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르 메르디앙 쿠알라룸푸르 (Le meridien KL) 본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르 메르디앙(르 메리디앙) 호텔의 수영장♡
작년 9월 베트남/말레이시아 여행도 출발전부터 기관지염 천식 발열 등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여행 내내 다량의 항생제와 해열제로 버텨야 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호치민과 말라카에서 내 평생 최악의 호텔들을 만난지라 잘 쉬지도 못해 더더욱 힘들었다
호치민과 말라카에서 최악의 호텔을 만나게 된 경위는 이랬다.
평소, 여행 갈때마다 호텔 선정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이던 나... 숙소 선정하는 기준이 까다롭던 나...
비교적 가격대비 거의 늘 만족스러운 호텔에 묵을 수 있었지만, 반면 과한 시간낭비다 싶은 면도 있어서,
앞으론 숙소 선정에 지나친 시간을 들이는 건 자제하는 게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호치민/말라카 숙소를 고를때는 평소 나답지 않게 트립어드바이져 상위에 있는 숙소를 10분 정도 훑어보고는
대충 적당한 곳을 골라 예약을 했다.
근데ㅠㅠㅠㅠ 하필이면 둘다 완전 최악의 호텔이었음... 아하하하하하하하핫
호치민과 말라카의 호텔에서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의 유일한 희망은 쿠알라룸푸르의 르 메르디앙 뿐이었고,
쿠알라룸푸르 르 메르디앙은 다행히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실 호치민과 말라카 호텔이 워낙 개판이었기 때문에
왠만한 호텔에 갔어도 다 좋게 느껴졌을 것 같긴 한데,
여튼
지옥같은 호텔들을 거친 후라 그랬는지,
쿠알라룸푸르 르 메르디앙은 완전히 천국처럼 느껴졌다! 5성급이지만 당시 내 체감으로는 7성급?ㅋㅋㅋㅋ
친절한 직원 (특히, Hafiz 아저씨는 얼마나 훌륭했는지!!)
깨끗한 침실 (일설엔 5성급 호텔도 더럽긴 마찬가지라지만 일단 눈에는 깨끗해보이잖아)
쾌적한 공기 (호치민 숙소에선 곰팡이 냄새가 났다...ㅠㅠ)
만으로도 완전 살 것 같았다^^
사실 쿠알라룸푸르 르 메르디앙은 오래된 편이라 객실 시설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워낙 꾸진 호텔에서 시달리고 온지라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
편안했던 침대
역시나 옛날 느낌이 팍팍 풍기는 욕실
좋게 보면 클래식하다고 할 수 있을 듯^^
옷장 안에는 여벌 샤워가운과, 우산과, 또 기도를 위한 작은 카페트가 들어 있었다. 역시 이슬람국가임.
스타우드 프리퍼드 게스트(SPG) 전용층에 있는 객실이기 때문에 와이파이 무료 + 생수 6병(침실에 두개 욕실에 네개 있었다)을 줌
(*작년 9월에만 해도 와이파이는 유료였는데 이제는 전층 무료로 바뀐 듯)
전시회랑 호텔 로비 카페의 커피 바우쳐가 제공되었는데 전시회는 못가고 커피만 마심^^
호텔방에 있던 커피티에. 센스있는 테이크아웃잔♡
근데 쿠알라룸푸르가 워낙 더워서 뜨거운 테이크아웃 컵 들고 다니고 싶지 않다는 게 함정
아주 기본적인 객실 가구들.
사실 5성급 치고 객실은 그저 그렇지만,
대신 르 메르디앙 쿠알라룸푸르엔 꽤 근사한 수영장이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것 치고는 상당히 규모가 큰 수영장이다.
그 이유는 바로 옆 힐튼 호텔과 수영장을 공유하기 때문!
(*객실 상태는 힐튼이 훨씬 낫다고 한다. 물론 가격도 더 비싸다ㅋ
나는 르 메르디앙 KL 정도면 만족하기도 하고, SPG 포인트를 모으고 있으므로 다음에 또 가도 르 메르디앙에서 묵을 듯^^)
두둥
이렇게 쌍둥이 건물의 왼쪽은 르 메르디앙, 오른쪽은 힐튼ㅋ
(*수영장을 같이 쓰는 이유는 르 메르디앙과 힐튼 호텔의 주인이 같기 때문이다. 건물 안쪽에서도 힐튼과 연결되는 통로가 있었다.
