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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카메라 엑시무스로 찍은 포르투갈 - (3)신트라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4.06 Portugal

토이카메라 엑시무스로 찍은 포르투갈 - (3)신트라

mooncake 2014. 7. 16. 00:38

게을러서 아직 본격적인 여행기는 시작하지 못했으나

토이카메라 엑시무스로 촬영한 필름 세 통을 현상한 김에 올려보는

간단 포르투갈 여행기


첫번째 롤에 사용한 필름은 솔라리스Solaris 400



호시우역 테라스에서 바라본 리스본



신트라 페나성.

기괴복잡미묘발랄한 성이다. 

포르투갈 현지인에게 포르투갈의 성들은 참 독특한 것 같아. 특히 페나성 말이지...했다가 쿠사리먹었다. 페나성은 포르투갈 사람이 지은 성이 아니고 포르투갈 여왕과 결혼한 독일 왕족이 지은 성이라 절대절대 포르투갈식이 아니란다. 난 페나성만 말한게 아니라 헤갈라이라(헤갈레이라), 몽스라트, 신트라성 전부를 얘기한건데... 큽...T.T  



이런 성을 지은 사람의 머리속엔 뭐가 들어 있었을까?

물론 지어줘서 고맙다. 난 이 성이 정말정말 좋으니깐ㅎㅎ



성에서 내려다보는 광활한 풍경. 정말 멋졌다. 

성 내부도 근사했다. 



음.. 근데 신트라에서 본 성과 건물들이 정말 근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이날 별로 즐겁지 못했다. 일단 포르투갈 북부지역에 며칠 있다 왔더니 한적한 북쪽도시들과는 다르게 리스본과 신트라에 사람이 너무 많아 적응이 잘 안됐다. 북쪽지역에선 줄 설일이 없었는데 리스본에 오니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리스본에서 신트라로 오는 기차표 사는데 30분 줄서고, 신트라 기차역에서 버스 타고 페나성으로 오는데 차 엄청 막히고, 페나성에서 입장권 사는데 다시 30분 넘게 걸리고 페나성 입구에서 성 앞으로 셔틀버스 타고 올라가는데 또 한참 기다리고... 

게다가 신트라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는 왜 이렇게 시간을 안맞추는지...T.T 최소 30분 지연되는 건 예사고 심지어는 1시간 넘게 버스를 기다리다보니 정말 돌겠더라. (그 다음날 리스본 시내에서 트램도 너무너무너무 안와서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난 포르투갈 대중교통 시스템 하에서는 절대 못살 것 같다. 으아아아아)


남들은 하루안에 신트라-호카곶-카스카이스 3종을 돌기도 하던데, 대중교통이 썩 편치않은 지역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돌아다녀야 할 듯...


그래서... 이번 포르투갈 여행에서 제일 기대를 많이 한 곳이 신트라였는데 그 기대를 충분히 채우지 못해 마음속엔 실망이 가득 쌓여갔다. 역시 애초 계획대로 신트라에서 숙박을 했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 사람들은 잘 안가는 몽스라트.(스페인 바르셀로나 근교의 유명한 관광지인 몬세라테와 스펠링이 같다. 그래서 이곳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면 스페인 몬세라테만 주구장창 나온다...T.T) 

근데 가보니까 왜 사람들이 잘 안가는지 알겠더라.

페나성, 무어인성터, 헤갈라이라 등과는 다르게 외진데 있어서 교통이 참 안좋다. 


물론 나는 정말 가보고 싶은데라서 가긴 갔는데, 그리고 참 좋긴 좋았는데 문제는... 이 곳을 보고 나와 버스를 1시간 넘게 기다리는 바람에 일정이 다 꼬여버렸다는 것. 30분에 한대 다닌다는 버스가 1시간이 넘어도 안와....T.T  

 

게다가 버스를 기다리며 바깥에서 1시간을 허비한 게 정말정말 속상했던 이유는..........

내가 몽스라트에 간 날, 그곳에서 마침 작은 음악회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우연히 천상의 소리같은 피아노와 성악가의 음성에 반해 나도 모르게 근처를 서성거리며 리허설을 듣고 있었더니 직원이 다가와 원하면 음악회에 참석해도 된다고 했다! 오오오오오 이런 멋진 기회가!!!! 그런데 5시 음악회를 듣고 가자니 헤갈라이라 성에 갈 시간이 촉박해지고, 엄마도 음악회는 그다지 끌린다고 하지 않아 너무나 아쉬웠지만 억지로 억지로 발걸음을 떼었던 것이다. 근데 그렇게 몽스라트 밖에 나왔더니 정작 버스가 1시간이 넘어도 안옴...-_- 음악회도 몽스라트 안의 티룸도 포기하고 나왔는데 땡볕에 멍하니 앉아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그냥 보내야하다니,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그런 마음을 추스리며 도착한 킨따 드 헤갈라이라.









여기도 참 좋긴 좋았는데 난 이미 지치고 기분도 우울하고...

그리고 잠깐 앉아 쉬기로 한 엄마랑 길이 엇갈리는 바람에 몸고생 마음고생 끝에 결국 헤갈라이라의 진면목은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터덜터덜 시내로 걸어내려왔다. 





누군가의 말대로 동화 팝업북을 그대로 현실에 옮겨놓은 듯한, 꿈같이 아름다운 동네

그러나 신트라를 제대로 보기엔 대중교통의 벽은 높고 관광객이 너무 많은 계절이었다....

그래서 다시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다시 한번 더 가서 제대로 보고 싶냐고 묻는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고 제대로 보지 못한 것도 맞는데, 리스본에서 출발할때부터 리스본으로 다시 돌아올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뭔가 꼬이기만 한터라 전반적인 느낌이 좋지 않다ㅋㅋ


아아, 몽스라트에서 그냥 공연을 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얼마나 특별한 시간이었을까. 지금와서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없지만. 그런데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경이로움과 큰 즐거움의 반대급부로 감당해야 하는 끝이 없는 실망과 피곤 말이다. 여행은 원래 그런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영화 더 그레이트 뷰티 도입부에 인용된 셀린느의 문구를 인용해본다 : "여행, 그것은 매우 유익하니, 상상에 끊임없는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여타의 소득이란 실망과 피곤뿐이다. 우리들 각자의 여행은 순전히 상상적일 뿐이다. 그것이 여행의 힘이다. 여행은 삶에서 출발하여 죽음을 향해 간다. 사람들, 짐승들, 도시들, 기타 모든 사물들, 그 모든 것은 상상의 소산이다. 그것은 하나의 소설, 하나의 허구적 이야기에 불과하다. 절대 오류를 범하지 않는 리트레가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누구든 남 못지않게 여행을 할 수 있다. 눈을 감는 것으로 족하다. 그것은 삶의 저편에 속한다."


PS. 몽스라트의 공연을 검색해보니 이 공연이었던 것 같다.

http://pt-br.facebook.com/pages/Encontros-Musicais/135341269817886

http://www.vidadebairro.pt/?p=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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