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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포르투 그리고 도오루 강가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4.06 Portugal

그리운 포르투 그리고 도오루 강가

mooncake 2015. 2. 8. 23:45


여행을 다니다보면, 바로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지는 도시가 있는가 하면(나에게는 뉴욕, 드레스덴, 이스탄불 등이 그런 도시였다^^) 여행 중에는 무덤덤한 편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그리워지는 도시가 있다. 포르투갈의 포르투Porto는 굳이 분류하자면 후자에 속하는 동네다. 물론, 현지에서도 포르투 너무 좋아!!!!!!!!!!모드이기는 했지만, 한국에 돌아온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그립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오늘도 포르투 그리워~라고 중얼거리다가, 여행 중 SNS에 올리기 위해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몇장을 찾아봤다.

포르투갈 여행기 쓰고 싶은데 영국 여행기도 다 못썼으니 이를 어쩐다. 허허허.

 


루프트한자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경유 후 포르투에 도착하니 이미 밤늦은 시간.

워낙 늦은 시간이라 공항 픽업 서비스를 미리 신청해뒀었고, 호텔 앞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가까워 호텔이 위치한 바탈랴 광장Praça da Batahla 앞은 고요했다. 

산타 카타리나Santa Catarina 거리가 지척이고, 사진 정면에 보이는 곳은 "상투 일데퐁수Igreja de Santo Ildefonso"라는 유서 깊은 성당이다. 그러나 자정에 가까운 호텔 앞은 문 연 가게도 없고, 호텔 맞은 편 극장에는 노숙자도 여럿 보였다. 피곤에 쩔어 있었지만 도착하자마자 사진 한장은 남겨두고 싶어서 생수도 살겸 방 짐만 내려놓고 잠시 호텔 밖으로 나왔는데, 거리 분위기가 좀 살벌해서 살짝 고민하던 찰나 호텔 정문을 바라보니까 방금 전 체크인 할때 옆에서 도와주웠던 호텔 직원 아저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문 앞에 따라나와 있었다ㅎㅎ 한밤중에 내가 혼자 밖에 나가니 좀 불안했던 모양이다. 사진 한장만 찍고 바로 호텔 문앞으로 갔더니 안심한 표정으로 웃으며 바라보길래 민망함을 만회하고자 혹시 생수 어디서 파는지 아냐고 물어봤더니 호텔 바에서 파는 생수를 마트 가격만 받고 줬다ㅋ 참 좋은 아저씨였다.

한밤중에 따라나와준 남자직원분도 친절했지만,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 데스크에 갔더니 미스 000? 하고 환하게 웃으며 반겨준 여자직원분도 참 좋았다^-^ 호텔 예약할때 도착예정시간을 써놨더니,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불러준 것이다. 이분들 뿐만이 아니라 포르투에서 만난 사람들 중 95%는 정말 다들 지극히 친절했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워낙 관광객들에게 친절하기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특히 포르투 사람들은 그 친절함과 다정함이 남달랐다. 



포르투에서 두번째날 (실질적으로는 첫날^^)

호텔에서 어슬렁어슬렁 발길 닿는대로 언덕을 걸어내려갔더니 대성당Sé cathedral이 나왔다.

고색창연하다는 말은 이런 성당에 쓰여야 할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시즌이 시작되지 않은 6월 초 오전의 성당 앞은 고요했다. 성당 입장료는 무료이고, 성당 안의 회랑은 별도 입장료가 있는데, 회랑 안에는 박물관이 있어서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보물이 가득한 박물관 안을 지키는 직원이 거의 없다는 것. 볼사 궁전에서 화장실 어디있냐고 물으니까 입장이 통제되는 궁전 안으로 들여보내 준 것도 그렇고, 포르투갈, 특히 포르투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강한 곳이라는 느낌이 여러번 들었다.


대성당 앞에서 상 벤투São Bento 기차역으로 걸어내려오는 길엔 길거리 연주자의 색소폰 연주가 대성당 종소리와 어우러져 멋진 순간을 만들어냈다.



포르투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사진은 꼭 한장씩 다 찍는 것 같다ㅎㅎ

오래되고 쇠락한 동네 포르투. 많이 낡은데다가 포르투갈의 경기 침체까지 겹쳐서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날씨가 흐릴땐 좀 구질구질맞아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이 극찬하는 포르투임에도 불구하고 포르투가 싫었다는 사람도 간혹 보인다. 내가 갔을때도 포르투 날씨가 흐렸다가 개었다가를 반복했는데 (꼭 영국날씨 같았다ㅠㅠ) 확실히 해가 빛날때 훨씬 더 아름다운 도시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중충한 포르투에는 또 그만큼의 색다른 매력이 있다.



여행 중 SNS에 올렸던 사진들이라 필터 보정이 좀 과하다. 실제로 오전엔 많이 흐린 날씨이기도 했고. 




포르투 강변의 볼사 궁전의 표를 끊어놓고, 입장 시간이 되길 기다리며 볼사 궁전 주변을 돌아다녔다. 




여긴 그냥 평범한 골목길 안쪽이었는데 이렇게 색감이 예쁘다.



볼사 궁전Palácio da Bolsa 주변 풍경. 볼사 궁전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왕족이 살았던 궁전은 아니고, 왕이 건축을 허가한 "상공회의소"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포르투갈의 주식거래소가 리스본 주식거래소로 통합되었지만, 그 전까지는 포르투 볼사 궁전에 위치한 주식거래소가 포르투갈에서 제일 컸다고 한다. 



