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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카페 레가타의 훈훈한 기억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5.09 Finland & Tallinn

헬싱키 카페 레가타의 훈훈한 기억

mooncake 2015. 10. 5. 18:14

여행 전부터 고대하고 있었던 카페 레가타Cafe Regatta에 갔다.

기대가 크면 실망하게 되는 일이 다반사인데도, 이 곳은 기대보다도 훨씬 더 예뻤다!! 진짜 진짜 강추!! 헬싱키 여행 가는 분들은 꼭 가세요!!

게다가 이 곳의 진가는 예쁜 가게나 멋진 풍경, 그리고 맛있는 시나몬롤 뿐만이 아닌, 훈훈한 서비스에 있었다.


연어 샌드위치와 커피와 시나몬롤을 주문하고 100유로 지폐를 내밀자, 100유로 지폐는 너무 큰 돈이라 원래 받지 않는단다. 또 신용카드도 안된단다. 내 뒤로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내가 갖고 있던 현금은 100유로 지폐 한장과 동전 몇개가 전부라 이를 어쩌지?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이 얼굴을 내밀더니 그럼 일단 먹고 나중에 와서 돈을 내란다. 현지 주민도 아니고 누가 봐도 관광객이 분명한 나한테, 나중에 와서 돈을 내라니!!! 매우 고마운 제안이었지만 외상을 편히 하는 성격도 아니고 남은 여행기간 중 다시 오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서 연어 샌드위치는 취소하고, 남아 있던 동전으로 커피와 시나몬롤만 구입했다.


원래 나는 시나몬롤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건 내가 그동안 맛없는 시나몬롤을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페 레가타의 시나몬롤은 정말 맛있었다! 고소한 견과류가 살짝 뿌려져 있는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 향긋한 시나몬. 거기에 커피를 곁들이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나저나 나는 돈이 없어(?) 시나몬롤만 먹고 있는데 내 옆에 앉아 계신 노부부는 무려 1인 2케익을 드시고 계셔서 얼마나 부럽던지ㅋㅋㅋㅋ)



맛난 시나몬롤과 커피에 오후의 햇살이 반짝이는 바다 풍경이 곁들여지니 아... 이건 정말 천국 같은 순간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근사한 순간을 그렇게 오래 즐기지는 못했다. 헬싱키 중앙역 앞 미술관 아테네움Ateneum에 가기 위해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다.

카페 레가타를 뜨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여기 계속 있을까 아니면 아테네움에 갈까 치열한 고민을 했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풍경을 앞에 두고 있는데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지 못하고 새로운 장소로 가려하는 자신이 어리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아테네움으로 갔다. 아테네움도 굉장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정이었지만, 그래도 카페 레가타에서 충분히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한 일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면 헬싱키에 도착한 첫날, 카우파토리 쪽으로 가지 말고 카페 레가타가 있는 동네에 갔더라면 참 좋았겠지만, 처음 간 도시에서 모든 일정이 완벽할 수는 없으므로 늘 그렇듯 "다음번에 헬싱키에 갈땐 꼭 카페 레가타에서 긴 시간을 보낼거야"라는 기약없는 결심으로 마음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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