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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 정리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5.09 Finland & Tallinn

핀란드 & 에스토니아 탈린 여행 정리

mooncake 2015. 10. 10. 23:03

○ 여행 기간 : 2015년 9월 26일(토) - 10월 3일(토), 6박 8일

○ 방문도시 : 핀란드 헬싱키, 포르보, 에스포(누크시오 국립공원) / 에스토니아 탈린

○ 항공 : 핀에어

○ 숙소 : 헬싱키 - 아르투르 호텔(4박) / 탈린 -  탈링크 시티 호텔(2박)

○ 공연

 a. 9월 26일 : Sibelius Piano Trio (Mikael Agricola Church)

 b. 9월 28일 : Toivo Kuula (Helsinki Music Center)

 c. 9월 30일 : Die Zirkusprinzessin (Estonia National Opera)

 d. 10월 1일 : Tütarlastekoor Ellerhein 등 (Tallinna Jaani Kirik)

 e. 10월 1일 : Harmoonium & Mandoliin (Tallinna Toomkiriku Käärkamber) 


#1.

이번 여행은 무리 안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삼았습니다. 5월 이탈리아/벨기에 여행이 너무 힘들기도 했었고, 또 여행이 끝난 뒤 바로 다시 빡센 업무를 해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별로 볼 거 없다고 말하는 헬싱키가, 오히려 좋은 여행지였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헬싱키 가는 핀에어를 덥썩 발권한 것도 다 체력 문제였어요. 직항이고 비행시간이 제일 짧으니 그나마 덜 피곤할 거라는 단순한 생각) 


#2.

1번의 연장선으로써, 추석연휴 비행기표를 직전에 구하느라고 이미 상당한 요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코노미 컴포트" 좌석 비용을 추가 지불했습니다. 편도당 60유로. 환율*카드사 수수료를 고려하면 대략 왕복 17만원 정도를 더 지출한 셈이지요. 어떻게 보면 작고 어떻게 보면 큰돈인데, 저한텐 큰 돈입니다. 조금 더 편히 앉아 가는 비용으로 17만원을 써버리는 건데,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면 그 17만원으로 맛난 걸 먹고 예쁜 찻잔도 살 수 있을테니까요.

비행기표를 싸게 구매했다면 이코노미 컴포트 좌석에 추가로 들어가는 17만원을 고민없이 지불했겠지만 이미 비행기표 값도 비싸게 낸 터라 마음에 부담이 갔어요. 게다가, 17만원은 서둘러 준비하면 일본 왕복 비행기표도 끊을 수 있는 금액이잖아요? (물론 저는 늘 2~3일 전에 비행기표 끊고 가느라고 일본도 4~50만원씩 주고 가는 사람이지만요ㅋ)


그래도 생각해보면 저는 체력<시간<돈 순으로 부족한 사람이고, (어디까지나 "상대열위"와 "상대우위"개념입니다. 절대우위가 아니에요ㅠㅠㅠㅠ) 그렇다면 없는 돈이라곤 해도 그 돈으로 더 없는 체력과 시간을 메꾸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17만원을 추가로 들여 이코노미 컴포트 좌석을 구입했습니다.


근데! 출발 당일 공항에 가니깐! 비즈니스석 티켓을 주는 거에요! 

제가 얼마나 기뻤겠어요ㅋㅋ

업무 해치우고 가느라 출발 당일 몸이 정말 안좋았었는데 편히 누워 갈 수 있는 비즈니스를 주니깐!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 겁니다. 좌석 업그레이드는 언제 받아도 기뻤겠지만, 그래도 정말 긴요한 시점에 받아 아주 고마웠어요. 아 진짜 타이밍 최고! 핀에어에 대한 애정이 마구마구 상승했습니다. 사랑해요 핀에어!!!!


#3.

제가 출발한 날이 추석연휴 시작날 오전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도 공항은 정말 혼잡했습니다. 저는 주문해놓은 면세품은 아예 못찾을 각오를 하구 갔어요ㅋ 면세품 찾기 위해 공항에 일찍 가거나 한참 줄서거나 하면서 체력 소진하기 싫어서요. (뭘 하든 체력 보존이 1순위;)


근데... 추석연휴에 출국하는 사람 모두 시간에 쫓기고 급한 마음인 건 마찬가지인데,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을 하는 분이 많더라구요.  

