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lust
피렌체에서 먹은 점심식사 - L'Opera Caffe 본문
피렌체 죠토의 종탑에서 내려와 후들거리는 다리와 쿵쾅대는 심장과 지쳐버린 영혼을 추스르기 위해 두오모 성당이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와 앉았다. 도저히 멀리 갈 기력이 없었다.
원래 이렇게 관광 스팟의 중심에 있는 식당은 "비싸기만 하고 맛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잘 이용하지 않지만 몸이 너무 힘드니 별 수 있나. (물론, 때마침 이 당시 몇년 내 유럽여행 중 가장 쌌던 유로화 환율 덕에 약간의 호기를 부릴 수 있었던 덕도 있다. 그리고 결국 환율이 비쌀때보다 돈을 더 많이 썼다;;)
혼자 여행을 시작한지 4년째,
혼자 참 잘 다니고 재밌게 놀지만ㅋ 그래도 아직 근사해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건 망설이게 되는데 이 레스토랑엔 나 말고도 혼자 드시고 계시는 분이 몇분 더 있었다.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옆에 계시는 분은 테이블 위에 놓인 가이드북을 보아하니 토스카나 지역 위주로 여행 중이셨나부다... 얼마나 좋을까.
*난 이 사진이 참 마음에 든다 히힛
음료수 + 파스타 + 커피로 구성된 점심 세트 메뉴를 시켰다.
네스티를 Whittington Ice tea 유리잔에 담아놓으니 그럴싸하다. 뭔가 있어보인다ㅋ
파스타가 나왔다.
이탈리아에 온지 4일만에 처음으로 먹어보는 (제대로 된) 파스타.
한국에서도 2~3일에 한번은 파스타를 먹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탈리아에 와서 4일만에 파스타를 먹는다는 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지ㅋㅋㅋㅋ 암튼 여행 내내 오매불망 너무 먹고 싶었던 파스타인데 한 입 먹은 순간 나의 반응은 "으-응?"
한국에서 내가 만들어 먹는 맛이랑 너무 똑같자나.
그것도 엄마가 만들어준 파스타 말고 내가 삶은 거. 내가 삶아서 약간 덜 삶아진 거. (나도 모르게 "알 덴테"로 삶고 있었나 봄^^)
게다가 시판 토마토 파스타 소스랑 별 차이가 없는 소스 맛.
알 덴테 파스타면+익숙한 토마토 소스 맛 = 이것은 바로 고향의 맛! 순간 우리집 식탁 앞으로 돌아간 듯한 그런 맛!
대체 내가 왜 피렌체 한복판에서 고향의 맛을 느끼고 있는가?ㅋㅋㅋㅋ
맛이 없었다는 건 아닌데 한국에서 먹는 거랑 너무 비슷한 맛이라 처음엔 정말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레스토랑 맛이 아니라 우리집 파스타 맛이라니ㅎㅎ 나에게 고향의 맛은 "엄마가 끓여준 된장국과 맥도날드 치즈버거"였는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우리집 파스타"도 추가됨.
그래도 하도 로마에서 제대로 못먹고 다녀서 그런지, 피렌체에선 제대로 된 식당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했다.
커피는 여러 종류 중에서 고를 수 있었는데, 나는 사케라또를 골랐다. 사케라또 달라고 하니깐 직원이 "엑설런트 초이스"란다^^
드디어 본토의 사케라또가 나왔는데, 이 대용량의 사케라또에 나는 진짜 감탄해버렸다!
한국에서 맨날 감질나는 작은 양의 사케라또만 먹다가 이렇게 관대한 용량의 사케라또를 만나니 어찌 감격하지 않을수가 있는가. 파스타에서 약간 삐끗했지만 대용량 사케라또에서 급회복. 대용량 사케라또, 한국 도입이 시급합니다. 한국 카페들은 반성하라 반성하라.
계산서와 같이 나온 과자도 맛있었다. (이것도 비스코티인가? 아닌가? 정확한 이름 아시면 알려주세요^^)
참 별거 아닌데 이런 거 같이 주면 괜히 아~♡하게 되는 내 마음ㅋ
비스코티 사진 다시 한번.
대용량 사케라또 사진도 다시 한번.
이때 이거 SNS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흑맥주냐고 물어봤다. 이탈리아도 흑맥주가 유명해? 막 이러면서ㅋㅋ
두오모 성당이 보이는 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의 런치 세트 가격은 15유로였다!
음료수도 주고, 파스타도 주고, 마지막에 대용량 사케라또도 주는데 완전 착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저녁에는 재즈 라이브 공연도 있다고 쓰여 있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다시 와보지 못한 게 참으로 아쉽다.
엄청 맛집이라고까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위치를 감안했을때 가격 좋고, 직원도 친절하고, 음식도 무난하니 지나가다 보이면 들려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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