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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lust

앙투완 드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Vol de Nuit를 읽다가, 2017년에 쓰다 만 아래 글을 마무리지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 이제와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야간 비행에 로망을 품었던 게, 이 소설 제목이 50% 이상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ㅎㅎ 이제는 잠은 집에서 (혹은 호텔에서라도) 곱게 자고 싶은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 10년 전, 여행을 더 많이 다니지 못해 불안하기 그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다른 불안은 대부분 의미 없었으나) 이것만큼은 매우 의미있는 불안이었다. 코로나도 그렇고, 여러 개인 상황도 그렇고, 열정도 줄어, 점점 더 여행 다니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 모든 걸 다 때려치고 여행생활자로 살았다면 지금 행복했을까?라고 묻는다면, 사실 그것도 잘 모르겠다..

장엄 호텔. 챕터 없이 전체가 통으로 구성된, 짧은 문장이 흡입력 있는 소설. 그래서인지 암울한 내용임에도,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1시간 반 정도? 할머니에게 물려 받은, 늪지대의 호텔을 운영하는 주인공의 고군 분투기. 쉬지 않고 계속되는 고난에 중간에는 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계속 읽게 되는 소설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덤덤한 어조가 지속될 뿐인데 왜 끝에는 눈물이 나려 했을까. 장엄 호텔은 결국 삶에 대한 비유같기도 했다.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찬 삶. 가끔씩 찾아오는 좋은 순간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저 견뎌내야 할 고난 뿐이다. 그리고 어떠한 힘든 일이 있어도 삶은 계속된다 - Life goes on. 주인공이 장엄 호텔을 버리고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결국은 호텔이 삶 그 자체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춥던 목요일 저녁, Yes24 중고서점 홍대점에 책을 팔러갔다. 알라딘에 이은 Yes24 중고서적 팔기. 각각 앱으로 찍어보면 두 곳이 매입하는 책도 다르고 매입가도 다르다. 내가 가진 책 기준으로는 대략 받아주는 책의 범위는 알라딘이 더 넓고, 가격은 Yes24가 좀 더 높은 느낌이었는데, 이것은 말 그대로 책 바이 책이니... 오늘 가져온 건 이 두권이다. - 가장 쉬운 베트남어 첫걸음 팔까말까 조금 망설였는데, 어차피 원래 배웠던 언어들(영어 프랑스어 라틴어 포르투갈어 독일어)도 안들여다보고 있는데(...) 베트남어까지 들여다볼 여력은 없을 것 같아서 팔아치우기로 결심 - Ielts 종합서 몇년전에 너무 회사 다니기 싫어서 회사에서 보내주는 유학 프로그램이나 지원해..
벚꽃이 화려하게 핀 토요일 신촌 밤거리 "차 없는 거리"에서 각종 공연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던 아름다운 봄밤에 신촌에 간 이유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책 팔러 갔어요. 뭔가 사고 쟁일 줄만 알았지 팔고 버릴 줄은 몰랐던 나. 요즘 물건 정리 중이라 알라딘을 통해 중고물품 거래에 첫 발을 디디게 되었습니다 두둥!!!! 친절한 직원분을 통해 순식간에 거래가 이루어짐. 가져간 네 권 모두 "최상" 등급이라 총 9,700원을 받고 매장을 나왔습니다. 근데 알라딘에서 돈 받고 나올 때 기분이 좀 많이 이상해요. 뭔가... 마음의 양식을 헐값에 팔아치운 죄책감, 그리고 몇천원 손에 쥐고 나오다보면 이것은 마치 돈이 없어서 집안 가재도구를 내다 파는 서러운 느낌이 든달까 오 헨리 "크리스마스 선물" 주인공들이 ..
