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신주쿠 벼룩시장의 추억 본문
2009년 4월 친구 J와 도쿄에 벚꽃을 보러 놀러갔을때, 도쿄 여행이 처음이었던 J는 여행 일정에 대한 전권을 나에게 위임했다. 그래도 니가 가고 싶은 곳들을 말해달라고 했더니 그러면 벼룩시장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예전부터 요요기 공원 벼룩시장에 가보고 싶었으나 요요기 공원 벼룩시장은 우리 일정과 시간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웹을 열심히 뒤져 우리 일정에 맞는 벼룩시장을 하나 찾아냈다. 신주쿠 중앙공원에서 토요일 아침에 열리는 벼룩시장이었다. 우리가 묵는 니시신주쿠 호텔에서 걸어 갈 수 있는 거리이기도 했다.
여행의 세번째날 아침, 신주쿠 공원 벼룩시장에 도착했다.
큰 기대 없이 갔는데도 생각보다 실망스러웠다. 규모가 꽤 크긴 했지만 대부분 전문업자가 아닌 개인 판매자였고 팔고 있는 물품들도 입던 옷이며 자질구레한 생활용품 위주였다.
눈길을 잡아끄는 물건이 없어서 아 실망이네...어쩌지?하며 내 옆의 J를 바라봤는데, 아니 글쎄! J는 눈을 반짝거리며 "외국 벼룩시장"에 왔다고 굉장히 좋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마음에 드는 물건도 많다고 했다. 특정 판매자의 물건들 앞에서 예쁜 게 많다며 신난 J와 잠시 떨어져 모든 판매자의 물품들을 스캔하고 다녔지만 도통 사고 싶은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한바퀴를 돌고 와보니 J는 아직도 쇼핑에 푹 빠져 있었다. 나 또한 무언가 의미있는 물건을 찾아보려 벼룩시장을 뺑뺑 돌고 있으려니 어느덧 J는 비닐봉지 여러개를 손에 들고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맘에 쏙 드는 티셔츠를 발견해서 너무 즐겁고, 또 벼룩시장을 검색하여 데려와준 것도 고맙다고 했다.
이 날의 신주쿠 벼룩시장은 나한텐 완전 망한 일정이었는데 J가 그렇게 기뻐해주니 나도 정말 정말 기뻤다. 뭐랄까, 내가 여행 일정을 짜는 입장이 되면 나도 모르게 상대방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기는데, 비록 나에겐 실망스러운 곳이었어도 J가 좋아하니 뿌듯했다구 해야할까ㅎ
이미 한참 전 여행이지만 우리는 요즘도 가끔 J가 벼룩시장에서 샀던 키치한 문양의 티셔츠와 또 그날의 벚꽃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한다. 이토록 사소했던 순간도 오래오래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 참 고맙다.
벼룩시장으로 가던 길.
벚꽃으로 유명한 신주쿠 쿄엔(신주쿠 공원)과는 다르다. 여기는 신주쿠 추오쿄엔(중앙공원)이다.
사람이 많다.
벼룩시장 매니아라도 특별히 큰 기대는 하고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기대하지도 못했던 보물을 만나면 그 기쁨은 정말로 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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