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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기(19) 로마에서 피렌체까지 - 로마에서의 우울한 식생활 그리고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광장에서 만난 인생 아이스크림 본문
이탈리아 여행기(19) 로마에서 피렌체까지 - 로마에서의 우울한 식생활 그리고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광장에서 만난 인생 아이스크림
mooncake 2016. 7. 31. 18:30로마의 마지막 밤.
밤의 콜로세움을 본 뒤 숙소가 있는 떼르미니역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어야 했지만 시간도 늦고 몸도 너무 피곤해서 또다시 떼르미니역 코나드에서 장을 봤다.
작년 로마 여행에서의 식생활이란 우울하기 이를데 없는 것이었다.
짧은 일정에 보고 싶은 건 많다보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여
점심은 이동 중 기차에서 또는 티볼리 정원에서 샌드위치로 떼우고
저녁은 너무 지쳐 숙소 앞 마트에서 사와 대충 먹기 일수였던 것인데
코나드에서 파는 음식 중 맛있는 게 단 한개도 없었다는 게 문제.
전날 구입한 오레끼에테 파스타도 완전 실패작이었는데
나에겐 더욱더 큰 실패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사진 속의 해물밥(Riso freddo mare)이 바로 그것.
하아... 정말...
해물 들어간 음식이 이렇게 맛이 없을 줄은 몰랐다ㅋㅋ
워낙 늦고 지치고 배가 고파 그저 먹는 수 밖에 없었는데
퉁퉁 불어터지고 깔깔한 쌀알에
시기는 또 왜 그렇게 신지... 식초를 한통 부어놓은 느낌.
ㅠ.ㅠ
더군다나, 안그래도 피곤에 쩔어 있는데 숙소에 들어와서야 Conad에서 거스름돈을 안 준 사실을 알아서
다시 마트에 다녀오기까지 했으니 더욱더 짜증이 났다.
숙소와 마트가 있는 떼르미니역은 천천히 걸어도 5분 거리이긴 했지만
기절할 만큼 피곤하고 떼르미니역 앞에 도착했을때가 이미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는데 다시 다녀오려니 화가 날 수 밖에.
그래도 다행히 마트 직원이 일부러 거스름돈을 안준 건 아니였고 둘다 깜빡한 경우라 돈은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이만원 가량 하는 돈이라 못받았으면 상당히 억울할 뻔했다.
거의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가 새벽 6시에 일어나 부랴부랴 짐을 싸고 피렌체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내가 타야하는 피렌체행 기차는 8:35분이었는데,
8:20에 역에 도착하여 플랫폼을 확인한 뒤 역 안의 가게에서 크로와상과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에스프레소와 크로와상의 가격은 2.1유로. 아름다운 가격이다.
처음엔 둘다 먹고 간다고 했는데, 크로와상까지 먹기엔 시간이 촉박할 듯 하여
에스프레소만 홀랑 마시고 크로와상은 포장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 속의 직원분이 크로와상을 종이봉투에 넣을때 내가 살짝 도와줬더니 어찌나 스윗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하던지...^-^
그 이후에 만난 기차역 직원분도 친절했다.
플랫폼 번호는 이미 다 확인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기차표를 보여주며 이 기차가 맞냐고 묻자,
진지하고 상냥한 표정으로 내가 탈 칸까지 학인해 준 후,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렇게 아주 사소한 친절이 두고두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 걸 보면
역시 타인에겐 가능한 한 친절하게 대하는 걸로.
(예전에 얼핏 들은 말이 생각난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남자들한테도 친절하고, 여자들한텐 더 친절하다는...ㅋ)
전날 탔던 오르비에또행 레죠날레는, 내가 직접 당한 건 아니였지만 "짐을 들어주는 척 하다가 팁을 요구하는" 사기꾼들도 보이고 했는데
확실히 레죠날레보다 윗 등급인 프레치아르젠토는 플랫폼 입구에서 일일이 티켓을 확인해서인지
수상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차의 짐 보관하는 곳에 가방을 자전거줄로 꽁꽁 묶어두긴 했는데
가방을 묶어두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라 살짝 민망한 느낌ㅎㅎ
그리고 나의 좀 챙피한 쇼핑백ㅋㅋ
혹시 추울지 몰라 챙긴 후드짚업과 로마에서 샀지만 끝내 먹지 못해 피렌체까지 들고 가는 술병이 크로스백에 안들어가서
결국 이렇게 면세점 투명 쇼핑백에 넣어갔다.
