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이스탄불에서 구입한 냄비받침 본문
이 터키 이즈닉(IZNIK) 문양의 냄비받침은 2012년에 이스탄불에서 구입한 것이다.
이스탄불 여행이 끝나갈 무렵 귈하네 공원 근처의 씨티카드 ATM기를 찾아가 돈을 뽑고 있는데 밖에 나와 있던 ATM기 옆 가게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 진짜 궁금한 게 있는데, 왜 한국애들은 맨날 여기로 급하게 뛰어오는 거야?"
그 당시 씨티카드 국제현금카드는 1회 인출 수수료가 1,000원 밖에 붙지 않고 환율면에서도 유리했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 특히 터키의 리라처럼 시중 은행 어디에서나 쉽게 환전할 수 없는 통화라면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여기서 돈을 뽑으면 수수료가 싸서 그렇다고 설명했더니, 가게 아저씨는 아아 그렇구나~라며 이스탄불 여행은 어떠냐고 물어와, 그렇게 몇마디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 돈을 다 뽑은 내가 자리를 뜨려하자 자기 옆의 물건들을 가리키며 "근데 있잖아, 이거 싸게 줄테니 몇개 사지 않을래?"라고 했다.
나는 이스탄불을 거쳐 프라하에 가야 했기에 왠만하면 깨지기 쉬운 물건은 사지 않으려던 중이었지만 - 그러면서도 이미 빨간색의 유리 차이잔은 하나 구입했다 - 가격도 저렴하고, 이즈닉은 원래 좋아하는 문양이기도 해서 그러마고 하고 냄비받침 한 개와 찻잔받침 두개를 골랐다. 결과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진 못했지만 나름 흥정도 했다. 오래전이라 기억은 잘 안나지만, 모두 합쳐 3~4천원 정도를 치른 것 같다.
물론 이 냄비받침의 가격이 저렴한 만큼 품질도 훌륭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 받침을 볼때마다 귈하네 공원 근처 길거리의 풍경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사실 내 생각에, 그 아저씨는 이미 똑같은 방법으로 수백번도 더 돈을 인출하러 오는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팔았을 것 같다. 무엇이든 말을 걸어 대화를 유도한 뒤 물건을 판매하는 건 이스탄불 상인들의 공통적인 방식이기도 하고. 하지만 뭐, 그 결과로 저렴한 가격의 예쁜 기념품을 얻었으니 아저씨나 나나 윈윈.
그런데 오늘 이 냄비받침을 오랜만에 유심히 들여봤더니 냄비받침에 미세한 균열이 생겨있다. 처음부터 이런 건지 쓰다가 이렇게 된 건진 모르지만, 가장자리 몇곳엔 홈도 패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녀석이 조만간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 아쉬워졌다. 이 냄비받침이 망가지기 전에 터키에 한번 더 다녀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냄비받침과 같이 산 찻잔받침 사진도 찍으려고 했는데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어디 숨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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