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2013.8.4 브라이튼-로열 파빌리온 본문
다시 브라이튼 시내로 돌아와, 로열 파빌리온으로 가기 위해 적당해보이는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브라이튼에서 꼭 하고 싶었던 건 세븐시스터즈와 로열 파빌리온과 Mock Turtle과 브라이튼 피어에 가는 것이었는데 (당일치기 치고는 좀 욕심이 과했나?) 목 터틀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목표 달성ㅎ
공원 너머로 로열 파빌리온이 보인다. 로열 파빌리온은 조지 4세가 지은 궁전인데, 특이하게도 겉모습은 인도풍, 내부 인테리어는 중국풍이다. 조지 4세는 인도나 중국에 방문한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동양문화에 대해 강한 퐌타지를 갖고 있었다고 함.
정원 너머로 바라다보이는 로열 파빌리온.
그런데 다른 사람들 후기에서 분명, 나무와 꽃으로 가려지지 않고 온전히 로열 파빌리온만 보이는 사진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난 어떻게 해도 로열 파빌리온만 보이는 풍경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이 여름이라 그런가보군 이라고 대충 납득하고 넘어갔는데, 조금 전 여행기를 쓰다말고 검색해보니깐 아이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쪽 말고 반대편 잔디밭에서 온전하게 보이는 로열 파빌리온의 모습이 따로 있었다. 사실 내가 진짜 보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 풍경이었는데... 어쩜 이렇게 바보같을까. 왜 반대쪽으로 돌아가볼 생각은 못했을까ㅋㅋㅋㅋ 난 아무래도 나사 하나 풀고 여행 다니는 게 맞구나ㅠ.ㅠ (굳이 핑계를 대보자면 이때 진짜 컨디션이 안좋긴 했다... 역시 여행의 기본은 체력이다ㅠ.ㅠ)
제발 빨리 "그늘"에 가서"쉬고"싶었기 때문에, 궁전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긴장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들은 단체관광객이었다. 피크시즌인데도 의외로 로열 파빌리온 관람객은 그다지 많지 않아, 한적한 분위기에서 둘러볼 수 있었다.
매표소로 들어가는 로비에서 사진 한장.
*로열 파빌리온은 로비 이후 부터는 사진촬영 금지!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아쉬운 마음에 지하 화장실 계단도 괜히 한장..ㅎㅎ
이 곳도 그렇고 아래 나올 티룸도 그렇고, 어쩐지 플레이모빌 빅토리안 시리즈 느낌이 나서 괜히 재밌었다.
로열 파빌리온의 좋은 점은, 입장권을 사면 추가비용 없이 오디오 가이드를 준다는 점. 어떤 언어로 줄까? 라고 묻기에 한국어는 없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한국어로 달라고 해봤더니 굉장히 미안해하며 없다고 하기에 왠지 내가 더 미안해졌다ㅠ.ㅠ;; 그래도 한국어 가이드 요청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언젠가는 한국어 가이드도 제작해주겠지^^
나 답지 않게 오디오 가이드를 열심히 들으며 꼼꼼히 구경했더니,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각 방과, 방에 전시되어 있는 물품과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도 충실했지만, 조지 4세에 대한 (가십에 가까운) 일화들이 최고로 재미났음ㅎㅎ
2층으로 올라왔더니 티룸이 있길래 잽싸게 들어왔다. 한참 서있었더니 지쳤고, 옛 궁전에서 마시는 차를 차마 마다할 수 없잖아? 다만, 원래는 친구 H양이 강추했던 Mock Turtle에 가서 크림티를 맛볼 생각이었는데 로열 파빌리온 티룸에 오는 바람에 목터틀은 시간이 애매해져서 포기.
