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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코스타 노바의 그릇가게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4.06 Portugal

포르투갈 코스타 노바의 그릇가게

mooncake 2020. 6. 5. 22:10


포르투갈 중부에 위치한 코스타 노바는 알록달록 예쁜 건물들과



멋진 해안가가 있는 곳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훈훈한 기억이 있는 코스타 노바의 그릇 가게 이야기를 하려고 함.


*코스타 노바 주변 지역이 원래 세라믹 산업으로 유명하고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동명의 그릇 브랜드 "코스타 노바"도 이 동네 출신임









포르투갈어를 배웠던 나는 포르투갈 여행을 가기 전부터, 드디어 직접 포르투갈어를 써볼 기회가 왔다며 설레였었다. 그리고 내가 배운 포르투갈어는 브라질 포르투갈어였기 때문에, 일부러 포르투갈 포르투갈어 책까지 구입해서 포르투갈 포르투갈어를 익히기까지 했다. 


근데 정작 포르투갈에 도착하니까 포르투갈어를 쓸 일이 없는 거다!! 내가 접한 현지인들이 다 영어를 잘하는 바람에 포르투갈에 도착한지 4일째였던 이날까지, 나는 포르투갈어를 거의 쓰지 않고 있었다. 현지인이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거는데 내가 굳이 어설픈 포르투갈어로 답을 하기도 좀 뭐하지 않는가.


그래서 포르투갈어 쓰는 걸 포기하고 있던 참인데, 갑자기 그릇가게 할머니가 그릇 구경 중인 나에게 포르투갈어로 뭐라뭐라 말을 거시는 거다.(영어는 전혀 못하는 할머니셨음) 처음엔 당황해서 어버버하다가, 정신줄 붙잡고 짧은 포르투갈어로 할머니랑 대화를 나눴다ㅎㅎ 저 사람은 누구니? 너네 엄마니? 어느 나라 사람이니? 포르투갈엔 왜 왔니? 공부하러 왔니? 일하러 왔니? 여행왔다고? 지금은 어디에 묵고 있니? 여긴 어떻게 왔니? 등등 궁금하신 것도 참 많았다. 그러면서 또 틈틈이 나에게 계속 예쁜 그릇들을 꺼내 보여주셨다^^




할머니는 계속 포어로 말을 거시지, 사고 싶은 그릇은 많지, 근데 갈 길은 멀지... 약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그릇을 고르고 할머니가 포장해 주시는 중



꼼꼼히 포장해주시는 손길. 계속 예쁜 제품 꺼내서 추천해주시고, 원래 그러시는 건진 모르겠지만 몇개 사지도 않았는데 붙어 있는 가격표보다 많이 깍아주시기까지 했음ㅎㅎ 넘나 다정하고 친절한 할머니셨다!


 

그릇 포장해주시는 동안 가게 곳곳의 사진을 찍었다. 예쁘기도 하거니와 그릇 가격이 엄청 저렴했기 때문에, 마음 같아선 그릇을 왕창 사고 싶었지만, 이날, 갈 길이 정말 멀었다. 일단 코스타 노바에서 버스를 타고 아베이루에 간 다음, 다시 아베이루 기차역에 가서 기차를 타고 포르투로 돌아간 뒤, 포르투 호텔에 맡겨놓은 짐을 찾아 장거리 버스를 타고 리스본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짐을 늘리는 것이, 특히 깨지기 쉬운 그릇 종류를 많이 사는 건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내가 그릇 사는 걸 안좋아하는 엄마가 옆에 있었던 점도...ㅎㅎㅎㅎ



전 세계를 여행하다보면, 어느 동네든 다정한 할머니들은 비슷한 면이 있다. 내가 현지어를 잘하든 못하든 나에게 계속 말을 걸고, 정이 넘치심ㅎㅎ 브루클린에서 만난 미국 할머니도 다자이후에서 만난 일본 할머니도 코스타 노바에서 만난 포르투갈 할머니도 헤이그에서 만난 한국 할머니 관장님도 다 그랬다.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서 내가 괜히 더 훈훈하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어딜가나 다정한 할머니들이 있고 그게 참 좋다는 것. 이럴때면 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인데, 왜 우리는 늘 편을 나누고, 서로를 미워하고, 차별을 하는 걸까... 다른 점보단 비슷한 점이 더 많을텐데, 굳이 너와 내가 다른 점을 찾아내 상대방을 비난하고 혐오한다. 슬픈 일이다. 



난생 처음 제대로 포르투갈어를 써본 역사적 장소!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엄마와 가게 밖으로 나왔다. 아쉬워서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언제 다시 코스타 노바에 갈 수 있을지, 그때도 그릇 가게 할머니가 계속 가게를 운영하고 계실지는 모르겠으나, 꼭 다시 한번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땐 물론 그릇도 왕창 사가지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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