일본인이라던데 쿠알라룸푸르 센트럴 바로 앞의 호텔을 두개나... 참... 부럽다...ㅠ)
그래서 쿠알라룸푸르 센트럴 스테이션 쪽에서 이어지는 통로도 이렇게 힐튼호텔과 르 메르디앙이 나란히ㅎㅎ
근데 궁금한 점이
르 메리디앙을 왜 우리나라에선 르 메르디앙이라고 하는 걸까?
라고 하면서도 나도 르 메르디앙이라고 쓰고 있...
두 호텔이 엄연히 다른 곳이다보니 일단 수영장이 분리가 되어 있기는 하다.
사진의 왼쪽이 르 메르디앙 수영장, 오른쪽은 힐튼의 수영장.
물 속으로는 넘어다닐 수 없고, 밖으로 나와 건너 다니게 되어 있다.
수영장이 두 곳이다보니 수온도 다르고 분위기도 살짝 달라서 취향 따라 놀 수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한 명당자리! 르 메르디앙과 힐튼 중간에 위치한 자린데
여기 썬베드에 누워서 폭포의 물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몸은 노곤고곤하게 풀리고 기분은 어찌나 편안해지던지
여기서 꽤 오래 뒹굴거렸다.
내 취향에 딱 맞는 워터 슬라이드
애들용이라 길지 않고 경사도 낮아서 참 좋았다ㅋ
열나는데 한밤중에 막 수영함... 철이 안든다... 하하하하핫
힐튼 호텔 쪽 수영장
르 메르디앙 호텔 쪽 수영장
대략, 힐튼 호텔 쪽 수영장은 상대적으로 밝고 놀기 좋은 분위기고
르 메르디앙은 조용하고 차분해서 썬베드에 누워 쉬기 좋은 분위기
지만
사실 별 차이 없음 ㅎㅎ
수온은 르 메르디앙 쪽이 따듯했던 것 같다.
인공폭포가 떨어지는 동굴같은 통로를 지나가는 것도 괜히 재밌었음 ㅋ
더운 날씨, 수영장에서도 꽁꽁 싸매고 있는 이슬람 여인들
이슬람 여인들의 수영복은 요래요래 생겼음
좀 안쓰러워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몸을 다 가릴 수 있어서 좀 부럽기도 했...? 응? ㅎㅎㅎㅎ
사진 보니 당장이라도 시원한 물 속으로 풍덩 빠져들고 싶다 T.T
밖에 나가기 전, 잠깐만 쉴 생각으로 수영장에 나가 썬베드에 누우면
10분이 20분이 되고 20분은 1시간이 되고 어느순간 몇시간이 훌쩍 지나있고ㅎㅎㅎ
몸은 피곤하지,
수영장 썬베드는 포근하지,
햇살은 따스하지,
몸이 노곤노곤해지다보면...!
결국 원래 생각해놓은 일정 무시하고 상당한 시간을 수영장에서 뒹굴다 왔는데 그게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썬베드에 누워 인터넷도 하고 책도 읽고 잠도 자고 정말 푹 쉬다 와서
그 후로 많이 피곤할때마다 KL 르 메르디앙이 생각날 정도 ㅎㅎ
내가 쿠알라룸푸르 썬베드에 누워 읽은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Blind Willow, Sleeping Woman)"
허세 부리려고 영문판으로 가져간게 아니고;;
멀리 여행 갈땐 대개 영문 페이퍼백을 들고 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오로지 "무게 대비 읽을 수 있는 분량이 제일 많아서"
우리나라 책은 종이질이 좋고 공백이 많아서 "무게 대비 읽을 수 있는 양"이 작음. 짐의 무게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장거리 여행에는 비효율적임.
* 참고로 올해 이탈리아/벨기에 여행엔 이북(eBook)을 다운받아 갔는데 참 좋았다!!
책 읽을 시간이 많진 않았지만 비행기/기차 이동 중에 틈틈이 읽었다. 앞으론 이북을 애용하게 될 듯^^
수영장 썬베드에서 주문해마시는 음료수는 또 왜이렇게 달콤한지(+가격도 저렴했다!!!)
