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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들 북컬쳐 - 그라운드시소 서촌 전시회 본문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진행 중인 "슈타이들 북컬쳐" 전시회에 다녀왔다.
방문 전엔 큰 기대가 없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전시물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본 것은 아니지만 - 요즘은 전시를 보는 게 많이 피곤하다. 그래서 9월에 예매한 "우연히 웨스 앤더슨"도 아직 안갔다;;; - 그래도 좋았다.
다만 오히려 먼저 가자고 권한 친구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던 걸 보면, 다소 취향을 타는 전시인 듯.

전시장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이미지들.
슈타이들 출판사의 사진들인데 이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

독일 괴팅겐의 슈타이들 출판사에 대한 설명.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이 18세에 설립한 회사라고 한다. 18세라니!
옛날 18세와 요즘 18세는 정말 많이 다른 느낌이다.

겨울이라 그라운드시소 서촌 바깥 풍경이 삭막한 것이 조금 아쉬웠다. 푸릇푸릇한 배경이라면 사진이 더 예쁘게 나왔을텐데.

출판에 쓰이는 종이가 8종인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전부 만져볼 수도 있었다.
나는 "가르다 프리미엄" 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공장에서 만들어진다고 하고, 가르다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이 붙은 걸 보니, 아마도 가르다 호수 근처에 공장이 있나보다.

책 제작에 대한 부분보다는 역시

사진들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출판사 전시회가 아니라 사진 전시회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멋진 사진들이 많았다. 출판사 설립자 게르하르트 슈타이들도 원래는 사진 작가를 꿈꿨었다고 한다. 어쩐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데미안 허스트
런던 약국

산투 모포켕
이야기들

잭 케루악
길 위에서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읽어봐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아직도 읽지 않았다. 이번에야말로 꼭 읽어봐야지. 이렇게 전시회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여기서부터 3층 전시장


칼 라거펠트
펜디

예전 로모그라피를 떠올리게 하던 사진들
(물론 로모보다는 훨씬 선예도가 높은 사진들이지만 ㅎㅎ)


4층으로 올라가는 길

건물의 구조를 잘 살린 전시장


이 책상과 의자에 잠시 앉아 책을 넘겨 보기도 했다.

전시장 밖 테라스

서촌은 늘 단독주택을 사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동네인데, 그라운드시소 옆 건물들을 보니까...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샀는데 바로 옆에 그라운드시소 같은 건물이 들어서면 또 매우 난감해질 것 같다. 프라이버시도 해치고, 시끄럽고. 실제로 친한 선배도 성수동 단독주택에 사는데 집 근처가 전부 핫플이 되어서 살기 불편하다고 함.


4층 전시장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여럿 마련되어 있어서, 평일 시간을 넉넉하게 빼서 하루종일 책을 봐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전시가 끝난다는 것이 함정.

소파 옆에 놓여 있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
Lawrence Schwartzwald의 사진집 The art of reading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는 다양한 장면을 포착한 사진집인데 아주 멋진 사진들이 많았다. 사고 싶어 검색해보니 현재는 절판인 듯.
The Art of Reading - Lawrence Schwartzwald - Steidl Verlag
The Art of Reading - Lawrence Schwartzwald
The Art of Reading presents the first retrospective of Lawrence Schwartzwald’s candid images of readers,...
steidl.de

다야니타 싱의 사진들도 정말 멋있었다.
예전에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찍을 수 있는지
그런 고민들을 오래 했었는데
시시한 결과물에 실망하고, 내가 찍는 사진들이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어느 순간부터는 무엇을 찍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요즘은 그냥 맛있는 거나 여행 사진이나 찍을 뿐
사진이 취미라고 말하기에도 뭣한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이런 멋진 사진들을 보니까 그래도 좋았다.
오래된 꿈 같은 전시회였다.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있던 작은 공간 :)

관람의 마무리는 역시 기프트샵
그런데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사고 싶은 사진집은 품절이었고 (솔직히 말하자면 품절이 아니였어도 고민하다 안샀을 가능성이 높고;;) 다만 QR만족도 조사를 마치면 엽서 하나를 주길래 그걸 기념품으로 받아왔다.
슈타이들 전시 자체는 마음에 들었는데
- 4층에서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사용이 불가해 계단으로 내려와야 했던 점 (몸이 불편한 사람은 어쩌라는 거지???)
- 4층 여자화장실에 가방 등을 걸 고리가 전혀 없고, 수전이 고장나서 덜그럭 거리고, 핸드솝도 다 떨어져 수십번 펌프질 끝에 아주 간신히 손을 씻을 수 있었던 점 등 전시장 관리에 대한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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