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코피티암의 클래식 코피잔 본문
말레이시아에 갔을 때, 나는 사진 속 코피티암 찻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코피티암Kopitiam은 싱가폴과 말레이시아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로컬 커피점으로 뿌까님의 설명에 따르면 그 역사도 굉장히 오래되었다고 하는데(코피티암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뿌까님 블로그 링크 클릭), 어느 곳을 가나 대체적으로 유사한 커피잔을 쓰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이 커피잔이 말레이시아/싱가폴 지역의 전통 찻잔인 것으로 생각하고, 말레이시아 여행의 기념품으로 꼭 하나 사오고 싶어했다.
이 사진은, 내가 묵었었던 말라카의 호텔 푸리에 딸려 있었던 코피티암에서 찍은 것. 이른 아침이라 영업 시작 전 모습이다.
뿌까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클래식 코피티암의 모습은 적어도 50년대 이전부터 형성된 것이라고.
그리고 호텔 푸리의 코피티암 안에는 역시나 클래식 코피잔이 가득 쌓여 있었다.
또, 호텔 객실 안에도 역시 클래식 코피잔이 놓여 있었고.
그래서 나는 이 잔이 주로 코피티암 영업점에서만 쓰인다는 걸 모르고 일종의 말레이시아 전통 찻잔으로 착각을 했던 것인데...
그래서 말라카에서의 첫날밤 존커 스트리트의 나이트 마켓에 클래식 코피잔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입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새 물건으로 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코피잔들은 굉장히 투박하고 썩 상태도 좋지 않아 더욱더 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틀 뒤
쿠알라룸푸르에서도 클래식 코피잔을 발견하지 못한 나는 멘붕에 빠지게 된다ㅋ
아니 도대체, 코피티암이랑 호텔엔 어딜가나 가득 보이는데,
이곳 저곳을 다 뒤져도 파는 매장은 나타나지 않는 이 잔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원하는 제품을 구하지 못한 건 둘째치고
이 잔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해진 나는, 결국 한국에 돌아와 몇달 뒤 실례를 무릅쓰고 뿌까님께 질문들 드리게 된다.
그리고 친절하신 뿌까님 덕에 이 잔들은 싱가포리언/말레이지언들이 일상생활에서 쓴다기 보다는,
클래식 코피티암에서만 주로 사용하는 잔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니까, 윗 사진 같은 벼룩시장이 아니라면 소매로 구입하기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고,
식당이나 커피집같이 영업점을 상대로하는 대량 도매로만 구할 수 있는 잔이었던 것.
현지의 정취와 특징과 추억을 담고 있으며, 비교적 부피가 작고, 거기에 내가 수집하는 품목에 속하는 물건이
나에겐 최고의 여행 기념품이라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벨기에 브뤼셀에서 산 르네 마그리뜨가 디자인한 사비나 항공의 찻잔이라던가
이탈리아 시에나에 가서 산, 시에나 지역의 공방에서 직접 만든 그릇이라던가=>링크 클릭)
클래식 코피티암의 클래식 코피잔 역시 같은 기준으로 보았을 때 아주 훌륭한 기념품이었기 때문에 좀 많이 아쉬웠다.
그런데 어느날!
뿌까님께서 우연히 코피티암 찻잔을 구했노라며 나에게 이 찻잔들을(사진은 1개지만 실제로는 2개) 하사해주셨다.
아... 정말 이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ㅠㅠ
코피티암 찻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신 것 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했었는데
이렇게 마음 써주신 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도저히 감사함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보답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앤틱&빈티지 찻잔들을 수집하고 있지만 사실 백만원짜리 찻잔 보다 더 귀한 건 바로 이렇게 소중한 사연이 있는 찻잔들이다.
돈만 있다고 해서 살 수 있는 찻잔이 아니니까.
뿌까님, 마음 써주시고 또 이렇게 귀한 수집품을 하나 더 늘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이 코피티암 찻잔 말고도 뿌까님이 나에게 십년 묵은 체증이 내린 듯한 개운함과 즐거움을 주신 일이 또 하나 있는데,
그건, 오래전에 홍콩과 마카오에서 사먹었던 "너무나 맛이 이상했던 말린 과일"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신 점이다.
그 당시의 나는 워낙 건과일을 좋아했던지라 건과일만 보면 열심히 사먹었는데
어느날 마카오에서 사온 건과일 중 몇개가 맛이 너무 이상했다!
기록이 맞다면 lover's plum이라는 녀석인데 적당히 새콤달콤한 맛을 기대했던 나에게 이 건과일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짠맛과 신맛 그리고 또 이해할 수 없는 여러가지 오묘한 맛을 선사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즐길 수 없을 것 같은 이런 말린 과일이 말린 망고, 말린 푸른, 말린 파파야 등과 함께 팔리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 정말 큰 충격이었다.
그러다 어느날 뿌까님 블로그를 보고 우연히 Dried sour plum에 대해 알게 됐다.(뿌까님 블로그 링크 클릭)
한국의 매실과 비슷한 과일을 염장 피클로 만들어 말린 것으로, 가루나 말린 과육형태로 판매하는데 이것만 먹으면 너무 짜고 시지만,
여러 요리에 넣거나 과일주스, 밍밍한 과일 들에 첨가하여 먹으면 맛이 아주 좋아진다고.
물론 내가 마카오에서 사온 것과 뿌까님 블로그에서 언급된 것이 완전히 같은 종류는 아니겠지만
그때서야 그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짜고 셨던 말린 과일의 정체와 용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고,
오랜 궁금증이 - 구체적인 형태로 궁금증을 품고 있었거나 알아보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 풀리자 속이 얼마나 시원했는지 모른다.
뭐랄까
내가 살면서 정말 순수한 기쁨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면, 바로 이렇게 우연히 궁금증이 풀리거나 새로운 걸 익히게 될때랄까?
(내가 작년에 블로그 하길 잘했어 라고 느낀 순간들이 몇 번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짜고 신 말린 과일의 비밀이 풀렸을때였다ㅋㅋ)
암튼 뿌까님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리고
찻잔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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