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외할아버지가 보내주신 베트남/말레이시아 여행 본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르 메리디앙 수영장의 일몰)
작년의 마지막 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고 2~3일쯤 지났을까, 엄마가 봉투 하나를 주신다. 외할아버지가 손자손녀들에게 마지막으로 주는 용돈이라고. 건강이 악화되셨을 무렵, 미리 준비해 놓으라 이르셨다고...
할아버지를 보내드린 후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먹먹한 상태였는데, 할아버지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를 얼마나 생각해주셨는지 느껴져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외할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받은 백만원을,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 흐지부지 없어져버리는 건 싫었다. 그래서 처음엔 특별한 물건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늘 생각만 하던 스피커는 어떨까??? 아님 로모소노프 찻잔셋트도 좋고. 또는 몇년째 벼르고 있던 카메라 렌즈를 사도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물건은 언젠가는 고장나거나 깨지거나 낡아서 버릴 수 밖에 없는 것. 할아버지가 주신 돈으로 물건을 사는 것 보다는 "특별한 기억"을 만드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은 소멸되지만 기억은 내가 살아있는 한 늘 함께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나에게 특별한 기억이라면 역시 그 무엇보다도 여행. 그래, 여행을 떠나자!!는 결론을 내렸다. 할아버지 역시 여행을 좋아하셨음을 생각하면 더욱 더 흡족한 결정이었다.(80대 후반 연세때에도 뉴질랜드, 이집트 등등의 장거리 여행을 다녀오신 분이다^-^)
올해 갔던 여행은 총 세 번.
여행날짜로는 후쿠오카 여행이 제일 앞에 있고, 비행기표를 끊은 것은 포르투갈 여행이 먼저이니 둘 중 하나를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여행으로 생각해야겠지만, 후쿠오카는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곳이라 생각하기엔 특별함이 부족하고, 포르투갈은 여행경비는 할아버지가 주신 돈 만으로는 부족해서 역시 좀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고.
그래서 기본여행경비(항공료, 숙박비)도 딱 들어맞고, 매년 가던 여행들보다 추가적으로 한번 더 간 셈인 베트남/말레이시아 여행을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걸로 생각하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몸 상태가 안좋아서 고생한 걸 제외하면, 꽤 재밌었던 베트남/말레이시아 여행.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거라고 생각하니깐 괜히 더 애틋한 기분이 든다. 빨리 여행기 써야지+0+ 근데 일단 작년 영국 여행기부터 마친 후에.. 그리고 그 후엔 포르투갈 여행기도 써야 하는데.. 도대체 언제 다 쓰지? 흑흑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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