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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이글루스, 넷플릭스, LS, 전천당, 경양식집에서 본문

Trivia : 일상의 조각들

일상잡담-이글루스, 넷플릭스, LS, 전천당, 경양식집에서

mooncake 2023. 12. 17. 23:55

(1) 이글루스 백업
2023.12.17 밤 11시 20분, 백업 종료 전일에서야 이글루스 블로그 백업을 했다. 다행히 빛의 속도로 백업이 끝났다. 총 용량 8메가바이트. 티스토리 하다가 잠깐 이글루스로 넘어갔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의 기록들이다.
이글루스 종료 소식은 꽤 충격적이었다. 또 한번의 사이버 분서갱유. 옛날 블로그 기록들을 좋아하는 나에게 너무 아쉬운 일이다. 역시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쓸쓸함. 사실 이글루스 블로그 종료 소식에 아쉬워한 것은 한참 전의 일이었지만, 올해 워낙 블로그를 게을리 했기에 이제서야 쓴다. 티스토리도 언젠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소름이다. 


 
(2) 넷플릭스 안녕
2020년 12월부터 3년간 유지되어 오던 "4인 공유 팟"이 며칠 뒤면 끝난다. 이미 4명 중 1명은 11월 초부터 접속이 막힌 상태였다. 넷플릭스는 열심히 보다가 몇달간은 또 아예 안보다가 뭐 그런 상태라, 넷플릭스가 요금 정책을 변경하지 않았어도 4인팟을 연장할까 말까 고민을 좀 했을 것 같긴 한데 (1년 단위로 굴러가는 공유 팟이었다보니ㅎㅎ), 그래도 요즘 "약사의 혼잣말"이라는 애니 시리즈를 재밌게 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기만 했으면 계속 함께 했을 것 같다. 샌드맨 시리즈 2 나오는 것도 봐야하는데 흑흑.
난 진짜 쓸데없이 정이 많다. 3년 내내 꼬박 보아온 공유 팟이 깨지니까 괜히 또 아쉬움ㅋㅋ


 
(3) LS타워의 오디오시스템과 LS머트리얼즈 

 
전에도 블로그에 쓴 적이 있는지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가끔 LS 타워에 들릴때마다 1층 로비에 잠시 서서 음악을 듣는다. 재생되는 음악 종류는 클래식, 재즈, 가요, 팝 등등 매우 다양하고, 볼륨도 딱 적당하다. 오디오 앞에서는 잘 들리지만 같은 1층이라도 오디오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딱히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도 좋은 세련된 배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데도 너무 큰 볼륨은 종종 거슬릴 떄가 있다.)
최근 LS타워에 갔을 땐, 오디오 앞에 전에는 없었던 프로스펙스 빈백이 생겨 있어서 새삼스레 사진을 찍어봤다.
이 오디오 시스템도 좋아하고, 몇년전 LS 회장이 오디오 매니아라 LS전선에서 오디오 케이블 사업을 한다는 얘기에 "재벌의 부럽고도 바람직한 취미생활이군"이라고 생각하여 그 계기로 LS 주식도 몇개 갖고 있다. 다만 이 얘기를 주위 지인들에게 했더니 "아니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해서 내 LS 주가가 그 모양이었던 거잖아!"라고 화를 냈다. 물론 이건 몇년 전 얘기로, 요즘은 LS 주가가 괜찮다. 그리고 최근 상장한 LS 머트리얼즈도 연속 상한가를 치는 바람에, 공모주 청약으로 받은 6주 중 4주를 팔아 치킨 4마리 값을 벌어서 소소하게 기분이 좋았다 :) 
 


(4) 히로시마 레이코 -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분실물 가게, 십 년 가게 

 
얼마전 넷플릭스에 히로시마 레이코 원작의 "이상한 가게 전천당"이 올라왔길래 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꿀잼이었다. 역시 나의 정신연령이란... 한 편당 10분이 채 되지 않아 부담도 없고, 원래 이런 "무섭지 않은 판타지류"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정말 재밌게 봤다. 그리고 나서 이 전천당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는데,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어서 슬펐다. 아이가 있는 회사 사람들에게  "그 댁 자녀도 전천당을 좋아하나요?" 물어봤는데 "어머 그거 요즘 인기 많던데 우리 애는 안봤어요"라는 답만 돌아와 주변 탐문도 포기했다ㅋㅋ 그렇다고 초등학생 조카들을 붙잡고 전천당 좋아하니?라고 물을 수도 없고... 
 
몇달전부터 이용하고 있는 "밀리의 서재"를 검색해보니 전천당 시리즈는 없고, 대신 같은 작가의 "분실물 가게"와 "십 년 가게"가 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분실물 가게를 먼저 읽었는데, 소설인데도 마치 영상이 재생되는 것 같은 생생함과 흥미진진함에 감탄했다. 다만 잔인한 내용이 종종 나와서 이걸 초등학생이 봐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긴 했다. 반대로 십년 가게는 분실물 가게를 먼저 읽은 다음에 봐서 그런지 처음엔 좀 밍밍하고 너무 착하기만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읽어나갈 수록 마음이 몽글몽글 평화로워지는 느낌. 좋았다.

 
 
(5) 조영권 - 경양식집에서, 중국집

 
책 이야기가 나온 김에, 최근에 재밌게 읽은 책 이야기. 
도서관 서가를 지나다 "피아노 조율사", "경양식집" 두개의 단어가 눈에 들어와 바로 책을 빌렸다. 둘다 내가 흥미를 갖고 있는 것이면서, 동시에 시대의 흐름에서 약간 밀려난 것들이기도 하다. 이런 표현을 대놓고 쓸 수 있는 것은 바로 내가 시대의 흐름에서 밀려난 업라이트 피아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대한 대로, 책은 매우 흥미로웠다. 기본적으로는 피아노 조율을 하기 위해 방문한 지역의 경양식집을 혼자 즐기는 이야기이되, 때로는 가족과, 때로는 친구와, 때로는 동료와 함께하는 변주가 있어 지루하지 않고, 책의 구성도 글, 사진, 일러스트, 만화 등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 분이 이 전에 중국집에 대해 쓴 책이 있길래 그것도 대여해서 읽었다. 제목은 역시 있는 그대로 "중국집". "경양식집에서“ 보다 먼저 쓰여진 책이라 그런지 피아노 조율에 대한 이야기도 더 많았고, 다양한 노포 중국집에 대한 방문기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본인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고, 확고한 주관이 있으며, 삶 속의 작은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이 분에게 내 피아노 조율을 부탁드리고 싶다. 
피아노 조율하니까 갑자기 생각난 건데, 몇년전 집을 짓는 동안 맡겨 놓았던 피아노를 배달해주시면서, 피아노 공방 사장님이 "피아노 전공하셨나요? 마모가 심해서 고생했습니다"라고 하셔서 놀랐던 적이 있었다. 오랫동안 조율하지 않아 피아노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전공자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마모가 심했다니. 피아노를 6년 정도 배우긴 했지만, 난 내가 늘 연습을 너무 안했다고 생각해왔는데 당황스러웠다.
물론, 전공자였냐는 질문이 피아노 조율이 힘들었다고 말하기 위한 일종의 관용어구인지, 아니면 내가 내 생각보다는 성실한 아이었던 건지는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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