필름 : 코닥 200촬영기간 : 2018년 6월 22일부터 2018년 12월 30일까지현상 및 필름스캔 : 충무로 월포 네츄라 클래시카 열여덟번째 롤 사진을 올리기에 앞서,오늘 아그파 필름이 단종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이미 거의 1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 이제서야 알았...)어쩐지 필름 판매하는 사이트에 아그파가 안보이더라. 오래전에 단종된 최애 필름 코니카 센츄리아를 비롯하여솔라리스, 파라다이스 등등에 이어아그파까지... 이제 내가 쓸만한 저렴한 보급형 필름은오로지 후지와 코닥 뿐인가?(*라이카 미니룩스 줌에 씨네스틸 필름을 넣어 써보고 싶긴 한데 너어어어무 비싸서나같은 발사진러가 쓰는 것은 레알 돈지랄임 ㅠ.ㅠ) 필름사진 애호가가 여전히 다수 존재하는 것 같아도역시 흐름은 거스를 수 ..
일요일 밤,다음날 회사 가기 싫어서 쓰는 글(...) 회사는 늘 가기 싫은 거지만,그래도 그냥저냥 다닐때가 있고, 유독 더 가기 싫을때가 있는데오늘밤이 그렇다. 오늘 읽기 시작한 책, 이반 일리치의 텍스트의 포도밭흥미롭지만 마음처럼 진도가 빨리 나가지는 않는다. 자꾸만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 탓이다.사놓고, 혹은 빌려놓고 안읽은 책이 몇 권인지... 요즘 같은 시대에도 책을 많이 읽는 분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Astrud Gilberto의 Goodby Sadness새삼스럽지만, 봄 밤에 이렇게 잘 어울리는 목소리가 또 있을까. Hippo Campus의 Tuseday 예전엔 대충 살아도 인생이 그럭저럭 굴러가겠지 싶었는데대충 살다보니까, 결국 남는 게 없는 것 같다. 아프리카 악기 칼림바Kalimba로 연..
"새로운 세계에서 빈둥거리며 나태를 부리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여행을 떠나지 못한 황금연휴, 작지만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는 한가지 수확이 있다면, 취향에 꼭 맞는 여행기를 발견한 것. 니콜라 부비에 - 세상의 용도 Nicolas Bouvier - L'usage du monde 책을 넘기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문장에 마음이 덜컥. "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행은 그 자체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곧 증명해주리라. 여행자는 자기가 여행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는 여행이 여행자를 만들고 여행자를 해체한다" 니콜라 부비에가 쓴 1953년의 여행기를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가는 가운데, 그가 사진작가이기도 했다길래 찾아본 그의 사진들. ..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집어들게 된 편의점 인간. 올해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처음엔 잠시 훑어보려했는데 결국 앉은 자리에서 책 전부를 읽게 되었다. 쉽게 읽히는 평이한 문체에, 중편 정도의 길이라 4~50분 정도 걸린 듯. 소설의 주인공은 대학교 때부터 18년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온 36세의 후루쿠라 게이코. 어릴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어딘가 조금 달랐던 그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통해 삶을 영위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혼이나 취직활동에는 관심이 없는 그녀를 주위에서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다. 프리터족이란 말이 있을만큼 일본엔 정식으로 취업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한국이나 일본이나 기존 질서에 편입하지 않는 ..
영국 작가 제프 다이어의 여행 산문집,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작년부터 읽어야지 생각만하다가 최근에서야 eBook으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는데, 좋다. 너무 좋다. 물론 아직 책의 초반부인 리비아 여행기를 읽고 있으므로 책이 끝난 후 나의 감상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으나 - 초반부엔 홀릭 모드로 읽다가 후반부엔 실망하는 일이 종종 있었으므로 - 현재까지는 작가가 나의 소울메이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어와 박힌다. 요즘들어 eBook을 종종 구매하고 있다. 이북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으므로 앞으로 점점 더 이북의 구매 비중이 늘어나지 않을까싶다. 다만 구입처 별로 각각 어플을 깔아야하는 게 좀 귀찮다. 인터파크 포인트가 소멸될거라기에..
