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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에서 구입한 찻잔 - 포운요 그리고 용연요 본문
1. 포운요 찻사발
전통 찻사발(다완)에 대한 관심은 상당수 자기 반성에서 시작되었다. 삼년 전쯤이었나, 서양의 찻잔 브랜드는 줄줄이 외우고 있어도, 전통 찻사발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던 자신이 어느 순간 부끄러워졌다. 더욱이, 정작 우리 자신은 잘 알고 있지도 못하는 이도다완(기자에몬)을 자기네 국보로 삼고 칭송하는 일본사람들을 볼때마다 얄밉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다.
찻사발이 대체 뭔데?라고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구글 검색으로 퍼온 찻사발(=다완,막사발) 사진
일본 다도에서 쓰이는 찻사발 사진
몇년 동안 벼르다 여러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던 문경 찻사발 축제를 올해 처음으로 다녀오면서, 하나쯤 장만해야지 생각 하고 있었던 찻사발을 드디어 구입했다.
사진 왼편이 포운요 이영규 도예가의 찻사발, 사진 오른편은 용연요 윤경훈 도예가의 찻잔이다.
찻사발이 일반 그릇처럼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없는 물건도 아니고, 또 마음에 드는 찻사발의 가격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하는 일이 대부분이다보니 몇년째 찻사발을 장만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문경 찻사발 축제에서 포운요 찻사발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득템하게 되었다. 거저 주는 거나 다름없는 가격이었는데도, 이영규 작가님이 굉장히 친절하신데다가 직접 꼼꼼하게 포장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동적이었다!!!! 찻사발을 구입할때 함께 주신 명함을 잘 보관하고 있다가 나중에 부자가 되면 그땐 진짜 근사하고 멋진 포운요 작품을 구입할테다^^ (아니 뭐 꼭 부자가 안되어도 살다보면 비싼 그릇 몇점 정도는 구입할 수 있겠지ㅎㅎ)
(포운요 찻사발. 실물은 예쁜데 사진발이 너무 안받는다)
2. 용연요 찻잔
그릇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 나는 어떤 손님일까, 아까 어떤 책을 읽다가 문득 일반적인 그릇 가게 주인에게 나는 그다지 달가운 고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ㅋ 그릇들을 한참 구경한 후에 결국 구입하는 건 이렇게 작은 찻잔 한개뿐이니 말이다. 남들은 적어도 찻잔 두 개, 아님 보통 네 개를 구매하거나, 아니면 아예 찻주전자와 각종 소품(서양다기라면 슈가볼과 크리머, 동양다기라면 차호, 물버림 사발 등등...)들을 셋트로 구매하는 일도 종종 있을텐데.
그런 자신에 대해 변명을 해보자면, 예전에 다른 포스팅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보다 다양한 종류의 찻잔을 수집할 수 있게끔 찻잔은 한개씩만 구입하자는 원칙을 갖고 있는 것이 첫번째 이유가 되겠고, 두번째 이유는.... 내가 수집하는 물건 하나 하나에 대해 "의미와 이야기"를 갖고 싶어서이다. 아무래도 한번에 대량 구매를 하는 것보다는 한두개씩만 사는 게, 그 물건을 보다 음미하고 그 물건과 친해질 수 있는 여유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각자가 가진 에너지와 능력에 따라 다를테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남들이 귀하다고 하는 물건보다는 하나하나 추억과 이야기가 쌓여 있는, 나만의 보물들로 컬렉션을 구성해나가고 싶은 소망이다.
용연요 행사장에는 내 눈을 잡아끄는 찻잔이 참으로 많았는데 -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품고 있는 듯한 찻잔이며, 아주 매혹적인 보라빛을 띈 굽이 높은 찻잔 등등 -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이 아름다운 푸른빛을 띈 찻잔 한개로 만족하기로 했다.
사실 나는 아직도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도통 눈이 트이질 않았다. 이 두 찻잔들이 부디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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