직원이 권유한 테라스 대신 실내에 앉았지만, 실내도 햇볕이 강렬하긴 마찬가지였다. 아주 간절하게 아이스 음료를 마시고 싶었으나, 역시나 아이스 메뉴는 없었다ㅎ 목터틀 대신 여기서 스콘 또는 케익을 먹을까 했지만 너무 더워서 그런지 입맛이 없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대부분 남기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서라도 애프터눈티를 맛봤어야 했다ㅠ.ㅠ 암튼간에 얼그레이를 주문하고, 엑시무스의 필름을 갈아끼웠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사용해본 이피니티와 투도르, 그런데 아직도 현상하지 않았음;;; 으음;;;; 심지어 필름이 어디있는지도 살짝 가물가물하네...;;;
직원이 가져다준 묵직한 무쇠주전자, 그리고 마음에 쏙 들었던 찻잔과 크리머. 어디 제품인지 궁금해서 예의없게 찻잔 바닥을 들어 확인해봤더니 Dudson이라는 처음 보는 브랜드다. 처음엔 그냥 평범하다고 생각했지만 보면 볼수록 우아하고 단아한 모습에 반했음♡ 여행 다니면서 혹시 기회가 되면 구입하고 팠지만 덧슨 코빼기도 못봤고, 한국에 돌아와 가격이라도 알자 싶어서 Dudson 홈페이지와 이베이를 검색했지만 같은 모델은 찾지 못했다(ㅠ.ㅠ)
아까 쓴 것처럼, 플레이모빌 빅토리안 시리즈를 연상시켜 마음에 들었던 로열 파빌리온 티룸! 목 터틀에 못간 건 아쉽지만 이곳도 충분히 좋았다!
실내도 햇살이 따가운데 아예 땡볕 밑에 계시는 분들. 대단하다 진짜!
계산을 마치고, 테라스에 나가 사진을 찍었다.
티룸에서 차를 마시고 다시 2층 구경. 아무도 없길래 몰래 한장 찍은(...죄송합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이 궁전에 잠시 거주할때 썼다던 방. 로열 파빌리온의 침실들은 윈저성과 비교하면, 성이라기보단 귀족 저택에 가까운 느낌. 근데 그래서 난 이 곳이 더 좋았다~^^
굉장히 화려한 1층 연회장과, 조지 4세가 특별히 신경써서 만들었다던 주방도 참 맘에 들었는데, 사진이 없으니 벌써 기억이 희미해져간다. 기념품점에서 책이라도 사올 걸.
이 방은 결혼 및 각종 행사를 위해 대여해주는 곳. 근데 하필이면 이때 "미니어쳐"모드로 다이얼이 돌아가 있는 걸 모르고 찍어서 사진이 이모양임..ㅎ
내가 앞으로 결혼을 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한다면, 이 곳에서 결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ㅋ 가족과 가까운 지인만 불러서 로열 파빌리온에서 결혼식하고, 세븐시스터즈 근처 바닷가에서 다함께 놀고, 신혼여행은 크로아티아나 그리스의 바다로...ㅋ
로열 파빌리온 구경을 마치고, 브라이튼 피어로 가는 길.
브라이튼은 게이 문화가 번성한 곳이라고 하더니, 역시 건물 곳곳에 무지개 깃발이 가득!
브라이튼 피어로 가며 공원을 지나는데 저 멀리서 쿵쿵 울리는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린다
뭐지뭐지?하고 가봤더니 한참 길거리 파티 진행 중
영화랑 드라마 속에서만 보던 길거리 축제! 오오 신기하다... 하며 드랙퀸 언니의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사진 속의 헐벗은 게이 오빠가 나한테 오더니 갑자기 나를 붙잡고 춤을 췄음...ㅠㅠ
차마 분위기 깰 수 없어서 같이 막 췄음...ㅠㅠ
간신히 게이 오빠야를 뿌리치고 멘탈을 수습하며 브라이튼 피어로 고고
방금전까지 로열 파빌리온과 덧슨 자기의 우아한 분위기에 젖어있던 나에겐 너무 빠른 장면 전환이었음ㅋㅋㅋㅋ 브라이튼은 진짜 재미난 동네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서히 보이는 브라이튼 피어의 모습.
브라이튼 피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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