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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서울시향 2018 실내악 시리즈 Ⅲ : 트룰스 뫼르크

mooncake 2018. 9. 16. 22:50



2018년 6월 23일 토요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서울시향 2018 실내악 시리즈 Ⅲ : 트룰스 뫼르크


트룰스 뫼르크 팬에겐, 올해 6월 21일부터 23일은 축제같은 3일간이었다. 내한공연이 1회만 있어도 감지덕지할텐데, 웅장하고 큰 규모의 공연을 즐긴 후(서울시향과 협연한 엘가의 첼로협주곡), 이튿날은 소규모 공연장에서 거장과 호흡을 같이 하며 생생한 연주를 즐길 수 있었으니까, 굳이 외국 공연장까지 힘들게 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최애 첼리스트의 공연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다.


하지만 트룰스 뫼르크의 엘가 협주곡 공연에 대한 리뷰에서 쓴 바와 같이 (http://mooncake.tistory.com/1852) 최애 첼리스트가 한국에서 내한공연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이때가 마침 장거리 여행을 가려던 시기라 예매를 하지 못했었는데, 여행이 무산되면서 부랴부랴 공연 예약을 했고, 좋은 자리는 별로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나마 내가 앉을 수 있었던 자리는 왼쪽에 치우친 가장 앞줄이었다. 바로 이 자리,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 ) 거장의 숨결을 느끼기엔 충분했음. 



공연 레파토리는 베토벤, 브람스, 슈만의 실내악. 1시간 30여분간의 공연이었고 앙코르는 없었다. 그러나 워낙 폭발적인 연주였기에 아쉬움은 없다. 그리고 사실, 불과 3달전의 공연인데도 연주 자체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좋았다는 것만, 그리고 굉장히 정열적인 연주였다는 것만. 이래서 연주회 리뷰는 바로바로 써야....ㅜ.ㅜ


그리고 아마, 내가 공연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는 당시 내 상태가 너무 안좋았기 때문일거다.


연주회와 별개로 이 당시 개인적으로 나에게 일어났던 일과, 그로 인한 나의 기분은 최악이었다. 땅이 꺼지도록 우울했고, 세상에 환멸을 느꼈다. 걱정해주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잠시 잠수도 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 트룰스 뫼르크가 아닌 어지간한 연주자의 공연이었다면 공연도 포기했을 거다. 최악의 순간과 최고의 순간이 공존하다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하지만 절대 회복될 수 없을 것 같았던 내 마음도 결국은 회복이 되었고, 지금은 또 이렇게 멀쩡하게 - 뭐 속은 그리 멀쩡하지 않지만 최소한 사람들 앞에선 멀쩡한 척은 할 수 있다 - 생활을 하고 있다. 아마도 내 기분이 회복되는 데에는 트룰스 뫼르크의 공연 덕이 크지 않았을까나.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어질때, 세상엔 그래도 아직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있다고 속삭여주는 것처럼. 


무엇이 되었던 힘든 삶에 의지가 되는 것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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