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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기(12)로마 - 로마, 골목을 걷다 본문
2015.05.17 (일)
바티칸 시티를 보고 나와 충동적으로 버스를 탔다가 다시 충동적으로 내린 곳은 바로 이 곳.
San Giovanni dei Fiorentini (산 죠반니 데이 피오렌티니 성당)
아침에 버스 타고 가면서 저긴 어디일까? 생각했던 곳이긴 하지만 여튼 나도 모르게 내려버림. 원랜 다른 곳을 갈 생각이었음ㅋ
(*아침에 떼르미니역에서 오르비에또 가는 기차 놓친 이후로 계속 특별한 계획없이 충동적으로 돌아다니는 중ㅎㅎ)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면 성당 입구에 서 있는 집시할머니가 계시는데
유럽 성당 입구에서 구걸하는 분을 한두번 만난 게 아니지만 이 분은 유난히 안되어보여서 나가는 길에 꼭 돈을 드리리라 맘 먹고 있었는데
성당에 머물러 있는 동안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그랬는지 할머니가 성당 안으로 들어와 잠시 일(?)을 쉬고 계셔서
결국 돈을 못드리고 왔는데 아직까지도 마음에 걸린다ㅠㅠ
계속 몸이 안좋아서 성당만 보이면 들어가서 계속 앉아 있었다.
여행기만 보면 열심히 돌아다닌 것 같지만 사실은 성당에 앉아 있었던 시간들이 엄청 길다ㅋ
유럽 성당 들어갈때마다 느끼는 건데 내가 워낙 카톨릭에 대해 문외한이다 보니 느끼는 감상도 "멋있다" 정도라서 늘 아쉬운 기분이 든다.
성당 가면 까먹지 않고 꼭 찍는 파이프 오르간 사진.
나에게 후생이 있다면 그때는 꼭 언어학을 전공하고 파이프 오르간을 취미로 하리라ㅋㅋ
그러다가 내 시선을 사로 잡은 것은
바로 이 녀석!
캐벌리어 킹 찰스 스파니엘!!!
주인 옆에서 심심했던지 내가 인사하니깐 바로 벌떡 일어났다
저 힘차게 흔드는 꼬리를 보라
멀쩡하게 나온 사진은 하나도 없지만 이 녀석은 분명히 나를 좋아했습니다 진짜입니다
근데 사진은 꼭 강아지 유괴범을 바라보는 것처럼 나왔네
격럴한 움직임에 사진이 흔들림ㅎㅎ
근데 내가 개를 엄청나게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은 개 알러지가 있어서 개를 만지고 나면 꼭 손을 씻어야 하므로 맘껏 막 만져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놀아주기를 바라는 이 녀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더니 저래 시무룩한 표정으로 날 바라봄 ㅠㅠ
안놀아줄거면 왜 불렀쪄? -_^ 하는듯한 표정
나도 정말 맘 같아선 너랑 뒹굴고 싶다고 ㅠㅠㅠㅠ
12시가 되니깐 신부님이 나오셔서 미사가 시작되었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란 신부복을 입은 신부님이 보임^^
약간 억지를 부려보자면 이날 내가 로마 성당 미사에 세 번 참석한 셈임ㅎㅎ
1) 바티칸 시티 직전의 성당
2) 바티칸 시티 광장에서 들은 미사
3) 그리고 이 성당에서의 미사
계속 앉아 있고 싶었지만 오르비에또로 가는 기차에 탑승하기 전에 점심도 먹어야 해서 성당 밖으로 나왔다.
내가 들어가 한참 앉아 쉬고 강아지와도 놀았던 성당의 와관
이제 이 성당 앞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떼르미니 역으로 가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이번에도 또 이 골목길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산 죠반니 데이 피오렌티니 성당 앞 작은 광장의 이름은 Piazza dell'oro
황금광장이라니
규모나 현재 모습에 비해 굉장히 거창한 이름. 이 주변에 연금술사라도 살았던건지^^ 유래가 궁금하다.
오래되고 지저분하기까지 한 로마의 거리들
그렇지만 난 이상하게도 유명한 유적지보다는 이런 평범한 로마의 길들이 훨씬 더 좋았다.
내가 걸어간 이 길의 이름은 Via Giulia
오래된 건물과 정오의 햇볕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그림자에 반해 사진을 찍었다.
사진 오른편에 있는 빛 그림자가 꼭 별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 길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
참으로 궁금했다.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세월의 흐름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건물의 석조 장식들.
로마는 평범한 골목길만 걷고 있어도 이렇게 볼 것이 많다.