페넘브라의 24시 서점(Mr. Penumbra's 24-hour bookstore) 지난 주말에 정말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일단 제목 부터가 눈에 확 들어와 꽃혔는데 소설 자체가 완전 흥미진진하고 재밌어서 원래 읽어야 하는 다른 책이 있었지만 이것 먼저 읽었어요ㅎ 책을 읽는 내내 "이거 완전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인데?"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저자 로빈 슬로언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집어넣어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썼다고 하네요^^ 물론 전업작가가 아니다보니 명작 수준의 대단한 필력을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대신 쉽게 술술 읽히는 평이한 문체에, 곳곳에서 재기발랄한 묘사가 눈에 띕니다. SF/판타지 장르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드려요. 더글러스 애덤스나 발터 뫼르스를 좋아한다면 이 책도 재..
드디어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 다녀왔어요.좋다는 얘기는 여러번 들었지만 정말 좋더라구요ㅋ 규모는 크지 않지만, 보유하고 있는 책들이 완전 대박...!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입구.제가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 가게 된 건 지난 7월에 현대카드를 다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한때 신용카드가 15~16장에 달했던 저...(마음이 약해서 누가 만들어달라면 홀랑홀랑 만듬;;)20대엔 체리피커처럼 각 카드의 혜택만 쏙쏙 뽑아먹고 살았는데 나이가 드니까 카드 혜택/최소 사용금액 신경쓰는 것도 귀찮고 피곤하더라구요. 그래서 현재는 심플하게 메인카드는 한장(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 PP 카드 혜택)만 쓰고 있고 그외 카드들은 정리 수순에 들어갔는데하지만 여전히... 카드가 5~6장은 남아 있습니다.(..
베네치아의 서점 아쿠아 알타를 알게 된 것은, 내가 즐겨찾는 사이트 Messy Nessy Chic에서 "10 inspiring bookshops around the world"를 본 다음 부터로, 베네치아로 행선지가 결정된 이후 제일 먼저 떠올린 목적지도 바로 이 곳이었다. 리알토 다리에서 구글맵을 켜고 정말 이 길이 맞나 싶을 만큼 어두컴컴하고 좁은 골목을 지나고, 작은 광장을 지나고, 또 예쁜 가게들에도 여러번 시선을 사로잡혀 가며 한참만에 도착한 아쿠아 알타.제대로 도착했다는 안도감, 기대만큼 멋지진 않구나...란 생각이 살짝 들었던 가게의 첫 인상, 약간 엉뚱한 주인 아저씨들, 그리고 고양이들. 고양이 오줌 냄새가 희미하게 떠도는 가게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다가 혹시 포르투갈어로 된 책이 있는지 ..
고디바 머그 선물세트를 받았다. 회사에서 찍어서 사진이 엉망임..(또르륵) 커다란 고디바 컵 안에 핫초코, 초코프렛첼, 초코렛 2개가 들어 있는데 내용물보다도 머그가 참 실하고 예쁘다. 머그는 비닐포장 벗긴 후에 다시 잘 찍어봐야겠다. 이해를 돕기 위해 퍼온 사진;; 컵 사이즈가 정말정말 커서, 커피보다는 라면이나 스프그릇으로 딱일 듯! (하지만 진한 초콜렛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색상의 컵이라서 라면을 담아먹으려면 뭔가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 고디바 선물셋트 하나에 아침부터 행복하다ㅎㅎ 고디바 사진 하나만 올리기 허전해서 올려보는 다운튼 애비 요리책!! 단, 공식 버젼은 아님ㅋ (The Unofficial Downton Abbey Cookbook) 어제 학원 가기 전에 시간이 남아 잠깐 알라딘..
주변에선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전에 최대한 책을 질러놔야한다며 난리고 온라인 서점들도 그에 발맞춰 온갖 행사를 실시해 온지 1~2개월쯤 된 것 같다ㅋ 그러나, 책장에 더이상 공간이 없어 방바닥 곳곳에서 책의 탑이 자라나고 사놓고 안읽어 밀려 있는 책이 백권은 족히 되는 것 같은 나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좀 싸게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바닥에 쌓아둔 저 책들은 다 어쩔거냐고!" 그렇지만 오늘, 도서정가제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오니 이렇게 있어서만은 안될 것 같았다ㅋ 그래서 했다, 온라인 서점 접속 봤다, 나의 쇼핑카트 근데 이게 뭐야!!!!!!! 다른 책들은 50%까지 할인하더만 내 쇼핑카트에 있는 책들은 왜 10% 밖에 할인을 안해주는게요. (중간에 25%짜리 오디오북이 하나 껴있긴 ..
