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 무라카미 하루키 본문
일요일 오후를 함께한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책이 제법 두꺼웠는데, 술술 잘 읽혀서 생각보다 빨리 읽었다.
아직 한겨울이지만 살짝 봄의 기척이 느껴지는 따스한 햇빛.
재미있는 책.
요크셔 골드로 우린 맛있는 밀크티.
Halie Loren의 아름다운 목소리 (물론 그 외에도 많은 음악들. 음악과 책이 유난히 더 생생하게 귀와 머리속에 박힐 때가 있는데, 어제 오후가 그런 날이었다)
이 사소한 순간이, 기분이 참 좋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나에게 "과거" 쪽에 가깝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그의 글을 정말 정말 좋아해서, 나라는 존재의 형성에 큰 기여를 했는데, 어느 순간 신간이 나와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도 몇년이 지나서야 읽었고, "기사단장 죽이기"는 아직도 읽지 않았다. (하긴 무라카미 하루키 매니아이던 시절에도 장편보다는 에세이와 단편 쪽을 훨씬 더 좋아하긴 했다. 특히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쓰여진.)
그의 장편 소설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어진 상태지만, 작년에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출간 소식을 보고서는 간만에 설레였다.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요약본 같았고, 2부와 3부가 새로운 이야기였다. 다만, 작년에 지브리 스튜디오 /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고 느낀 것처럼 특정 주제와 장면에 대한 노년기에 접어든 작가의 끊임없는 자가복제는 어쩔 수 없는 듯 했다. 그러나 팬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자가복제와 변주도 반갑기 마련이므로, 재미있게 읽었다.
P.S. 위에서도 썼지만 나를 키운 것 중 2할은 무라카미 하루키다. 감수성 예민하던 고등학교, 대학교때 그의 책을 많이 읽어서 인생관이나 취향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어느날 든 생각인데 왜 난 무라카미 하루키의 놀라운 성실성과 꾸준함과 자기관리는 배우지 못했을까...
P.P.S. 겨울이 되면 습관처럼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양을 쫓는 모험" 그리고 "양사나이의 크리스마스"가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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