도대체 왜 이렇게 새치기 하는 분이 많은가요? 특히 출국심사대에서 한 커플이 길게 늘어선 줄을 새치기 하기 시작하자, 다른 중년 남자분이 따라하고, 외국인까지 가세... 완전 혼란의 도가니였습니다. 너무나 부끄럽고 얼척없는 상황이었어요. 제 눈을 의심할 정도로요. 더군다나 그날 제 바로 뒤에는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한분과 그분의 아드님이 서계셨거든요. 정말 연로해보이는 할머니도 가만히 서서 순서를 기다리시는데, 새치기를 시작한 젊은 커플... 참... 부끄럽지도 않은지... 중국인 비매너만 욕할 게 아닙니다. 종종 한국인도 별로 다를 거 없는 것 같아요ㅠ


#4.

여행 시간이 짧아 본격적인 핀란드의 자연환경은 보러가지 못하지만 대신 근처의 숲이라도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헬싱키에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누크시오 국립공원을 다녀왔습니다. (현지 발음은 "눜시오"에 가까운 듯) 혼자 갈까, 현지 투어를 이용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날도 쌀쌀한테 숲에서 길 잃으면 레알 멘붕일 것 같아 현지 투어를 신청했어요. 근데, 이건, 진짜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ㅎㅎ 그날 투어 인원은 저 혼자였는데 정말로 근사한 핀란드의 숲과 호수를 실컷 보고, 또 현지인에게 그동안 핀란드에 대해 궁금했던 걸 "죄다" "심층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했어요. 제가 이번 여행을 아주 만족스럽게 생각하는데에는 이 훌륭한 투어에서 받은 만족감이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 빨리 본격 후기 쓰고 싶다!!! 헬싱키 가시는 분들은 시간 내실 수 있음 하루 정도는 꼭 근처 숲에 다녀오세요^^ 우리나라처럼 산이 아니라 대부분이 평지에 가까운 "숲"이기 때문에 천천히 다니면 많이 힘들지 않습니다ㅎㅎ


#5.

여행 중에 틈틈이 블로그에 올린 글들에서 토로했듯이 분명히 여행 계획을 충분히 짜가지 않아 동선도 엉망이고 길도 많이 헤매긴 했는데 그래도 "무리하지 않는다"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그런지 아이폰 건강앱의 걸음 숫자를 체크하면 평상시보다 조금 더 걸은 정도더라구요... 하하하하핫 

근데 왜 그렇게 피곤했던거지? 아... 시차와 낮은 기온때문이구나.


#6.

한국보다 낮은 기온 탓에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예상기온을 보니 제가 가는 시기의 핀란드/에스토니아 날씨는 [최고기온 14도, 최저기온 4도] 정도였는데 가을에 입는 야상이나 트렌치코트를 입긴 추울 것 같고(낮엔 괜찮겠지만 기온이 떨어지거나 비가 오거나 밤에 돌아다니는 경우), 그렇다고 겨울에 입는 본격적인 패딩을 입기엔 덥고 거추장스러울 것 같더라구요. 또 이 시기에는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추위보다도 비를 막는 게 더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었구요.

그래서 한참 고민하다 결국 아우터로 "초경량 패딩 +  평범한 가을사파리같지만 사실은 방수가 되는 바람막이" 2종을 겹쳐 입었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던 포르보 빼고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저렇게 입고 갔어도 포르보에선 추웠어요! 기온은 11도 정도였는데 개인적인 체감온도는 0도 정도?ㅋㅋ 저 옷들로 도저히 멋 따위는 부릴 수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방수되는 아우터 덕에 포르보에서 소나기를 쫄딱 맞고도 괜찮았던 것 같아요. 해가 지거나 흐린 날은 체감온도가 급하강하니 숫자만 믿지 말고 따닷하게 입고 가셔요. 물론 이건 추위 많이 타는 사람 기준입니다.

참고로 현지인들 옷차림은 가을 트렌치코트, 겨울코트, 가죽재킷, 얇고 짧은 패딩 등등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반팔 입고 다니는 용자도 보았음. 하긴 울 동네에도 한겨울에 반바지 차림으로 조깅하는 외쿡인들이 있으니깐...


#7.