로마의 햇살이 내려비치는 어느 일요일 정오
젊은 엄마과 파란 공을 갖고 노는 어린 소녀
내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사진 중 하나
이곳에도 역시 내가 좋아하는 오렌지빛 건물들이 가득^^
아름답다.
월요일엔 닫습니다(Chiuso il Lunedi)
라는 팻말도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붙여놓다니!!
어쩜 이렇게 고운 색을 칠했을까 +0+
로마 골목길을 걷다 ; 누군가가 보기엔 참 시시한 여행기이겠지만
나에겐 그 어느 장소보다 기억에 남는다. 이런 것이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Via Giulia의 끝까지 쭉 걸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오후 1시 3분에 출발하는 오르비에또행 기차를 타려면 시간이 촉박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아까 그 산 조반니 데이 피오렌티니 성당 앞으로 돌아와 떼르미니행 버스를 탔다.
떼르미니역에 도착하니, 이번엔 전광판에 오르비에또행 레죠날레 기차 시간과 플랫폼이 정상적으로 표출되고 있었다(1시 3분, 2est 플랫폼)
아마 오전에 원래 타려던 레죠날레 기차는 심하게 연착되어 전광판에 뜨지도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로마 시내를 돌아다니지 말고 걍 기다려볼 걸 그랬나...
사진 속에 보이는 빨간색 Chef Express에서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콜라 그리고 과일컵을 사들고 2est 플랫폼으로 갔다.
2est 플랫폼은 1,2번 플랫폼에서 훨씬 더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야 나오는데 여행에 지쳐있는 여행자에겐 상당히 먼 거리다...
제일 등급이 낮은 레죠날레는 여러모로 푸대접이다. 앞으로 가급적이면 레죠날레는 안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ㅋ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오르비에또행 트렌이탈리아 레죠날레
육안으로 보기에도 기차가 상당히 오래되어 보임ㅎㅎ
*이탈리아 기차 탑승 팁 :
탑승 일자와 시간이 명시되어 있는 티켓은 탑승전 별도 각인 절차가 필요없지만
내가 떼르미니역에서 산 티켓은 유효기간 내에는 동일 등급의 기차를 언제든지 탈 수 있는 티켓이므로
탑승전 반드시 기차 플랫폼의 기계에서 각인을 받아야 한다.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해갔다면 탑승 일자와 시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각인을 받을 필요 없고 예약번호만 알려주면 됨)
각인이 되어 있지 않으면 사실상 무임승차에 해당하므로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한다.
근데 문제는
내 티켓을 보면... 분명 각인을 받았는데도 기계 잉크가 다 떨어졌는지 각인 내용이 보이질 않는거다;;
그나마 다행히 기계에 들어갔던 흔적(?)은 남아 있는데 (왼쪽 아랫 부분 주황색으로 칠해진 부분에 종이가 반구 모양으로 살짝 찍혀져 있음)
혹시라도 부정승차 의혹을 받지 않을까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치만 다행히 차장 아저씨가 표를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수기로 각인 내용을 기재해주셨다.
근데 뭐라고 써놨는지 하나도 못알아보겠...
내가 점심으로 떼르미니역에서 사온 음식들
원래는 샌드위치와 콜라만 사려고 했는데 0.5유로인지 1유로만 추가하면 과일컵도 같이 먹을 수 있다고 권하길래 그렇게 달라고 했다.
내가 고른 샌드위치는 그란 카프레제(Gran Caprese)로 카프레제 샐러드를 샌드위치 빵 속에 껴놓은 거였는데
전날 빌라 아드리아나에서 먹은 치킨치즈 샌드위치 못지않게 맛이 없었다ㅠㅠㅠㅠ
어흑ㅎ흐흐그흐흐흑
나 진짜 입맛 까다로운 사람 아닌데 크흐흐브으흐흡
왠만하면 다 맛있게 먹는데ㅠㅠㅠㅠ
이 날 아침은 전날 떼르미니역 마트 Conad에서 사온 오레끼에떼 파스타를 먹고 나왔는데 이 것 역시 정말 맛이 없었기 때문에
연이어 맛없는 음식들을 먹으니 정말 슬펐...
그나마 과일컵이 조금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
근데 이것 역시 컵 주변이 끈적거리고, 양이 많아 배부르고, 근데 뒀다 나중에 먹을 수도 없으니 억지로 꾸역꾸역 먹느라 좀 고생ㅋ
그렇게 점심도 해결하고 창밖도 구경하고 약간 눈도 붙이고 하는 사이
1시간 20여분 만에 드디어 오르비에또에 도착했다
대망의 오르비에또 여행기는 다음편에서 만나욥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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