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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는 나의 힘, 아니 여행의 힘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여행계획&잡담

분노는 나의 힘, 아니 여행의 힘

mooncake 2018.09.13 23:25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그간 나의 여행의 원동력은, 분노가 팔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분노와 짜증은 대부분 회사가 준 것이다.

ㅎㅎㅎㅎ



지금 이 글에 올리는 사진들은 작년 가을 유럽 여행때 찍은 사진들이다.

여행 사진을 보면 그 순간들이 그립고 여행이 마구마구 떠나고 싶어지는데

막상 비행기표와 호텔을 검색하다보면 의욕이 사그라든다.


이코노미석에서 장시간 낑겨가는 것도 싫고, 

형편없는 호텔에서 묵기도 싫다.

그렇다고 비즈니스석 타고 좋은 호텔에서 묵자면, 예산이 한도끝도 없이 올라가 여행을 포기하게 된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


예전에는 모든 걸 감수하고 떠났는데

이젠 그럴만큼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 주질 않는다.

어랏, 회사생활이 편해졌냐고?

그럴리가 있겠습니까만은, 지금도 숱한 짜증과 피곤으로 뒤범벅된 회사생활이지만, 우울한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더 많지만,

그래도 여행으로라도 도피하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만 같았던

그런 최악의 상황은 확실히 아니다.



분노게이지는 낮아졌고

건강은 더 나빠졌고

여행을 하면 할수록 한계효용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

...

...


그럼 그냥 여행을 안가면 될 일인데,

한때 정말 사랑했던 연인에게 마음이 식고도

지난 정 때문에, 습관이 되어버려서, 때로는 연민 탓에 떠나지 못하는 그런 구질구질한 연애처럼

여행이 별로 가고 싶지 않다면서도 자꾸만 비행기표와 호텔을 검색해보고 있다.



게다가 괜히 가기 전에만 여행 준비가 귀찮네, 여행지 가서 아픈 게 싫네, 돈이 아깝네, 등등 생각이 많지

정작 여행을 가면 또 신나게 잘 돌아다닌다에 한표.

반대로 추석때 여행을 안가면 방바닥을 긁으며 "나 왜 여행 안갔냐고오오오" 절규할 모양새가 뻔하다.


그러니 어디든 가긴 가야겠는데

대체 어딜 가지...


이럴 때마다 나를 구원해준 것은 일본이었는데,

지금은 일본 간다고 말하면 최근 일어난 일련의 자연재해들 때문에 부모님이 걱정하실 것 같고,

(평소에도 딱히 효도하는 게 없는데 걱정이라도 사서 끼치진 말아야지)

러시아나 갈까? 했더니 아무래도 추워서 안될 것 같고,

원래 가려던대로 프리미엄이코노미 타고 바르셀로나나 갈까 했더니 가격이 너무 올라있어서 비수기의 비즈니스 뺨 때리는 가격이라 억울하고...


에고 모르겠다.


암튼 글을 쓰다보니 원래 쓰려던 방향이랑 영 달라져 버렸는데,

요약하자면

내가 그저 순수하게 낯선 세계와 모험을 좋아해서 여행을 다니는 줄 알았는데

그 기저의 진정한 원동력은 분노와 현실회피가 훨씬 더 컸다는 걸 깨달아서 좀 허무하다는 것.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질척질척)






까지 어제 썼는데

오늘 회사에서 빡신 하루를 보내며 한 생각은...

아무래도 내가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나 너무 지쳐있는 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사람이 번아웃 되는 게 이렇게 무섭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던 여행마져 너무 피곤해서 떠나기 싫은 기분이 드니까.

아무래도 좀 쉬어주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6 Comments
  • Normal One 2018.09.16 17:04 신고 아이고..... 요즘 많이 지치셨군요.ㅜㅜ 제가 뭔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뭔가 여행이 아닌 다른 쪽으로 간단히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라도 하셨으면..ㅜㅜ
  • mooncake 2018.09.16 17:27 신고 지난 금요일밤 스페인행 항공권 결제마감시한을 고민하다 결국 넘겼는데 오히려 속이 편하더라구요. 아무래도 짐싸고 여행지 가서 어디 갈지 알아보는 것도 더이상 설레이지 않고 일처럼 느껴져서 그런가봐요.
    근데 웃긴게 계속 어디갈까 고민은 하고 있어요ㅎㅎㅎㅎ
  • 밓쿠티 2018.09.18 15:23 신고 ㅠㅠㅠ맞아요 번아웃이 참 무섭더라구요ㅠㅠㅠㅠㅠㅠ저도 요즘 퇴근하면 그냥 멍....하게 있을 때가 많아요ㅠㅠㅠㅠㅠ의욕도 없고 기운도 없고 그런 상태더라구요ㅠㅠㅠㅠㅠmooncake님 어서 훌훌 털고 여행 떠나셔야 할텐데 힘내세요!!!!ㅠㅠㅠㅠㅠㅠ
  • mooncake 2018.09.18 16:00 신고 어찌보면 참 행복한 고민인데요ㅎㅎ "여행 안가고 싶은데 가고 싶어서 고민"하는 거니까요ㅎㅎㅎㅎ
    근데 정작 저는 괴롭... 흑흑...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구... 예전에 다녀온 여행 사진 보면 여행이 넘넘 가구 싶구... 근데 막상 항공권 검색하다보면 장거리 비행이 싫구... 여행지 가서 어디 돌아다닐지 알아보는 것두 귀찮구... 저 스스로 봐도 참 짜증나는 마음 상태입니다ㅋㅋ 근데 지난 블로그 읽어보면 이런 기분이 하루이틀 된 것도 아니구 꽤 된 것 같아요ㅠ 정도만 더 심해졌을 뿐...
    아예 일도, 여행도 다 쉴때가 온건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밓쿠티님도 빨리 의욕과 기운 만빵 충전하셔야 하시길요!! 근데 정말 방법을 모르겠어요...ㅠ
  • esther 2018.09.19 22:50 신고 오스트리아..도 가 보셨지요? 스위스는 혹시..? 프로방스는..?

    어려운 일이지만 유럽초보자에게 한 코스 권하신다면
    어디를 고ㅗ르실지 궁금합니다^^
  • mooncake 2018.09.19 23:18 신고 오스트리아는 못가봤어요...^^

    유럽초보시라면 역시 런던이나 파리...? 이유는 오로지 하나, 지하철 노선이 촘촘히 있는 곳이 다니기 편해서요. 여행 준비를 안해가도 워낙 볼거리가 많구요 =>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게으른 제 기준이었습니다ㅎㅎ 또 이미 다녀오셨을 것 같고요^^

    말씀하신 오스트리아도 좋을 것 같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를 제일 좋아합니다만, 그냥 무난하게 딱 한 곳을 주변 분에게 권한다면 역시 이탈리아?

    결론을 못내서 죄송합니다ㅎㅎ 제 생각엔 제일 가고 싶으신 곳이 정답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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