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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4.13. 후쿠오카 급여행 - 라쿠스이엔, 스미요시 진자, 그리고 ... 어디로 갔니 방향감각 본문

외국 돌아다니기/2014.04 Fukuoka

2014.4.13. 후쿠오카 급여행 - 라쿠스이엔, 스미요시 진자, 그리고 ... 어디로 갔니 방향감각

mooncake 2014. 5. 1. 19:06



다시 후쿠오카에 도착



어제부터 벼르고 있던 라쿠스이엔 가는 길.

헤매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역 직원에게 길을 물어봤는데 그분도 잘 몰라..ㅠㅠ

하카타역 앞엔 방향표시도 안되어 있고, 고민 또 고민하다 대충 이 방향이겠지 싶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통가옥 같은 곳이 보이길래 반가워하며 다가갔는데 라쿠스이엔이나 스미요시 진자는 아니고 "도린지"라는 절이었다. 지도상으로 봤을때 라쿠스이엔과 가까워서, 방향이 틀린 건 아니였구나 안심하며 계속 걸어감. 비오는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길거리엔 사람도 없고, "전혀 관광지같지 않은 풍경"에 지쳐갈때쯤..



드디어 라쿠스이엔 등장! 

하카타공항에서 받은 가이드북엔 하카타역에서 10분쯤 걸린다고 써있었는데, 왠지 10분보단 많이 걸은 것 같지만 그래도 찾은 게 어디야.



라쿠스이엔은 입구부터 온통 푸르르고, 헤매지 않고 찾아서 뿌듯하고, 또 어서 빨리 차를 마시며 지친 다리를 쉬고싶었다.



라쿠스이엔 매표소. 정원 입장료는 100엔이고, 여기에 300엔을 추가하면 다도체험을 할 수 있다. 



다도를 배우는 진짜배기 다도체험은 아니고, 단지 전통 다실에서 말차와 화과자를 먹을 뿐이지만... 그래도 참 좋았다.



직원분이 친절하게 웃으며 차와 화과자를 가져다주셨다. 



이 넓고 정갈한 방을 오롯이 나 혼자 차지하고 앉아, 호젓한 정원을 내다본다. 참 좋다. 




분홍색 꽃과자는 예전부터 어떤 맛일지 궁금했더랬는데, 입에 넣으면 살짝 미끌거리는 식감이다.  나비 문양이 박힌 과자는 바삭하고, 반대쪽엔 설탕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아름답다. 

아픈 다리를 쭉 뻗고 쉬기도 하고, 사진도 실컷 찍고,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다가 제법 시간이 오래 지났을 무렵, 정원 산책을 나섰다. 



정원에도 나 혼자다...







가을 단풍시즌의 아름다움을 짐작하게 하는 풍경






비에 젖은 라쿠스이엔을 산책하다보니, 괜히 감성이 촉촉해져 이런 사진들도 찍었다^^;;



라쿠스이엔은 사실 매우 작은 규모의 정원이다. 부유한 상인의 개인다실이었다고 하니, 호젓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참 좋을 것이고, 굉장한 볼거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듯.  





나는? 물론 참 마음에 들었다. 성큼성큼 걸어버리면 몇분 안걸릴 작은 정원이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어쩐지 모네의 일본식 다리(The Japanese Footbridge ; 1899)가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그림과는 많이 다르지만. 










내가 차를 다 마시고 나올때, 한 서양인 가족(엄마,아빠,6~7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이 다실로 들어갔는데, 산책하다 다실을 살짝 들여다보니 엄마아빠는 차를 마시고 있고, 여자아이는 방안에서 뒹굴거리며 누워 있었다. 어쩐지 슬며시 웃음이 나는, 훈훈한 풍경이었다. 



사람이 보이면 맹렬한 기세로 돌진해오던 잉어떼들. 아무것도 주지 못해 미안해. 





작지만 비가 와서 더 그랬는지 물 흘러내리는 소리가 장난아니였던 폭포. 왠지 그 앞을 지나가기가 살짝 무서웠을 정도;;;








아무도 없는 비 내리는 정원을 2~3바퀴 돌고 나니 어쩐지 스산한 한기가 들어,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상쾌한 신록이 가득한 정원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



비내리는 일요일 오후라지만 정말 길엔 사람이 하나도 없다.. 크흐흑

바로 옆이 스미요시 진자라길래, 온김에 들릴까해서 라쿠스이엔 뒷골목을 거닐어보았다. 




스미요시 진자.






이끼털옷을 입은 해태 



스미요시 진자는 정말 지나치듯이 슬쩍 둘러보기만 하고 



빨리 하카타역으로 돌아갈 생각에 길을 서둘렀다.



그렇게 스미요시진자 정문으로 나왔는데... 하카타역으로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전혀 감을 못잡겠다ㅠ.ㅠ 캐널시티 가는 방향만 표시되어 있고, 하카타역은 표시가 안되어 있다. 



휴. 이걸 어쩐담. 



그래도 이미 한번 왔던 길이니 어떻게 대충대충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골목골목길을 누볐는데... 정말 큰 실수였다. 



이런 동네의 소소한 풍경을 찍을때까지는 괜찮았지. 근데 완전, 제대로, 정말, 최고로, 길을 잃어버렸다. 이게 아니다 싶어졌을때는, 일단 큰길로 나가야지했는데 골목이 어찌나 미로같은지 큰길이 나오지도 않고, 길거리엔 개미 한마리 안 지나다니고...ㅠ.ㅠ



어느 순간 난 이런 곳에 있는데, 여기가 대체 어디인가요... 아무리 봐도 하카타 시내와는 점점 멀어지는 불길한 느낌. 



결국 스미요시 진자에서 출발한지 한시간도 더 넘은 것 같은데 여긴 정말 어딘지 도통 모르겠고, 버스 정류장도 안보이고, 지하철은 더더욱 안보이고, 다리는 너무 아프고 날은 어두워지려하고 몸은 비에 젖고 "으아아아아 나 어뜩해"하며 불안해하던 찰나, 택시 한대가 앞에 와서 섰다..!!!!! 아 얼마나 고맙던지. 냉큼 잡아타고 "하카타 에키니 잇떼 구다사이"를 외쳤다 ㅠ.ㅠ 


여행가서 헤매는 건 정말 흔한 일이긴 하지만... 이번엔 진짜 아무 준비도 안해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분 거리를 1시간 넘게 헤맨게 너무 바보같아서ㅠ.ㅠ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장난아니였던 헤맴이었다. 애초에 스미요시 진자에서 택시를 탔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아님 버스라도 알아보던가. "자신의 멍청함과 요령부득과 대책없음"에 대해서 수백번 곱씹었던 한시간...ㅠ.ㅠ 나의 사라진 한시간...ㅠ.ㅠ 몸은 완전히 지친채로, 마음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기분으로 하카타역에서 내렸다. 허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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