1. 주총 시즌이라 정말, 바쁘다. 게다가 지난주에는 컴퓨터 OS 업그레이드 중에 외주업체 직원이 삼년치 자료를 백업해놓은 D 드라이브를 몽창 날려먹는 사고를 쳤다. 초특급 멘붕. 심지어 회사 파일암호화시스템이 워낙 훌륭하신 덕에 파일복구도 어려울 것 같단다.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다녀야 하나... 하느님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T.T 사내변호사랑 상의해서 정신적 피해보상 소송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ㅋㅋㅋㅋ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T.T 2. M83의 Midnight City 음악을 들으며 기분이라도 풀자..ㅠㅠ 듣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살랑살랑해지는 M83의 미드나잇 시티. 드디어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데, 몸은 책상에 박혀 서류와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어야 ..
지난주 금요일, 약 2주만에 영국의 도서쇼핑몰 The Book Depository에서 주문한 Berlitz의 포르투갈어 회화책이 도착했다. 올때가 됐는데 안와서 혹시 분실된건가 싶어 불안하던 차, 금요일 아침에 출근했는데 책상 위에 얌전히 놓여있던 북디파지터리 봉투가 어찌나 반갑던지^^ 처음엔 생각보다 책이 작아서 당황했는데 (CD한장 사이즈ㅋ) 내용이 꽉 차 있고, 무게도 가볍고 작아서 오히려 평상시에 들고 다니며 포르투갈어를 익히기 좋을 것 같다. 외국 사이트에서 포르투갈어 책을 주문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포르투갈 포르투갈어(유럽 포르투갈어) 교재]가 없기 때문이다. [브라질 포르투갈어 교재]도 폭이 넓지 않은데 포르투갈 포르투갈어 교재가 있을리 만무. 나는 포르투갈에 가서 꼭 포르투갈어로 사소한 ..
지난주에 구입한 타이멕스 위켄더 T2P142 사진의 배경은 DK Eyewitness Travel 포르투갈편. 원래는 론리 플래닛을 사려고 했는데, 2014년 신판이 4월 출시 예정이라 신판 출간을 앞두고 2012년판을 사기가 뭐해서 아이위트니스 트래블을 샀다. 사진도 많고 세세한 그림이 많아서 좋긴 한데 아쉬운 점은 글씨가 너무 작아서 읽고 있다보면 눈과 머리가 아프다. 다시 시계 얘기 돌아와서, 나는 오로지 실용적인 목적으로만 손목시계를 착용한다. 멋내기용으로 시계를 착용하는 일은 없다. 걸리적거리고 귀찮기만 하다. 그렇지만 여행을 하고 있을때만큼은 손목시계가 필수! 외국만 나가면 워낙 여기저기 정신 팔리는 일이 많아서 그런지, 일부러 가방에서 꺼내봐야 하는 핸드폰보다는 수시로 시간을 들여다보며 비행기..
온다 리쿠, 불연속 세계 중 [나무지킴이 사내] p.45~46 이른 아침의 산책길은 아직 공기가 선득했지만 걷다보니 몸이 따듯해졌다. 오늘도 흐릴 모양이다. 어째 한동안 맑은 날씨다운 맑은 날이 없었던 것 같다. "도심에 이런 곳이 다 있군." 로버트는 조용하고 수풀이 많은 산책길에 놀란 듯 했다. "재미있지?" "과거로 이어지는 길 같아." 주변 경치에 푹 빠진 로버트를 다몬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보았다. 이 경치를 보고 그가 과거를 연상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일본에서 어린 시절이 생각날 것도 아니면서." 다몬은 짤막하게 말했다. 로버트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했다. "그게 꼭 그렇지도 않아. 오히려 말도 안되게 어렸을 때 일이 불현듯 생각나고 그런단 말이지. 본국에 있을 땐 그런 일이 없었어.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