핀란드에서 추위에 떨다 한국에 오니 따듯해서 좋더라구요ㅋㅋ

핀란드에서 가을 추위를 일찍 겪고 와서 그런지, 다른 때 같음 추워지고 있다고 슬퍼했을텐데, 지금은 왠지 보너스로 따듯한 날씨를 받은 기분이라 좋아요ㅋ => 사실 이건 며칠전에 써놓은 글인데 오늘 갑자기 추워져서 이 말 취소ㅎㅎ


#8.

무민의 나라에 갔다왔지요. 근데 무민이들 잘못은 아니지만, 저 약간 무민에 정떨어질뻔 했어요. 무민 바가지가 너무 심해서요.

아라비아 핀란드 무민 머그 제가 본 최저가가 12.95유로, 최고가는 27유로였습니다. (시중 평균가는 19유로 정도 되겠네요ㅋ) 

이거 진짜 너무 심하지 않아요? 두배 이상 차이 나다뇨.

한국도자기나 로얄 알버트 찻잔 같은 게 "한국이나 영국 현지"에서 가게마다 "두배"씩이나 차이 나진 않잖아요. 물론 위의 가격은 당연히 아울렛과 백화점의 차이도 아닙니다.

무민 제품을 살때마다 대놓고 호갱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다들 무민 사러 가는 거니깐 어쩔 수 없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또 미친듯 가격비교해가며 사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여행중인 대부분의 우리에겐 돈 보단 시간이 더 없으니까요. 10유로 아끼려고 몇군데 돌아다니며 시간 쓰는 것보단 걍 그 시간에 딴 거 하는게 낫습니다. 


여튼 "애기때부터 좋아한 나의 무민은 이렇지 않아!" 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 ㅠㅠ


#9.

에스토니아 탈린은 진짜 좋았습니다. 짱짱짱!

생각보다 별로였다는 분, 하루면 충분하다는 분이 많아 조금 고민했는데 2박 3일도 너무 부족했고 일주일쯤 있고 싶었습니다.

역시 새삼 느꼈어요. 정말 취향은 다양하고, 또 방문 당시의 날씨/체력/상황이 전부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경험은 그저 아주 조금만 참고해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많은 후기를 보고, 구글맵으로 도시를 훑어본다 한들 "직접 가보기 전엔" 그 도시가 나랑 잘 맞는지 아닌지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10.

여유있는 여행을 한 덕에 공연을 참 많이 보았지요^^ 무려 다섯번이나! 우하하하하하핫!

힘들다구 하면서 어떻게 공연을 다섯번이나 봤냐고 하시는데, 전부 다 클래식 공연이라 자리에 얌전히 앉아 듣다보니 오히려 체력이 보충되는 시간이었어요. 원래 염두에 둔 공연은 3개였고, 예매해 간 건 1개 뿐이었는데, 시간이 맞아 염두에 뒀던 다른 2개 공연도 다 보게 되었구요, 거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2개가 더 추가된 건 순전히 정말정말정말 운이 좋았던 겁니다. 그러니 여행에서 좀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들, 공연에서 이렇게 운이 좋았으니 불평할 수 없네요ㅋㅋ (이건 정말 운이 맞아야합니다. 여행 전에 제가 다른 건 안해도 공연 정보 + 벼룩 시장 정보는 열심히 검색해가는데 늘 공연을 많이 볼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원래 올해 정말 미친듯이 보고 싶었던 공연 중 하나는, 8월말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있었던 피아니스트 얀 리시에츠키(얀 리치에츠키)와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의 협연이었으나 회사 일정 때문에 도저히 휴가를 낼 수 없어 포기했기 때문에 정말 많이 안타까웠는데(내년엔 꼭 봐야지!! 두명 중 한명꺼라도 꼭 봐야지!! 또 협연해주면 정말 고마울거야!!), 비록 그 공연은 못봤어도 이번 핀란드/에스토니아 여행에서 공연을 5번이나 봤으니 이 정도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충족이 되었다 싶습니다.

헬싱키/탈린에서 본 공연에 대한 상세 내용은 이 포스트를 참조하세요 -> http://mooncake.tistory.com/1235


그럼 조만간 본격 여행기를 시작할께요^^

아, 근데 디카로 찍은 사진들 보니깐 실제 아름다움의 1/10 정도 밖에 못담아냈더라구요. 이게 다 카메라가 꾸져서... 도 있지만 핀란드의 아름다움은 상당수가 사진으로는 담기기 어려운 것 같아요. 직접, 그 장소에, 그 고요하고 평온한 장소에 있어야지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ㅎㅎ 그래서 정말 멋진 여행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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