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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THE MET 로버트 리먼 컬렉션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본문

친구 덕분에 좋은 전시회를 보고 왔다. 작년 6월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첫 방문이다. 케데헌 열품으로 관람객이 엄청 많아졌다는 소식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실제로 잠시 들린 상설 전시관은 그동안 갔던 중 가장 사람이 많았다. 특히 기념품가게 대기줄이 어마어마했다.

국립중앙박물관 THE MET 로버트 리먼 컬렉션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2026.3.1. 관람

전시관 내 전시 설명이 특별히 더 좋았던 전시.

가장 먼저 맞아주는 작품은, 로버트 리먼이 살바도르 달리에게 부탁해서 그려진 페르메이르 작품의 모사본.

달리에게 모사본을 요청한 리먼의 편지.
시대를 막론하고 수집가(가로열고 덕후라 쓴다)의 마음은 똑같은 것이다. 가질 수 없다면 만들어 버리겠어! 그걸 실행할 수 있는 능력과 자본력이 있었으니 얼마나 멋지고 부러운가.

본격적으로 전시 관람을 시작했다. 국중박도 오랜만이지만 전시 관람 자체가 오랜만이었다.
언젠가부터 전시 관람이 너무 피곤해져버렸다. 인파에 치이는 것이 싫고, 특히 망막기능저하증 때문에 이렇게 어두운 전시실에 들어오게 되면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힘들고 답답하다. 쾌적한 환경에서 전시를 보려면 기왕이면 전시 초기, 평일 오전에 휴가를 내고 관람을 해야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원화를 보는 것이 좋기는 좋다.
(오늘 회사 직원과 연휴 이야기를 하다가 이 전시회를 봤다고 하니 본인도 봤다며 그림 숫자가 적지 않았냐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난 이 정도면 충분… 더 많으면 체력이 감당이 안됨ㅎㅎ)




“좋은 팔걸이 의자와 같은 미술”




나의 일기는 온통 유치한 이야기 뿐인데 뷔야르의 일기는 얼마나 멋진가. 이럴 때 만큼은 일기가 남들한테 공개 될리 없는 평범한 사람인 것이 너무나 다행이다.
(그래서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도, 무조건 좋기만 한 것도 없는 듯^^)







요즘 기준으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시작엔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있었던 것.


미디어 아트를 지나, 인물에서 자연 섹션으로 넘어 왔다.


이곳으로 너무 오니까 조도가 밝아져서 드디어 살 것 같았다!
모든 전시장이 이 정도의 조도를 유지해 주면 안 되는 걸까. 왜 그렇게 어둡게 해 놓는 곳들이 있는지 매우 궁금한 부분. 물론 조명의 차이로 인해서 전시 주제 전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기는 했지만…





한참을 서 있었던
앙리 에드몽 크로스의 별이 있는 풍경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위한 습작”

어딜가나 나의 시선을 사로 잡는 폴 시냐크의 그림.











폴 시냐크와 더불어 늘 내 시선을 사로잡는 피에르 보나르

이 그림들을 보고 있을 때, 전시장에는 클로드 드뷔시의 달빛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는데 참 잘 어울렸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그림.
“햇빛을 받는 알제리의 부지 항구”
알베르 마르케의 작품이다.
어떤 그림들은 내가 그 그림 속 풍경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게 하는데, 바로 이 그림이 그랬다. 부지 항구의 햇살과 바람이 느껴지는 기분.


전시 괸람을 마쳤다.

전시회에 대해서 미리 검색을 해 보지 않아서 대략 인상주의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 정도만 알고 갔는데, 전시 중간에서야 로버트 리먼이 리먼 브라더스라는 사실을 알았다. 삼성전자의 전신이 설탕 국수 등을 팔았던 삼성 상회였듯이, 리먼 브라더스도 앨라배마주에서 잡화점으로 시작했다는 사실 역시 이번에서야 알았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워낙 큰 족젹을 남긴 사건이므로 나는 이 사실이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놀라웠는데 남들은 나만큼 놀라워 하지는 않았다 (흑흑)
리먼 브라더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로버트 리먼의 컬렉션은 길이 길이 남을 것.

전시회를 보고 나와서 도록을 살까 잠시 고민 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동안 산 도록을 펼쳐 보지 않았음을 떠올리고 마음을 접었다.

우산도 잠시 고민 했지만 집에 쌓인 새 우산들을 생각하며 참았다. 결국은 전시 중 마음에 들었던 그림 엽서 세 장만 구매했다. 모든 그림이 다 있지는 않았는데, 원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전시 막바지라서 다 팔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림이나 사진, 일러스트를 좋아해서 평소에도 핀터레스트 등을 통해 자주 보는 편이지만, 역시 전시회에 가서 실물을 보는 것은 마음에 와닿는 깊이와 충족감이 다른 것 같다.
파블로 피카소의 “Art washes away from the soul the dust of everyday life”란 표현을 참 좋아하는데, 이번 전시는 일상생활의 먼지를 털어낸다기보다는 세파에 시달려 텅 비었던 마음이 조금은 채워진 느낌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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