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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 서울시향 2018 트룰스 뫼르크의 엘가

mooncake 2018. 6. 21. 23:55


올해 6월엔 요즈음의 최애 첼리스트인 트룰스 뫼르크의 공연이 2가지나 예정되어 있었지만(공연횟수는 총 3회), 예매를 하지 못했던 건 이맘때쯤 여행을 떠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먼 곳은 커녕 가까운 곳도 가지 못했고(.....) 부랴부랴 오늘 아침, 당일 공연 티켓을 예약했다.


롯데콘서트홀. 얼핏 보면 루프탑바 같다;;
높이 있어 전망이 좋지만 공연이 끝나고 내려갈때는 헬... 대혼잡 속에서 엘리베이터를 한참 기다려야함.


오늘 내가 앉은 좌석은 제일 저렴한 c석 - rp
작년 트룰스 뫼르크 내한공연은 티켓이 열리자마자 바로 예매해서 트룰스 뫼르크의 땀방울까지 보이는 제일 앞좌석에 앉았으면서 이번엔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느냐. 어차피 당일 예약이다보니 원하는 좌석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이판사판"의 마음으로 예약을 했기 때문이다. 공연을 숱하게 보러다녔지만 합창석에 앉은 것은 처음 - 근데 의외로 이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


(커튼콜때 찍은 사진) 일반적인 관객석과 다르게 지휘자의 앞모습이 보이는 자리, 그것도 지휘자 왼쪽편 자리이다보니 예전에 오케스트라 첼로파트에서 활동하던 생각이 나서 관객보다는 연주자의 느낌이 들어 설레이기도 하고,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와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가연주 중 주고받는 교감이 생생히 보여 좋았고, 특히 슈만 교향곡 때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의 모습을 한껏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다. 지휘자 팬들이 합창석에 앉는 이유가 다 있었구먼.

하지만 역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아무래도 자리 특성상 오케스트라 소리의 밸런스가 좋을 수만은 없는데, ​다른 곡들은 별 상관없었지만 엘가 첼로협주곡에선 트룰스 뫼르크의 첼로 연주 볼륨이 너무 작게 느껴지고 그에 비해 팀파니의 볼륨이 너무 컸다. 근데 이건 다 내가 합창석에 앉은 탓이지... 첼로 협주곡을 빼고는 다 괜찮았다. 오히려 좀 색다른 맛이 있달까.

굉장히 짜증나는 일이 있기 때문에(하루이틀의 일이 아닌 오랜 문제다. 이 짜증나는 순간을 피하고 싶어 멀리 여행을 가려했던 것이고) 이 근사한 공연을 들으면서도 계속해서 그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이 공연을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라는 생각을 했다. 단돈 만원으로, 퇴근 후 지하철 이삼십여분 타고 와서 이렇게 쉽게 이렇게 훌륭한 공연을 듣을 수 있다니. (트룰스 뫼르크나 얀 리시에츠키가 우리나라에 자주 공연을 안 올 땐 외국까지 찾아가 공연 들을 생각을 했었으니까. 그거에 비하면, 흠흠)
​​
아무튼 스트레스와 분노와 상처를 피하지 못한 요즈음의 개인사는 안타까우나 오늘같이 근사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일. 역시 완전히 나쁘기만 한 일도 없고 완전히 좋기만 한 일도 없는 것이 인생이려나, 그러나 앞으로는 좀 좋은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아참, 트룰스 뫼르크의 앙코르곡은 파블로 카잘스의 Song of the bird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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