술은 호텔 직원에게 주고 갈까 생각도 했는데
하루에도 몇번씩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에게 술을 건네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고민하다
무겁게 피렌체까지...ㅠ.ㅠ
그치만 다행히 피렌체에서 맛있게 마셨다는 훈훈한 결말.
그리고 자리에 앉아 아까 포장해온 크로와상을 먹기 시작했는데
우왕! 완전 맛나!
로마에서 처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구나!라고 생각했다ㅋ
로마를 막 떠나려는 시점에 처음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다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로마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못먹고 다닌 탓에
이후 일정에서는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제대로 된 가게에서 밥을 먹고자 노력했다.
약 1시간 40여분만에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에 도착.
많고 많은 인파에 잠시 방향감각에 혼동이 왔지만
다행히 헤매지 않고 내가 묵기로 한 호텔로 잘 찾아갈 수 있었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에서 도보 5분 이내인
알바 팰리스 호텔(알바 팔라체 호텔)에 어렵지 않게 당도하고,
나이 지긋한 여자직원분이 반갑게 맞아주자 안도감마져 느껴졌다.
나에게 여행 중 제일 힘든 것은 짐을 풀었다 다시 싸고
그 무거운 짐을 가지고 새 숙소를 찾아가는 일...
무거운 짐이 정말 싫다. 근데 짐이 많고 쇼핑을 좋아한다는 모순...;;;
오래됐지만 깔끔한 알바 팰리스 호텔에 짐을 맡기고 잠시 숨을 돌린뒤
피렌체를 구경하기 위해 다시 발걸음을 내딛었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일단 내키는 대로 걷기 시작했다.
2015년 5월 18일 월요일 오전의 피렌체 거리.
아직 5월이지만 이미 햇살은 상당히 뜨거웠다.
그때 내눈에 들어온 것은
젤라또 가게!
젤라또 가게를 끼고 돌면 산타 마리아 노벨라 광장과,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basilica)이 나온다.
5월의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잠시 산타 마리아 노벨라 광장을 둘러보다가
일단 아이스크림을 먹고 구경하자!라는 아름다운 결론을 내리곤
아까 그 젤라또집으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직 다양한 젤라또가 준비되어 있진 않았지만
그 중에서 나는 고민없이 아마레나(Amarena, black cherry)를 골랐다.
내가 고른 아마레나(블랙체리) 젤라또.
결과는? 대.성.공.!
내 인생 아이스크림을 피렌체에서 만났다!
우유의 향긋함과 상큼한 블랙체리의 조화가 완전 환상!!!!!!!!
가격은 2유로였다.
피렌체에 도착하여 이 맛난 체리 아이스크림을 먹는 순간
피렌체에 대한 애정이 무럭무럭 솟아올랐다.
ㅎㅎ
나중에 검색해보니 이 젤라떼리아의 이름은 L'Angolo del Gelato
트립어드바이져의 후기(클릭)를 보면 별은 4.5개이지만서도
피렌체의 디저트집들 216곳 중 95위인 걸 보면 그렇게 맛있는 집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암튼
내 입맛엔 이 곳의 아마레나 젤라또는 정말 정말 맛있었다♡.♡
다음에 또 피렌체에 가면 그때도 또 이 주변에 숙소를 잡고 아침 저녁으로 먹어야지...흐흐흐흐흐
하지만 트립어드바이져 후기도 첨부했으니 제 후기만 보고 찾아가는 분들은 책임 못집니다ㅋ
다시 산타 마리아 노벨라 광장의 풍경.
산타 마리아 노벨라 광장을 가로지르는데 비둘기와 신나게 노는 꼬맹이가 있었다.
ㅎㅎ참 혼자서도 재밌게 잘 노는구나
산타 마리아 노벨라 바실리카는 잠시 고민하다 패스하고
발걸음 닿는대로 골목길에 들어섰더니 저 멀리 두오모 성당이 보인다.
두오모 성당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엔 오래되고 멋진 건물들이 가득했는데,
그러다 내 발걸음을 사로잡은 곳이 있었으니...
(그릇 좋아하는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으리라)
으응 여긴 뭔데 리처드 지노리가 이렇게 많아?
어디긴 어디야 리처드 지노리 매장이지.
?
?
?
?
아앜 리처드 지노리, 아니 리카르드 지노리다!!!!!
이탈리아에 가면 꼭 리처드 지노리 찻잔을 사오리라 생각했었지만
로마에서 워낙 정신이 없어 까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쉽게 또 이렇게 우연히 리처드 지노리 매장, 그것도 본사 쇼룸을 마주칠줄은 몰랐다!
꿈만 같았던 시간,
리처드 지노리 매장이 얼마나 훌륭했는지는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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