볼사 궁전은 가이드 투어로만 성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표를 구입할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본 매표소 언니가 가이드로 나타나서 좀 신기하고 반가웠다ㅋㅋ 설명은 영어와 스페인어 두가지로 진행하기 때문에 투어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포르투갈어 가이드와 시간차이가 1.8배 정도 나니 일정 짤때 감안하기 바람.  


사진 속의 방은 "아랍룸"으로 종종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아, 볼사 궁전 아랍룸에서 공연을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 늦은 점심은 볼사 궁전 안의 레스토랑에서 해결했다. 

원래는 도오루 강가의 식당으로 갈까 했는데, 많이 지쳐있던 터라 멀리 갈 기력이 없어 궁전 안의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으로. 그리고 아주 탁월한 선택이였다. 분위기도 멋있었고, 음식도 괜찮았고, 가격도 좋았다. 사진 속의 음식은 메인요리였던 바깔랴우(말린대구) 요리. 다만,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다. 근데 그건 포르투갈 어느 식당을 가나 마찬가지다ㅋ 대체적으로 포르투갈 사람들에겐 "음식을 미리 만들어놓는다"는 개념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음식이 나오려면 정말 시간이 오래 나온다. 맛은 훌륭하지만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특히나 한국처럼 음식이 바로바로 나오는 환경에서 계속 살아온, 시간이 많지 않은 나같은 여행자에게는...ㅋ



도오루 강가Douro.

제일 그리운 순간이다.

사진 속 강 왼편의 건물들은 대부분이 와이너리다. 그렇다. 바로 이곳이 달콤한 포트 와인Port Wine의 기원지!

근데 정작 포르투에서 포트 와인을 못먹어봤다는 게 레알입니까?

네. 포르투갈 가기 전에 한국에서 먹어본 게 답니다.

영국에서도 아프터눈티며 스콘이며 피쉬앤칩스며 하나도 못먹고 왔는데 포르투갈에서도... 역시 나사 하나 풀고 다니는 나의 여행.

그나마 포르투갈에서 해산물요리는 실컷 먹고 왔다는 게 위안♡


암튼 도오루 강가는 정말 아름다운 곳인데,

사진에서는 어떻게 해도 그 아름다움이 표현되지 않아 정말로 아쉬웠다.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찾아봐도 실제의 아름다움을 완벽히 잡아낸 것은 없었다.

그래서... 도우루 강가는 정말 직접 꼭 가봐야만 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리베르다드 광장Praça da Liberdade.

위의 사진들이 전형적인 (서)유럽과는 좀 다른느낌이였다면, 여기는 아 유럽이구나!라는 느낌이 퐉.



여기는 동네 이름을 까먹었다. 음;; 

길바닥을 봐주시라. 아마도 대항해시대부터 깔려 있었을, 유서깊은 돌바닥입니다. 



리베르다드 거리의 맥도날드.

범상치 않은 포르투 맥도날드.

근데, 뭐, 안은 그냥 다른 맥도날드랑 똑같음ㅋ

당연하지만 메뉴도 똑같음ㅎㅎ



도오루 강가의 야경

엄마가 많이 피곤해 하셔서 나혼자 야경 보고 오려고 했는데

엄마가 어딜 혼자 보내냐며 따라 나오셨다ㅋㅋ

엄마 나 혼자 여행 왔으면 어차피 혼자 나왔을텐데?라고 해도 모르면 모를까 어떻게 혼자 보내냐고ㅋ 

사실 죽을만큼 피곤하긴 했는데, 도오루 강가의 야경을 보는 순간, 그 잠깐만큼은 피곤이 잊혀졌다.

도오루 강가의 야경 역시 사진으로는 그 아름다움이 다 잡히질 않는다. 특히나 삼각대 없는 똑딱이로는 더더욱.

정말 가슴이 벅찰만큼 아름답고 가슴 설레이는 풍경이었는데 이렇게 멋없는 사진으로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참고로 포르투갈 경제 상황이 안좋다보니 치안도 안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쓰는 말인데

포르투갈 치안 좋음. 정말 좋음. 일단 강력범죄 자체가 매우 드뭄

그리고 다른 유럽 나라에 비해 동양인 차별도 없음.

다만 리스본 한정으로 소매치기가 있으니 소지품 관리에 유의해야 하고 (다른 지역은 전혀 문제없음)

포르투 밤의 강가엔 돈 달라고 구걸하는 집시는 있었음.

그러나 그 외의 강력범죄나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치안 문제"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으니 안심하고 다녀와도 좋음



***

요즘 "포르투갈 치안"으로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이 많으셔서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포르투갈이 비교적 치안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여행지에서든 꼭 스스로 조심해야합니다^^

밤늦게 으슥한데 가지 않기,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소지품 관리 잘하기 등등


제가 9박 11일간 다녀온 포르투갈의 도시들이 대략

포르투, 기마랑이스, 아베이루, 코스타 노바, 리스본, 신트라, 파티마, 바탈랴, 나자레, 오비두스, 스징브라, 아하비다, 카스카이스

등등 인데,

다른 도시들은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리스본은 꼭 소매치기에 유념하셔야 합니다.

가방 지퍼에 옷핀 꼽고 다니는 게 번거로워서 "내가 괜한 짓 하는 거 아닌가"는 생각도 했는데

트램 타고 가다가 눈 앞에서 소매치기 당하는 걸 본 뒤로는 조심하길 잘했다 생각했어요.


그럼 즐거운 여행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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