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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기(17)로마 - 스페인 광장 (부제 :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5.05 Italy & Belgium

이탈리아 여행기(17)로마 - 스페인 광장 (부제 :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mooncake 2016. 1. 3. 15:25



오르비에또에서 로마로 돌아오는 길, 찜통 레죠날레에서 연착에 시달린 나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다.

몸 상태를 생각하면 응당 숙소로 돌아가 쉬었어야하겠지만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이란 이유로 나는 또 욕심을 부려 스페인 광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여행 떠날때마다 항상 무리하지 말자고 다짐하는데 현지에선 싸그리 까먹는다-_-)


지하철역에 내려 스페인 광장으로 나가는 길은 벌써부터 이렇게 인파가 대단했다.







고민하다 못들어간 영국식 찻집 바빙턴 티룸

로마 한복판 스페인 광장 옆 영국식 찻집이라니 여기도 꽤 재밌는 동네구나ㅎ



일요일 저녁시간의 로마 스페인 광장은 이렇게 인파가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트리니따 데이 몬띠(Trinità dei Monti) 성당은 공사중이라 나름 신경써서 가림막을 만들어놨음에도 영 느낌이 살지 않고...



너무 지쳐 있어서 그런지 많고 많은 인파와 시끄러운 소음에 그저 짜증만 나던 상황












이 당시 나는 그 어떤 정취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너무 힘들었을 뿐이다.

많이 힘들었던 순간의 사진들을 편집하다보면 그때의 힘들었던 기분이 그대로 느껴져서 굉장히 힘이 들곤 하는데, 스페인 광장 사진도 편집하면서 정말 힘들었다ㅋ

그래도 이 사진 지금 보니깐 참 맘에 든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여행기를 쓰기 위해 사진을 편집하면 비로소

로마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ㅎㅎ









나는 로마를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유럽 도시에 여행 로망을 품었던 것과는 다르게, 로마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로망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그나마 2014년에 영화 더 그레이트 뷰티를 보고 난 후 조금 흥미가 생겼다.)

작년에 로마에 간 것도 어디까지나 티볼리의 빌라 아드리아나를 가기 위해서였지,

만약 빌라 아드리아나가 다른 도시 근처에 있었다면 내가 자발적으로 로마에 가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 눈엔 늘 로마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그것은 현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온지 7개월이 지난 어제 스페인 광장의 사진을 편집하면서야

로마가 "정말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로마는 나에게 "오래 보고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도시"였는지도 모른다.

다음번에 로마에 다시 가면 그때는 정말 제대로 로마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올 수 있을까?






예전에도 한번 올린 적 있는 스페인 광장 근처의 레스토랑!

다음에 로마에 또 가게 되면 그땐 이 레스토랑 무조건 갈테다 예쁘게 차려입고...ㅋ



로마 스페인 광장의 해지는 풍경은 참 근사했다.









나는 너무 지쳐서 이때 이 곳이 이렇게 아름다운지도 잘 모르고 정처없이 타박타박 길을 걷고 있었다.

어디라도 들어가 않아 뭔가라도 먹고 마셨으면 좋았을텐데 마땅한 곳도 잘 보이지 않았다.

몸이 피곤하면 판단력이 떨어져서 몸을 더 힘들게 하는 일이 종종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와중에도 모든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건 아니라서,

이런 로마의 디테일들에 한없이 감탄했다.



따로 박물관에 갈 필요 없이

거리 자체가 박물관, 미술관이라는 말이 로마처럼 잘 어울리는 도시가 또 있을까.















그렇게 지친 채로 한참을 터벅터벅 걷다가

다시 스페인 광장으로 내려와



여전히 많은 (더 많아진 듯한) 인파를 본 다음



나는 내 발걸음이 내키는 대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내가 어디로 향하는 지도 잘 모르는 채 - 데이터 로밍해 간 구글지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보지 않았다 - 어딘가를 향해

어스름이 내려앉던 로마의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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