시간 안맞아서 나시레막 못시켜먹고 온 건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ㅎㅎ
*앗 여기서 나시레막을 인도네시아 볶음밥 나시고렝(Nasi Goreng)으로 정정합니다ㅋㅋㅋㅋ
머리속으로는 나시고렝이라고 생각하면서 나시레막으로 써놨...
그리고
르 메르디앙 쿠알라룸푸르 수영장에 누워 만끽한 해지는 풍경은 정말 못잊을 듯^^
원래 KLCC 가서 쇼핑하다 야경보고 오려고 했는데
수영장에서 보는 일몰이 너무 멋지고 계속 누워 있고 싶어서
쇼핑은 포기하고 야경만 후다닥 보고 옴 ㅎ
르 메르디앙 쿠알라룸푸르에서 내려다보이는 시티뷰
밤엔 이런 풍경...
르 메르디앙 쿠알라룸푸르의 로비
* 호텔은 전반적으로 한적했는데 조식 먹을때는 바글바글해서 아니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있다 튀어나온건가 하고 놀람 ㅎㅎ
르 메르디앙 쿠알라룸푸르 직원들이 불친절하고 접객태도가 엉망이다...라는 평이 있던데
일단 프론트 데스크에 있는 중국계 직원들은 딱히 친절하지도 않고 불친절하지도 않은... 그런 분위기였고(좋게 표현해서 "시크"한 분들ㅋㅋ)
대신 객실담당, Porter분들은 정말정말 친절하셨다!
특히 첫날 내 짐을 들어다주신 Hafiz 아저씨는 얼마나 다정하던지^^
호텔에 대한 안내를 세세하게 해주고
로비에서 마주칠때마다 내 안부와 이후 일정을 물은 교통편을 자세히 알려주고
(이미 알고 있는 곳도 진지하게 알려주셔서 모르는 척 하고 열심히 들음ㅋㅋㅋㅋ)
쿠알라룸푸르를 떠나던 날은 언제 또 올 예정이냐며 아쉬워하시더니
공항 익스프레스 타는 곳까지 길을 안내해주신다고 해서(물론 거절했지만;;;) 정말 감동이었다^^
*내가 거절한 이유 중 하나는 팁 드리는 게 익숙치 않아서;;;;;;;;;
해외 생활 오래한 분들 특히 팁문화가 발달된 곳에 계시던 분들은 정말 세련되게 팁을 건네시던데 나는 늘 겁나 어색하고 민망하고 겸연쩍고 그렇다 ㅠㅠ
그래서 사실 호텔도 포터 없는 3성급이 더 편함 ㅋㅋㅋㅋ
호텔 수영장 사진을 편집하느라 기력이 빠져 조식 사진은 한장밖에 없다ㅋ
(*나중에 혹시 생각나면 조식 사진만 따로 올려보겠쯥니다)
호텔 주인이 일본사람이라 그런지 호텔 객실 내부 가전제품도 거의 다 일본 브랜드, 그릇도 일본 Nikko, 조식 메뉴에도 일본 음식이 많은 편이었음
물론 일본 음식만 많은 게 아니라, 종류도 다양하고 상당히 괜찮았음. 조식이 아니라 걍 일반 부페 느낌이 날 정도^^
근데 내가 몸이 안좋아 많이 못먹었다는 게 함정 ㅜㅜ
언제가 꼭 또 다시 가고 싶은 쿠알라룸푸르 르 메르디앙!!
근데 거리가 멀어서 쉽게 가긴 어려울 것 같다. 3~4시간 거리면 훌쩍 다녀올텐데 비행시간 6~7시간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거리라서...
참참, 또 하나...!
정말 마음에 쏙 든 호텔이었지만 이 호텔에 머무르며 좀 슬프기도 했는데
마음은 "털털한 여행생활자"로 살고 싶지만
몸은 어느 정도 시설이 갖춰진 숙소를 원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
그러니까, 작년의 이 여행 전에만 해도 "회사를 관둔 뒤 최소한의 경비로 전세계를 방랑하며 사는 여행생활자의 삶"을 꿈꿨더랬는데,
건강과 취향 상의 문제로 그런 여행은 추구하기가 어렵다는 걸 처절히 깨달아서...
여행생활자의 로망은 잠시 접게 되었다ㅠ
(물론 럭셔리한 여행 생활자로 지낼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건 선택받은 소수만이 가능한 일이니... 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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