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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13. 후쿠오카 급여행 - 다자이후 찻집 "오노츠쿠시도" 본문
고묘젠지를 보고 나와, 다시 다자이후 텐만구 상점가를 걸었다. 고묘젠지 구경이 너무 순식간이라 도깨비놀음같아 얼떨떨하기도 하고, 푸르른 정원을 오래 보지 못한것이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아픈 다리도 쉴 겸 "정원이 보이는 찻집"을 찾다가...
딱 적당한 곳을 발견했다. 저 문 뒤에 있는 정원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곳.
이름하야 오노츠쿠시도(小野筑紫堂, 소야축자당). 일어는, 특히 한자는 거의 몰라서 발음이 맞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ㅋ 혹시 틀렸다면 꼭 알려주세요...!
기념품가게와 작은 카페를 겸하고 있는 곳으로, 저 멀리 안쪽의 카페 공간을 보고 가게로 들어가긴 했는데, 카페 안쪽엔 아무도 없고, 가게 한편에 있는 매화떡을 굽는 주방도 가동을 하고 있지 않길래, 기념품들을 구경하는 척 하며 가게를 뱅뱅 돌다가 한참만에 용기를 내어 "지금 카페를 이용할 수 있나요?"라고 여쭤봤더니 안쪽 카페로 안내해주셨다.
혹시 오늘은 영업을 하는 게 아닌데 괜히 또 폐를 끼치는 건가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 카페 안쪽엔 난로가 틀어져 있어 따듯했고, 비에 지친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아담한 일본식 정원이 보이는 차분하고 예쁜 찻집.
꽃도 화병도 예쁘다.
달력도 예쁘다ㅎ
정갈한 메뉴판.
우메가에모치(매화떡)과 말차 세트를 시켰다. 새로 구워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신다. 어차피 다리도 쉴겸 오래 머물다 갈 생각이었으므로 상관없음.
이 찻집, 정말 마음에 들어서, 차가 나오길 기다리며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멀리서 보고 들어왔는데 이렇게 맘에 쏙 들 줄이야. 운이 좋다.
가게 구석구석, 안예쁜 곳이 없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소품들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비슷한 사진이 자꾸 나오는 건, 이 곳이 내가 완전 사랑하는 창문구조라서 그렇다.
근데 서울에서는 안돼 겨울에 너무 추울거야 ㅠ
기념품 가게에서 바라본 카페 입구
요 고양이 목각인형은 또 얼마나 귀엽던지.
왜 이 가게는 모든 소품이 다 예쁜 거죠 왜죠
하루종일 비가 와서 고생이었지만 어찌보면 비가 온 탓에 이 카페에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비가 안왔다면 야나가와에 갔을 것이고, 그러면 다자이후에 도착했을땐 시간이 촉박해서, 이렇게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호사는 누릴 수 없었을테니까.
사진 찍으며 놀고 있으려니 드디어 말차와 우메가에모찌를 가져다 주셨다. 모찌가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심ㅋ
매화떡. 처음 먹어보는 것은 아니지만 - 엄마가 규슈여행 다녀오는 길에 사다주신 적이 있다 - 그래도 역시 갓 구운 맛만 하랴. 따끈따끈 바삭 쫄깃 달콤ㅎ
제법 오래 쉬었다싶어 슬슬 나가봐야지 생각하던 찰나, 한 일본 할머니가 들어오셔서 내 뒷자리에 앉으셨다. 나에게 계속 말을 거셔서, 한국사람이라 일본어 잘 모른다, 죄송하다라고 몇번 얘기드렸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계속 웃으며 나에게 뭐라뭐라 자꾸만 말을 거셨다ㅎㅎㅎㅎㅎㅎㅎ
원래 나가려고 준비 중이었지만 바로 나가면 할머니가 말 걸어서 나가버리는 걸로 오해하실까봐 바로 나가지도 못하고;; 미적미적 시간을 끌다가 마침 할머니가 카페 밖으로 나가셨길래 이때다 싶어 짐을 주섬주섬 정리해서 나가는데, 할머니가 본인 때문에 가는 거냐고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어오시길래 "아니라고. 다 먹어서 가는 거라고" 짧은 일본어로 열심히 설명한 다음 깨끗하게 비운 말차 그릇과 매화떡 접시를 보여드리고 안심시켜드린뒤 가게를 나왔다^^;;;
친절한 응대와 예쁜 가게와 따듯하고 맛났던 매화떡과... 참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치고 이치에(一期一会)가 새삼 입안에서 맴돈다. 후쿠오카는 언제든 맘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지만서도...^^;;;
하카타 근처에서 미친듯이 헤맬땐 "후쿠오카엔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아"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여행 후기를 쓰기 위해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자이후의 카페들 때문에" 언젠가는 후쿠오카를 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생뚱맞지만 이 포스팅의 BGM으로는 Pat Metheny Group의 Last train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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