 많이 낡았었고 또 겨울엔 많이 추웠으니 말이다. 그래도 옛 집에서 느끼던 안정감이 새 집에선 느껴지지 않는다. 새 집의 장점보다는 단점만 자꾸 눈에 들어온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회사에 접종 휴가에 대한 증빙을 제출해야 하는데, 접종센터에서 교부한 안내문을 안들고 오는 바람에 정부24 사이트에 들어가서 예방접종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이런 건 아프리카 여행 갈 때, 말라리아, 황열병 같은 예방접종 마치고나 받는 건 줄 알았는데 여행 대신 코로나 때문이라니 이게 머선 일이야... 인생은 참 예측할 수 없는데, 99% 이상 안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게 문제다.


네덜란드 주식, 코닝클레이커 아홀트 델하이저에서 작고 깜찍한 배당금 0.86유로가 입금되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칼같이 세금 0.13유로를 떼어갔다. 아무리 작은 금액이어도 세금을 떼어가는 건 미국 주식도 마찬가지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세법 제86조(소액 부징수)에 따라 소득세가 1,000원 미만인 경우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즉, 배당금 6,493원까지는 배당소득세가 면제된다. 이걸 왜 아냐면, 하... 나도 알고 싶지 않았음ㅋㅋㅋㅋ

 

아무튼간에 1,000원 이하는 세금 부과하지 않는 게 좋은 건지 아닌지 헷갈림.

나한테 소액 세금 안받는 건 좋은데, 미국이나 유럽애들한테도 안받는 건 좀 별로임, 미국이나 네덜란드가 내 100원도 칼같이 받아가니 우리나라도 칼같이 받아왔으면 좋겠음ㅎ


올해는 여름이 빨리 끝난 느낌이다. 올해 6월에 사서 아직 한번도 못 입은 여름옷이 있는데!!!!!!!!!!!!!

2019년, 여름에 휴직하고 짐 정리 하느라 여름옷을 거의 안샀다. 원피스 한 벌 정도.

2020년, 코로나19 재택근무 등등의 사유로 원피스 두 벌 정도 구입했나?

2021년, 최근 몇 년 간 옷을 잘 안샀더니 입을 옷이 없어서 출근용 여름옷을 여러 벌 샀다. 바지 세 벌, 상의 네 벌, 여름점퍼 한 벌, 원피스 한 벌. 올 여름이 시작될 때만 해도 확진자 수도 줄어들고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재택근무도 서서히 종료될 분위기고 해서 신나게 옷을 샀는데 7월 되면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결국 올해 산 옷도 다 못입구 여름이 끝나간다 ㅋㅋ 어이없네.


나는 생각이 많고 결정장애가 심하다.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도 가구 고르기가 어려운데, 하자보수가 다 안끝났으니 가구를 최대한 안들여야할 것 같고, 그러는 사이 9개월이 지났고, 가구 없이 생활하는 게 너무 빡쳐서 다시 가구를 알아보다 보면, 2층에 가구를 올리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짜증이 나고, 그래서 그냥 접었다가,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다시 가구를 알아보다가, 걸리는 게 많아서 다시 접었다가, 이게 9개월째 반복되고 있다보니 이제는 모든 게 짜증이 난다.

 

사실 돈과 시간과 에너지만 들인다면 집에 대한 불만 중 70% 정도는 해결이 가능하다. 인테리어 업체를 고용하고, 가구는 까짓것 매번 사다리차 비용 좀 내면 되는 일. 근데 내 돈과 내 시간과 내 에너지를 또 들여야 한다는 게 억울하고, 결정적으로 의욕이 없다. 모든 게 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게 진짜 문제다.


아무튼간에 우울하고 무기력한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내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 당연한 소리인데, 그래도 몹시 억울하군. 

세상이 나에게 혹독하게 구는데 타인에게 너그럽게 대하고 싶지 않다. 나쁜 마음인 줄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  

또라이총량보존법칙처럼 시련총량보존법칙이라는 것도 있을까?ㅋㅋ 회사가 속을 안썩이니 집이 속을 썩이네... (결국은 이것도 성격 문제일까 나는 왜 행복할 수 없어?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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