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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의 사망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노트북의 사망

mooncake 2008. 11. 24. 10:42
며칠전부터 노트북을 고치려고 낑낑대다가, 결국은 포기, 용산 도시바 센터로 갔다.
신용산역-이라고 되어 있어 신용산역에서 내렸으나, 20분 이상 걷다보니 결국은 용산전자상가를 끝에서 끝까지 가로지른 셈이 되었다. (도시바 센터가 위치한 전자랜드 별관은 원효로3가 쪽이 훨씬 훨씬 가깝다. 나만 몰랐나?)

암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용산바닥을 헤맸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하드를 교체하는 것 외에는 전혀 방법이 없다고 한다. 겁이 와락 났다. 돌아가신 할머니 사진이 아직도 노트북 하드에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 논문 관련자료나 여행사진 같이 평소에 중요하게 여기던 자료들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할머니 사진만큼은 사수해야 했다. 하드복구업체들은 부르는 게 값이니, 비용이 많이 들거에요. 아주 중요한 자료가 아니면 복구안하는 게 나아요 - 라고 도시바 직원분이 이야기해주었으나, 얼마가 들더라도 할머니 사진은 살리고 싶었다. 전자랜드 별관 지하에 있는 데이터 복구 업체에 노트북을 맡기고 왔다. 도시바 직원이 무시무시하게 이야기했던 것과는 달리 접수를 맡는 여직원이 상냥하고 비용도 4만원 정도면 될 것이라 하여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노트북을 맡기고 빈 케이스만 덜렁덜렁 들고 용산전자상가를 나왔다. 지치고, 허전하고, 불안하고, 춥고, 그리고 홀로 남겨놓고 나온 은빛의 작은 노트북을 생각하니 어쩐지 애처로운 기분이 들었다.  

명동으로 와서 친구를 만났다. 토니로마스의 프렌치 어니언 수프를 먹자 좀 기운이 났다. 한참 앉아 수다를 떨다가 서울시립미술관의 퐁피두센터특별전을 보러갔다. 늦게 도착한터라, 시간이 촉박해서 작품을 여유롭게 감상하지 못한 점이 좀 아쉬웠다. 제일 기대했었던 마티스의 작품이 역시 제일 좋았다.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재해석한 작품들도 인상적이었다. 참, 하나카드로 입장권을 결제하면 할인도 해주고 전시된 작품의 엽서세트 (총 5장)도 덤으로 준다.^^ 전시회 기념품샵에서 한장당 천원에 판매하는 엽서보다는 색감이 좀 구리구리하긴 하지만... (마티스의 붉은 실내는 갈색 실내가 되어버렸다!!)

PS 오늘 데이타 복구 업체에서 전화가 왔는데, 물리적 손상이 있어 복구 비용으로 15만원이 든다고 한다................. 4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라가다니, 헉.ㅠ 새 컴퓨터 구입비용+하드 복구 비용을 생각하면 올 겨울 새 코트는 물건너갔다고 봐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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